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만원'…자영업자, ˝나 어떡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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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만원'…자영업자, ˝나 어떡해˝
  • 홍세미 기자
  • 승인 2015.03.21 11: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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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필담>불붙는 최저임금 인상 논의…사장님들 반응은 '글쎄?'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홍세미 기자)

‘최저임금 만원’시대가 열릴까. 정재계의 이목은 ‘최저임금’에 집중돼 있다.

포문을 연 사람은 최경환 경제부총리다. 최 부총리는 지난 13일 경제 5단체장과의 간담회에서 “내수가 살기 위해선 최저임금이 올라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와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 대표도 이에 동의하면서 최저임금 인상 논의는 4월 국회의 뜨거운 감자로 급부상할 모양새다.

민주노총은 지난 12일 서울 중구 정동 민주노총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시간당 최저임금 만 원, 월 209만 원 수준으로 인상할 것을 공식 요구하면서 불을 지피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거세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최저생활’을 보장해주는 최저임금은 현재 5580원, 하루 8시간씩 주5일 근무한다고 하면 월 116만원이다. 대한민국의 물가 상승 등을 고려했을 때 116만원은 최저생활을 보장해주지 못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그렇다면 최저임금 인상의 주체들은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재계는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지만 반대하는 눈치다. 사실 최저임금이 인상되면 재계보다 ‘직격탄’을 맞는 사람들은 소상공인들이다. 자영업자가 담당하는 고용률은 38.1%이다. 전체의 약 1/4이다. 대기업보다 3배 더 많이 담당하고 있다.

그렇다면 최저임금 만 원 시대는 가능할까? 자영업자들은 최저임금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민주노총이 지난 12일 '최저임금 1만원 요구안 및 투쟁계획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뉴시스

자영업자 이 모 씨. 지방에 위치한 한 아울렛 매장에서 5년 동안 의류점포 운영

아울세 매장에서 5년동안 의류점포를 운영하는 이모 씨의 경우를 예로 들어보자. 평균 한 달 매출은 4500만 원이다. 물건을 사 오는 비용과 본사에 지불하는 비율은 전체소득의 67%(3015만원)다. 다른 점포 수수료는 60%대에서 80%대 이상까지 천차만별이라고 한다. 이 씨의 경우 본사와 협상을 잘해서 수수료를 60%대로 결정해 마진이 그나마 많이 남는다는 것.

가게 임대료는 보증금 5000만 원에 월세는 250만 원이다. 아울렛 관리비와 전기료에 지출하는 비용은 약 200만 원이다.

그렇다면 이 가게의 순이익은 1000만 원 정도다. 여기서 종업원 2명에게 나가는 임금은 각각 160만 원.(세금별도) 이 씨의 손에 쥐어지는 돈은 약 500만 원 대다.

이 씨는 주변에서 ‘성공한 자영업자’라고 불린다. 주변 상점들이 하나 씩 문을 닫았지만 이 씨의 가게는 5년 동안 자리를 꾸준히 지켰기 때문.

이 씨에게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생각을 물어봤다. 이 씨는 “5년 동안 가게를 유지하면서 문을 닫아야 할 상황이 많았다”며 “자영업자들은 다 알겠지만, 매출이 꾸준하지 않고 분기마다 달라 적자를 본 달도 많았다”고 말했다.

그는 “그래도 직원들 월급은 줘야 하니까 무리하게 돈을 구하기도 했다”라며 “만약 최저임금이 대폭 올라 직원들 월급을 올려야 하는 상황이라면 인원을 감축하거나, 문을 닫을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자영업자 김모 씨. 서울에 위치한 일반음식점 6개월동안 운영 중

서울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김모 씨의 경우도 다르지 않다. 김 씨 가게의 월 매출은 대략 1500만 원. 음식 재료비가 670만 원이다. 가게 임대료는 월 150만 원이고 가스비 전기료 수도료 등 세금 내는 비용은 대략 200만 원이다. 가게를 들어오기 전 권리금은 따로 냈다고 한다.

김 씨의 손에 남은 비용은 480만 원. 아르바이트 생 두 명의 월급은 200만 원 정도다. (시간에 따라 유동적, 세금 포함) 남는 돈은 280만 원 안팎.

김 씨는 “직원들 월급을 줄 수 없어 문을 닫을 상황”이라며 “일반음식점이었기 때문에 종업원이 다른 업종보다 많이 필요했다. 사실 한,두 명으로는 안 되는데 우리는 두 명만 쓰고 내가 포스도 보면서 같이 일도 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씨는 "보통 하루 16시간 정도 일한다. 평일이고 주말이고 없다. 그렇게 해서 버는 돈은 200만 원 정도다. 일반 월급쟁이들과 비슷한데 노동 강도는 훨씬 쎄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그는 “종업원에게 많은 돈도 주지 못한다. 최저임금 수준에 맞춰서 줬는데 사장인 나는 사실 그것도 벅차다”라며 “만일 최저임금이 대폭 인상되면 거기에 맞춰 주지 못할 것 같다. 아마 법을 어기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선순환' 안되는 최저임금 인상…무엇이 문제일까

대한민국에서 자영업자들이 살아남기 힘들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본전도 못찾고 문을 닫는 경우가 허다하다.

국세청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폐업자 수는 795만 명으로 집계됐다. 2.6가구당 1가구에서 폐업을 경험했다.

또 평균 자영업자 3년 이상 생존비율은 25%정도다. 나머지 75%는 3년 안에 문을 닫는다.

우리나라 최저임금 현황은 2013년 기준 25개 OECD 회원국 중에서 14번째다. 1위는 호주(3만839달러)로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약 1만4000원이다. 옆 나라 일본의 경우 780엔으로 우리 돈으로 7200원이다. 미국의 경우 7달러 25센트로, 우리 돈으로 8130원 정도다.

선진국 수준과 비교했을 때 최저임금은 낮지만, 현실적으로 대폭 올리는 것이 가능하지 않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도 고용률 1/4을 담당하는 자영업자의 현실이 열악하기 때문이다.

최저임금을 올렸을 때 생길 수 있는 부작용을 간과할 수 없다는 것.

소상공인연합회 최승재 회장은 지난 19일 '소상공인이 살아야 대한민국이 웃는다' 간담회에서 “최저임금을 올린다는 것에 무조건 반대하진 않는다"라며 "하지만 자영업자들에게 사회안전망 같은 것을 만들지도 않고 무조건 최저임금을 대폭 인상하면 폐업률은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최 회장은 "자영업자가 어려워진 배경은 다양하지만, 대기업의 골목상권 침투를 비롯해 양극화가 너무 심해졌기 때문"이라며 "현재 최저임금을 올려야 내수시장이 산다는 것은 경제가 힘들어진 원인을 자영업자들에게 돌리는 것 같다. 일단 상생하는 환경을 만든 후 최저임금을 인상해야 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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