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라보레이션③>원스톱 서비스 ´도화선´ 복합점포 잡아라
스크롤 이동 상태바
<콜라보레이션③>원스톱 서비스 ´도화선´ 복합점포 잡아라
  • 김유현 기자
  • 승인 2015.03.16 09:3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김유현 기자)

지난 한 해 복합점포는 금융권의 뜨거운 감자였다.

은행과 증권사에 보험사를 추가시키느냐 마느냐를 두고 금융지주 계열 보험사들과 비(非)금융지주 계열 보험사들 간 다툼이 있었는가 하면, 그 실효성을 두고 의문을 제기하는 곳도 많았다.

모든 건 기우에 불과했다. 시행 2달여가 막 지난 현재 금융사들의 복합점포에 대한 열기는 뜨겁기만 하다.

특히 은행과 증권 등 계열사를 소유하고 있는 금융지주사들은 너도 나도 복합점포 개설에 열을 올리고 있는 모양새다. 유례없는 저금리 기조로 역풍을 맞고 있는 이 시국에 원스톱 금융서비스 제공의 도화선이 될 복합점포를 새로운 수익원으로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연내 개설될 복합점포가 100여개에 달할 것이란 장밋빛 전망도 나오고 있다.

진짜 하나 된 복합점포…금융사 너도 나도 진출

사실 이전에도 BWB(Branch With Branch) 등 다양한 형태의 복합점포가 존재했다. 다만, 이들 점포는 '공동 상담실'이라는 명칭이 무색하게 칸막이 등으로 은행과 증권사를 각각 구분해야했고, 출입문도 개별로 설치해야 했다. 고객 정보 공유는 딴 나라 얘기나 다름없었다.

금융지주사가 복합점포를 운영하면서도 실질적 영업성과 창출에 어려움을 겪은 이유다.

고객들도 복합점포라고 해 방문했지만 다른 사무실에서, 각기 다른 직원을 만나 상담을 받아야하는 불편함을 감내해야 했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한 공간'을 골자로 한 복합점포를 추진하면서 모든 건 반전됐다.

나아가 금융당국은 복합점포 고객들 가운데 정보 공유에 동의한 고객에 한해 상담과 자문을 목적으로 계열사 간 일부 정보를 공동 열람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이에 프라이빗뱅킹(PB) 비즈니스를 적극 운용하고 있는 신한·하나 등 지주사들은 쾌재를 부르고 있다. 복합점포 내 계열사 간 정보 공유가 PB 센터를 운영하는데 중요한 인프라가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신한금융지주는 이미 효율적인 복합점포 운영 방안을 마련코자 진즉 테스크포스팀(TFT)을 꾸리고 소비자 정보보호, 지주사와 은행 간 임원 겸직 등에 대한 논의에 들어갔다.

일단 신한금융지주는 기존 PWM(Private Wealth Management) 센터 25곳을 복합점포로 바꿔 꾸려나가겠다는 방침이다.

최근까지 증권사 지점과 나란히 30개 점포를 운영하던 하나은행도 올해 안에 13개 복합점포를 추가로 열 예정이다.

하나금융지주는 그 어느 금융사보다 PB 센터와 연계한 복합점포에 열과 성을 다하고 있다. 기존에 운영하던 복합점포 5곳이, 그리고 새로 개설할 복합점포 13곳 중 7곳이 PB 센터와 관련 있다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

아울러 하나금융지주는 은행과 증권, 자산관리 등 모든 금융 업무를 한 곳에서 처리할 수 있는 종합자산관리센터를 설립하고자 내부 검토에 들어간 상황이다.

▲ 국내 복합점포 현황 ⓒ시사오늘

KB금융지주도 현재 운용중인 10곳 내외의 BIB(Branch in Branch)와 BWB(Branch With Branch) 형태의 복합점포를 올해 안에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부산은행을 산하에 둔 BS금융지주도 BWB 형식으로 영업 중인 부산은행과 BS투자증권의 장벽을 허물고, 원스톱 서비스를 실시할 수 있도록 시스템 구축에 나섰다.

비(非)금융지주 계열 금융사도 복합점포 길 열렸다

복합점포는 비단 금융지주 계열사들에 국한된 얘기가 아니다. 비금융지주 계열 금융사들도 서로 손을 잡고 속속 복합점포 개설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달 24일 금융당국은 금융지주사에 속하지 않은 금융투자사도 고객과 상담, 안내, 투자 권유, 계약 체결 등을 위한 공간을 계열사 간 공동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자본시장법 시행령 일부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해 조만간 시행된다고 밝혔다.

앞서 금융당국은 금융지주사 소속 계열사인 은행과 증권사에게만 공동 사무 공간을 허용한 바 있는데, 그 범위를 비금융지주 계열사로 확대한 것이다.

이에 따라 금융지주사가 없는 IBK기업은행과 IBK투자증권은 공동 상담실을 개설할 수 있게 됐다. 다만, 상시적으로 계열사 간 사무공간을 공유하는 것은 이해상충 방지차원에서 앞으로도 금지된다.

