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부름을 받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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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부름을 받다
  • 환타임스=무당 한연지
  • 승인 2010.06.03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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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당 한연지의 삶<1>...무당이라니!
▲ 하늘을 향해 춤추는 여인/무당 한연지

두 아들과 남편, 그리고 나, 네 식구는 미국 이민 10년 동안 별 탈 없이 평범한 삶을 살고 있었다. 다만 큰 아이는 지금도 일반인들에겐 생소한 자폐증의 일종인 <아스퍼거>란  병명을 진단 받고 있어 나의 가슴을 아프게 하는 것 이외 다른 어려움은 없었다. 

큰 아이의 증세는 사회성이 떨어져 같은 또래 친구들을 잘 사귀지 못하는 것과 한 곳에 집중을 하게 되면 주위에 아랑곳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 10살이라는 나이에 맞지 않는 여러 가지 질문으로 주위 사람들을 당황스럽게 하곤 한다. 한국에 귀국하고 난 뒤 북한의 핵실험이 발표가 났을 때, TV를 보던 큰 아이는 북한이 핵을 가졌으니 우리 모두 다 죽는다고 엉엉 우는 바람에 식구들이 당황하여 달래야 했을 정도다.

미국의 이민사회는 한인교회를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다고 하여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모든 정보와 도움을 교회에서 얻고 있으며, 이런 이유로 대부분 교회를 다니고 있다. 나 또한 한국에서 어려서부터 교회를 다녔기에 한인교회에 다니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나의 생활 중의 큰 비중을 차지하였다.

한인 교회는 한국사회를 미국으로 옮겼다고 할 정도로 편안하면서도 불편한 점이 많다. 큰 아이가 다니는 주일학교도 아이의 별난 성격 때문에 다른 아이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고 혼자 지낼 때가 많았으며, 주일학교 선생이나 교회 엄마들 사이에도 뒤에서 수군거리곤 하였다. 

어느 날 목사님은 설교를 하면서 “너무 똑똑해도 좋지 않다. 니체도 미쳐서 죽었다. 어떠한 일이 있어도 신을  부정하면 안 된다.”라며 큰 아이의 성격을 나무랐으며, 사모님은 아이 몸에 무당의 피가 흐르니 더욱 열심히 기도하고 하나님께 매달려야 한다고 하였다.

나는 그 말에 치밀어 오르는 화를 삭이며 주일 성경 공부에 전념하려고 하였지만, 무당의 피가 흐른다는 그 말이 마음에 걸려 기도에 집중할 수 없었다. 늘 나의 기도제목은 사람을 보고 정죄하고 판단하지 않게 해주시라는 것이었다. 평소 나의 예감이나 꿈들이 그대로 적중하고 그런 것들이 두렵다고 한 적이 있기에, 무당이라고 한 것일까? 이런 저런 생각으로 기도시간을 다 보내버렸다.

무당에 대한 나의 원래 생각은 태초에 타락한 영혼의 삼분의 일이, 때론 우리 조상의 모습으로, 때론 이웃의 모습으로 나타나 우리인간을 현혹시키는 타락한 영혼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기에 더욱 혼란스러웠다.

집으로 돌아 온 나는 평소에 사탄의 일종이라 생각하고 아이들까지도 하지 못하게 하였던 인터넷을 접속하여 무당을 찾아보았다. “인간과 신을 연결해주는 중간 역할을 하는 사람”으로 되어 있었다.

더 자세히 알고 싶은 마음에 무당들이 운영하는 카페를 찾아 여러 사람들이 적어 놓은 글들을 읽어 보곤 더욱 마음이 심란해 지는 것이 마음의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산만한 마음과 평소 남을 정죄하고 판단해 온 나의 죄를 회개하기 위하여 나는 차를 몰고 교회를 향하고 있었다. 갑자기 광풍이 몰아치더니 억수같은 비가 앞 유리창을 사정없이 내려쳤다. 교회에 도착하니 모든 문이 다 잠겨 있었다. 시간을 보니 밤 11시가 조금 넘었다.

