‘KB+외환’ ‘우리+하나’ 금융권 짝짓기 순리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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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외환’ ‘우리+하나’ 금융권 짝짓기 순리대로?
  • 박세욱 기자
  • 승인 2010.06.03 09: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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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선거 후 민영화·회장 선출 등 지각변동 예고
최근 금융권이 대형화·민영화 등으로 지각변동을 예고하고 있는 가운데 갖가지 예측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그만큼 올해는 경제 각 분야 중 금융권이 가장 큰 변화를 겪게 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현재까지 나온 예측들 중 ‘우리금융+하나금융’의 합병설과 ‘KB금융+외환은행’의 인수설이 금융권 빅뱅이라 할 수 있다.

▲ 우리금융그룹 이팔성 회장, 하나금융지주 김승유 회장(오른쪽)     © 뉴시스
우리-하나 합병 시나리오, 다시 수면 위로
 
정부가 올 상반기 중 우리금융지주에 대한 민영화 방안을 확정키로 하면서 금융권에서는 우리금융과 하나금융 간의 합병설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지난 몇 년간 은행가에서는 민영화 바람이 일고 있었다.
 
그런 가운데 지난 2월 진동수 금융위원장이 우리금융의 민영화를 묻는 국회 답변에서 대등합병 후 민영화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민영화 추진에 탄력이 붙었고, 그동안 우리금융의 유력한 인수대상자로 하나금융이 거론되면서 ‘우리+하나’ 대등합병 시나리오가 점차 가시권에 접어들고 있는 분위기다.
 
최근 진 위원장은 공식 석상에서 우리금융 민영화와 관련해 “합병을 포함해 현실적으로 빨리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금융당국 관계자는 “우리금융과 하나금융 간 통합은 지금 시점에서는 여러가지 방안 중 하나”라고 전했다.
 
합병방안은 양사의 주식 맞교환을 통한 대등합병 방식이 유력해 보인다. 우리금융을 직접 매각할 경우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함해 7조원 이상이 필요하지만 시장에서는 해외투자자를 제외하고는 매입할 대기업이 없는 게 현실이다. 현재 우리금융은 예금보험공사가 65.97%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 중 1단계로 지분 50%+1주를 제외한 약 15.97% 중 절반 정도를 블록세일을 통해 처리하고, 나머지 8% 가까이를 우리금융에서 자사주로 매입한다. 우리금융은 자사주 매입에 드는 1조원 가량의 비용을 차입을 통해 충당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그런 뒤 2단계로 50%+1주 중 일정 지분을 주식 맞교환을 통해 하나은행이 갖는다. 우리금융 역시 하나은행 주식을 취득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은 자연스럽게 하나의 몸체가 된다. 시장에서는 덩치가 큰 우리금융이 하나금융을 인수하되, 김승유 하나금융 회장이 통합금융사 회장이 되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금융지주간 역량이나 현 정권과의 친분관계 등을 감안하면 가능한 시나리오”라고 말했다.



‘KB+외환’ 시너지면에서 긍정적


우리금융 민영화와 더불어 금융권의 이슈는 오는 7월쯤 있을 KB금융의 회장 선출이다. 현 정부의 유력인사의 내정 가능성을 둘러싼 관치금융 논란도 눈여겨볼 대목이지만, 새 KB금융 회장의 성향에 따라 시장재편의 흐름이 뒤바뀔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금융권에서는 'KB+우리' 조합보다 'KB+외환' 조합이 시너지에 긍정적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일단 신임 회장의 성향이 변수로 작용할 수 있지만, KB금융의 ‘리딩뱅크’ 입지를 우선적으로 고려한다면 우리금융보다 외환은행 인수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1998년 장기신용은행과 대동은행이 합병돼 만들어진 국민은행(현 KB국민은행)은 2001년 주택은행과 합병하며 국내 최대 규모 은행으로 거듭났다. 2003년에는 신용카드사업을 시작해 더욱 거대해진 외형을 갖추게 됐다. 국민은행은 국내에 총 1245개 점포(지점 1137, 출장소 108)를 보유해 종업원 수, 보유고객 수, 자산규모(279.8조) 등에서도 최대라는 수식어를 달고 있다.
 
하지만 세계 금융시장에서의 자산규모는 74위에 그쳐 아직도 글로벌 은행으로 도약하기에는 경쟁력이 부족하다. 또한 양적 규모는 최대인데 반해 지난해 질적 규모는 빅3은행 가운데 최하위에 그쳐 질적 성장에 빨간불이 켜졌다. 지난해 국민은행의 당기순이익은 7000억원. 카드사업에서 벌어들인 5000억원을 제하면 순이익은 2000억원에 불과하다.
 
시가총액에서도 KB금융지주는 19조4720억원을 기록해 20조5091억인 신한금융지주에 밀리면서 ‘규모만 거대한 리딩뱅크’ ‘흔들리는 선도은행’이라는 비아냥을 듣고 있다.
 
당시 강정원 KB국민은행장도 세계 리딩뱅크 도약의 해법으로 ‘외환은행 인수’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가계대출에 강한 국민은행이 외환업무, 기업 금융에 강한 외환은행의 경쟁력을 흡수하면 실적면에서도 큰 성장을 가져올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KB금융지주는 국내 금융지주회사 중 유일하게 4조원 가량의 인수 자금여력을 보유하고 있다. 이로 인해 금융권에서도 외환은행 인수 대상으로 KB금융지주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112조원의 자산규모인 외환은행을 인수하면 KB금융지주는 440조원으로 더욱 거대해진 위용을 자랑하게 된다.
 
KB금융 관계자는 “국민은행 스스로도 외형보다는 효율에 집중해야 할 것을 자각하고 있다”며 “변화와 혁신이라는 원론적인 구호만 외칠 것이 아니라 ‘10년 리딩뱅크’라는 신뢰를 보여줄 행동을 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론스타는 지난 2월 향후 6개월 이내에 외환은행 매각을 마무리 짓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이를 위해 7월 이전까지 우선협상대상자를 추린다는 계획이다. 외환은행 인수에 적극적인 국내외 금융사가 없는 상황에서 KB금융 회장 선출이 예정대로 7월초 마무리될 경우 KB금융의 외환은행 인수 가능성을 점쳐볼 수 있다. 이럴 경우 우리금융과의 M&A 상대는 사실상 하나금융 한곳만 남게 된다.
 
금융권 전문가는 "외환은행이 해외 금융사에 매각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는 힘들지만 금융시장 재편을 염두해두고 있는 정부가 외환은행 해외매각을 잠자코 지켜보기는 만무하다"며 "시장논리대로 가더라도 KB+외환, 하나+우리 시나리오가 가장 이상적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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