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묻지마 요금제' 소비자 우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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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묻지마 요금제' 소비자 우롱
  • 이해인 기자
  • 승인 2010.06.03 11: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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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상품 고객 동의없이 무단 가입...정부 시정조치 마케팅 활용
▲ 이석채 KT회장이 지난 27일 KT-KTF 합병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1주년의 성과 및 향후계획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시사오늘

지난 31일 KTF와의 합병 1주년을 맞아 미래 IT패러다임을 선도하는 혁신기업이 되겠다 밝혔던 KT가 '묻지마'요금제로 도마위에 올랐다.

KT의 '맞춤형 정액제'와 '더블 프리'상품이 고객의 동의절차가 무시된 채 가입이 이뤄져 정부과 소비자단체가 문제제기를 해왔음에도 안일한 대응을 해왔기 때문이다.

'맞춤형 정액제'는 최근 1년간 월평균 시내·외 통화료에 1000~5000원을 추가한 요금을 정액으로 납부하면 시내·외 전화를 무제한으로 쓸 수 있게 하는 요금제다.

'더블 프리'상품 역시 최근 6개월 월평균 LM(집전화→이동전화)통화료에 30%를 추가한 요금을 납부하면 우러평균 통화량의 2배를 쓸 수 있게 한 요금제다.

이 상품들은 도입 초기 유선전화 통화량이 일정이상 되는 소비자에게는 유리한 측면이 있었지만, 무선전화 사용이 급증하고 유선전화 사용은 줄어들면서 소비자들은 필요도 없는 추가 금액을 내는 꼴이 된 것이다.

문제를 제기하고 나선 녹색소비자연대는 "전화사용과 관련한 시장상황이 변화함에 따라 소비자 피해는 당연히 예견된 것이었다"며 "특히 가입 과정에서 무리한 가입자 확대에 따라 동의절차가 무시된 채 가입이 이루어 졌다는 사실이 명백하다"고 말했다. 

고치는 척 마케팅으로 활용하는 고수(?)

정부와 소비자단체는 고객의 동의절차없이 무단으로 상품에 가입시킨 KT에 대해 계속해서 문제제기를 해왔었다.

이에 지난 2009년 8월 KT는 소비자단체의 '정액요금제 무단가입 시정요구'를 받아들여 사과광고를 게재하고, 무단가입 피해 소비자들에게 전화 또는 직접 방문을 통해 무단가입 사실을 알리고 환불할 것을 약속하는 등 개선의 의지를 보이는가 했다.

하지만 조사결과 이 약속은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후 지난 4월 말 방통위가 나서서 모든 KT 정액요금제 가입자들을 대상으로 다시 동의를 받고, 동의를 하지 않는 소비자들에게는 환불하도록 행정지도에 나섰지만 KT는 무단가입 사실을 숨기고 인터넷전화로 전환하는 마케팅을 펼치는 등 무단가입 흔적지우기에만 몰두했다. 
 
하지만 KT측은 "현재 방통위 등이 지시한 사항대로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항변했다.


대체 몇 번을 말해야 알아 듣니

KT의 얄미운 대응에 소비자단체들와 방통위가 강경한 대응책을 들고 나섰다.

녹소연은 "KT가 그동안 누적된 소비자피해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공개적이며, 즉각적으로 시행하야 된다"며 "이 요금에제 무단가입되어 불이익을 입은 소비자 모두에게 신속한 보상이 이루어 질 수 있도록 적극적인 소비자홍보를 포함한 제반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또한 녹소연은 "공정거래위원회가 KT맞춤형 정액요금제와 더블프리 요금제의 무단가입과정에서 위법 사실이 없었는지에 대한 조사를 펼쳐야 된다"며 "KT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피해 소비자들과 함께 집단적인 소송을 전개해 나갈 것"이라고 강력히 주장했다.

한편 방통위역시 KT에 대해 '사실조사'라는 칼을 빼들었다.

방통위 조사관들은 지난 17일 오후 서울시 서초구 서초동에 위치한 KT 사옥을 찾아가 KT고객 600여만명의 전산 데이터를 제출할 것을 요청했다. 

앞으로 KT가 '묻지마'요금제 때문에 소비자들에게환급해야할 전체적인 금액은 추산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상품 자체가 평균 통화료를 기준으로 설계 돼 집집마다 피해액이 다르기 때문.

하지만 지금까지 환급을 받은 사람들의 경우 환불액이 대력 20만원에서 100만원 선에 이르는 것을 고려할때, 한 명당 최소 20만원으로 잡아 상품가입자 수가 629만4000명를 곱하면 KT는 최소 1조2000억원을 뱉어내야 된다. 이를 역으로 생각할 경우 KT는 지금까지 요금제를 처음 출시한 2002년부터 약 8년간 최고 1조2000억원을 고객들 몰래 빼돌리고 있었던 것이다.

최근 합병 1주년을 맞아 미래 IT패러다임을 선도하는 혁신기업으로 나가겠다는 포부를 밝힌 KT. 미래 준비를 위한 혁신에 앞서 과거에 잘못된 점 부터 고치는게 먼저이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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