실제로 기업은행은 복합점포 설립을 위한 테스크포스팀(TFT)을 구성하고 어떤 모델의 복합점포가 효율적일지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계열 은행이 없는 삼성증권은 우리은행과 포괄적 업무 제휴를 체결해 복합점포를 꾸리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내놨다.

지난해 우리투자증권이 NH농협증권에 합병되며 증권사가 없는 우리은행과 삼성증권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졌단 분석이다.

양사는 상품, 서비스 제공뿐 아니라 때에 따라 IT시스템과 복합상품 개발, 고객 우대서비스와 신사업 공동 발굴 등 협업 모델을 구축할 예정이다.

일단 투자은행(IB), 자산관리(WM) 등 우선 추진할 수 있는 업무부터 협력을 시작해 점진적으로 범위를 확대해 나간다는 생각이다.

삼성증권은 우리은행의 폭넓은 고객기반을 활용하고, 우리은행은 증권사와 연계한 종합금융서비스를 강화해 두 기업 모두 신규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이번 제휴는 협업을 통해 복합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새로운 시도라는 점에서 중요하다"며 "고객 중심 경영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국내 1호 복합점포 NH농협금융 PLUS+ 센터
고객 편의에 시너지 효과까지…두 마리 토끼 잡겠다

지난 1월 5일, 농협금융지주는 업계 최초로 서울 광화문에 우리투자증권을 흡수한 NH투자증권과 NH농협은행이 입점한 'NH농협금융 PLUS+ 센터'를 열었다.

플러스센터에는 농협은행 직원 8명과 NH투자증권 직원 55명 등 총 63명이 한 공간에서 일하고 있다.

최대 8명까지 수용할 수 있는 공동 상담실에서는 은행과 증권사 직원이 실시간 차트 비교가 가능한 컴퓨터 스크린 켜 놓고 개인 및 법인 고객에게 종합자산 관리 서비스를 해준다. 고객 입장에서는 보다 자신의 성향에 맞는 상품에 투자할 수 있게 된 셈이다.

가령 은행보다 접근성이 떨어져 증권사에 가기 꺼려했던 고객도 복합점포에서는 은행과 증권 상품을 동시에 비교하며 투자 계획을 세울 수 있는 식이다.

이 모든 건 고객이 통합동의서 한 장만 작성하면 가능하다. 기존에는 은행이면 은행, 증권사면 증권사 등 거래 금융사에서 각각 동의서를 작성해야 했다.

직원들 역시 다른 업권과 실적 경쟁에서 벗어나 고객에게 보다 적합한 상품을 고민하는데 시간을 쏟을 수 있다.

▲ 지난 1월 농협금융지주는 업계 최초로 서울 광화문에 NH투자증권과 NH농협은행이 입점한 'NH농협금융 PLUS+ 센터'를 열었다. ⓒ뉴시스

플러스센터 직원들 사이에서는 점포가 통합된 이후 상품 선택의 폭이 넓어지고, 경쟁사보다는 협력사라는 분위기가 강해져 고객 성향에 맞는 자산 설계가 가능해졌다는 말이 돈다.

그간 펀드나 보험, 주가연계증권(ELS) 등은 은행과 증권사가 모두 취급해 서로 고객 잡기에 몰두했다면, 지금은 은행은 여신에 증권사는 투자 상품에 보다 특화해 상호간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는 얘기다.

농협금융지주는 광화문에 이어 여의도, 강남, 부산 등 서울과 지방 주요도시에 복합점포 10곳을 열 방침이다.

복합점포에 '보험' 추가돼야…아직 과제 남았다

이렇듯 복합점포에 대한 열기가 고조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아직 가야할 길이 멀다는 지적도 있다.

당초 은행·증권사 간 규제 완화로는 현재 운영되고 있는 복합점포와 크게 다를 게 없어, 복합점포를 통해 시너지 효과를 톡톡히 보려면 보험사가 추가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그러나 금융당국은 비은행계 보험사들의 반발과 '방카슈랑스 25% 룰(개별 은행에서 판매하는 특정 보험사 상품 비중이 25%를 넘을 수 없음)' 등을 감안해 '은행+증권'이라는 일보 후퇴 안을 내놨다. 보험 부분은 향후 공론화 과정을 통해 단계적으로 추진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일단 첫 발은 뗐다.

지난 12일 금융당국은 규제 개혁 일환으로 복합점포에 보험사도 입점 시키는 방안을 단계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방카슈랑스 25%룰은 기존 규제 체계를 재검토하고, 보험 설계사 일자리는 업계를 설득하겠다는 등 과거보다 진일보된 계획도 선뵀다.

이에 금융권 관계자들은 "보험 상품 역시 복합점포에서 다룰 수 있게 될 경우 지금보다 훨씬 큰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다"며 한껏 고조된 분위기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