성전에 들어가려는 나의 간절한 마음과는 달리 성전의 문은 열리지 않았고 나의 애절함과 안타까움은 빗소리에 파묻혀 버렸다. 미친 듯 교회주변을 헤맨 탓에 나의 머리와 옷은 눈물과 빗물에 흠뻑 젖어있었다.

나는 교회 문 앞에 세워 둔 자동차로 돌아가 하염없이 울기 시작하였다. 지금 이 성전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는 것은 하나님의 버림을 받은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두려움과 서러움에 소리 내어 울기 시작했다.

한참을 울고 난 뒤 하나님이 나를 버렸으니 나도 하나님을 버릴 것이란 생각이 문득 들었다. 30년 세월동안 한 번도 하나님을 의심하거나, 하나님의 말씀을 거역한 적이 없는 나로썬 엄청난 변화였다.

집으로 돌아 온 나는 괘종시계가 새벽 1시를 알리는 소리를 듣고, 지친 몸을 소파에 잠시 누웠다. 

『집 앞 산에 무덤이 저만치 보였고, 무덤에서 영롱한 빛이 발하고 있었다. 그 빛에 나는 정신이 빼앗겨 한동안 정신을 쏟고 있으니 무덤에서는 보이지 않는 이상한 기운이 나를 부르는 듯하였다.

내 의지와 달리 어느새 무덤을 향해 산에 오르고 있었다. 손을 내 뻗으면 닿을 것 같은 무덤이 꽤나 먼 거리였다. 한참을 올라 간 후 무덤에 도착하니 무덤은 금잔디로 잘 가꾸어져 있었고, 무덤 옆에서 영롱한 빛을 발하는 황금색 불상이  하나 있었다.

그리고 불상을 바라보고 말없이 서 있는 사람은 바로 우리 교회 목사였다. 나와 목사는 서로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모르는 사람처럼 외면하였고, 목사는 황금 불상을 한동안 바라보더니 고개를 떨어뜨리고 무거운 발걸음으로 산 아래로 내려갔다.

그러나 난 목사의 외면과 무관심에 예전과 달리 조금도 서운하거나 두렵지 않았고, 난 오직 오색이 영롱한 금불상에만 정신이 팔려있었다. 그리고는 두 손으로 금불상을 고이 집어 가슴에 품고 산 위로 올라가기 시작하였다.

하늘에서 오색찬란한 무지개 계단이 펼쳐지는 것이 올라 오라는듯하여 나는 그 무지개다리를 오르기 시작하였다. 구름 속으로 펼쳐진 무지개다리를 오를 땐, 무릉도원으로 오르는 것 같은 황홀감에 신이 된 듯한 기분에 스스로를 잊고 있었다. 무지개다리의 끝에 이르자 구름 사이로 오색찬란한 빛이 비추어주었고, 순간 그 빛 속으로 나는 빨려들어 갔다.

그 곳은 분명 천당이었다. 천사들이 나를 향하여 인사를 하며 공손히 맞이하고, 온갖 조각으로 장식 된 그곳에 용의 음각이 새겨져 있는 아름다운 황금 빛 큰 의자에 황금관과 황금색 옷을 입은 할아버지가 나를 반갑게 맞이하였다.

할아버지는 나에게 “영민한 내 제자야, 만인이 우러러 보는 높은 신들과 함께 세상에 내려가 많은 사람들을 도와주어라”하시면서 청동으로 된 거울과 방울, 그리고 칼을 주었다. 그리고 천사라고 생각했던 선녀들이 나의 손을 잡고 하늘을 나르기 시작하였다.』

이것이 신과의 첫 만남이었고, 아들이 흔들어 깨우는 바람에 그 꿈에서 깨어났지만 신과의 만남은 그 이후에도 계속 되었다. [무당 한연지]

원본 기사 보기:환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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