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조사, 우리가 알지 못하는 숨겨진 진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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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조사, 우리가 알지 못하는 숨겨진 진실은?
  • 홍세미 기자
  • 승인 2015.05.02 10: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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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필담>김학량, "제대로 된 모집단이 정확성 높여"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홍세미)

4·29 재보선을 앞두고 서울 관악을에선 후보들 간 ‘여론조사로 인한 진흙탕 싸움’이 벌어졌다. 지난달 21일 <리서치뷰>는 4·29 재보선 여론조사 결과 새정치민주연합 정태호 후보가 36.7%, 새누리당 오신환 후보가 36.5%, 무소속 정동영 후보가 15.8%로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1위를 기록한 정태호 후보 측은 플랜카드를 거는 등 적극적으로 여론조사를 활용했다. 오신환 후보와 정동영 후보 측은 즉각 문제를 제기했다. 정동영 후보 측은 <리서치뷰>를 검찰에 고발했다. 여론조사 결과를 심각하게 왜곡, 발표해서 선거에 영향을 미친다는 주장했다. 
 
서울시 선관위 산하 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는 지난달 27일 "리서치뷰가 이번 조사에서 과거 총선과 대선 투표율로 '가중치'를 부여하는 방식을 쓴 것은 조사기관의 의지에 따라 조사결과를 심각하게 왜곡시킬 수 있다"고 판정했다. <리서치뷰>는 30대 연령대의 표본이 부족하자, 30명의 조사만 가지고 가중치를 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투표 결과는 어땠을까. 여론조사와는 다르게 새누리당 오신환 후보가 득표율 43.9%로 당선됐다. 새정치민주연합 정태호 후보(34.2%)와는 무려 9.7%p 차이였다. 정동영 후보는 20.15%의 득표율을 보였다.
 
▲ 지난 4.29 재보선 선거 벽보 ⓒ 뉴시스
‘여론’에 영향 받는 유권자
 
여론조사는 실제 유권자에게 많은 영향을 미친다고 알려졌다. ‘침묵의 나선이론’과 ‘벤드웨건 효과’ 등은 유권자의 심리를 대변하는 정치학 용어다.
 
침묵의 나선이론(the spiral of silence theory)은 보편적으로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생각이 자신의 생각과 비슷하다면 당당하게 말하고, 그렇지 않으면 침묵한다는 이론이다. 정치에선 이슈로 떠오른 후보가 대중적인 인기가 높을 때, 자신도 그 후보를 지지한다면 자신있게 이야기 할 수 있는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침묵한다는 것이다. 이는 소외당하기 싫어하는 심리와 승자와 동질성을 유지하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 있다.
 
여론조사를 토대로 1위를 달리는 후보는 이슈가 될 가능성이 높다. 겉으로 이슈가 된 후보자들의 지지자들은 결집할 수 있지만, 드러내지 않으면 결집이 이뤄지지 않는다. 여론조사 1위가 중요한 이유다.
 
또 ‘편승효과’로도 불리는 밴드웨건 효과(band wagon effect)는 많이 뽑힐 것 같은 유력한 후보에게 표를 던지는 현상을 말한다. 유권자들은 자신의 표가 사표(死표)가 되지 않기를 바라는 심리가 담겨있다. 자신이 행사한 한 표가 승리에 도움됐다는 안도감에 이기는 후보에게 투표한다는 이론이다. 즉, 여론조사에서 1위로 떠오른 후보는 당선이 유력해 보일 수 있다. 유권자들은 이 후보에게 표를 던질 수 있다는 이론이다.
 
이처럼 대중적 인기를 반영하는 여론조사는 유권자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여론조사 방식이 그다지 신뢰가 가지 않는다는 시선이 있다. 실제로 여론조사는 응답률 10%를 넘기기 어렵다. 
 
표본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오류가 생기기도 한다. 보통 여론조사는 KORA DB(KT번호)를 대상으로 한 ARS 방식과 RDD방식으로 진행한다.
 
ARS은 집 전화를 통해 조사하는 방식으로 가장 흔한 여론조사 기법이다. 이 경우 받는 사람들은 보통 노년층이거나 주부일 가능성이 높다. 때문에 경제활동인구인 20대~50대 유권자들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을 때가 많다. 현실적으로 모집단이 전체를 대변하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다. <리서치뷰>의 여론조사 경우에도 표본 확보가 쉽지 않아 ‘가중치 방식’을 적용한 게 문제가 됐다.
 
또 ARS 전화는 한국조사협회(KORA)에 등재된 KT전화번호부를 이용한다. KORA에 대한민국 인구의 2/3가 등재되지 않았다. 특히 고학력층이나 화이트칼라가 전화번호부에 등록하지 않아 선거 결과를 예측하기 힘들다는 분석도 있다. 
 
ARS에 대한 단점을 보안하기 위해 2012년 대선을 전후로 RDD 방식이 나왔다. RDD는 Random Digit Dialing의 준말로 ‘임의전화걸기’다. 전화번호에 지역번호, 국번을 제외하고 마지막 4자리를 컴퓨터로 무작위 생성, 전화를 걸어 조사하는 방식이다. 전화번호를 무작위로 생성하기 때문에 전화번호부에 등록되지 않은 번호까지 전화 조사를 진행한다. 
 
RDD로 전화번호를 생성하면 결번, 타지역 거주자, 사업체 등 ‘비적격 전화번호’가 다수 포함된다. 일반 여론조사보다 조사비용이 50%이상 많다고 알려졌다.
 
같은 후보일지라도 KORA에 등재된 전화를 이용해서 ARS 여론조사를 실시하는지, RDD방식으로 진행하는지에 따라 지지율이 최대 20%이상 차이가 나기도 한다.
 
국민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김학량 교수는 최근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통계학은 제대로 된 모집단이 중요하다. 모집단이 대표성을 유지하면 결과는 어느 정도 정확하게 나오기 마련이다”라며 “문제는 그 대표성이 유지되기 힘들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 같은 경우엔 개인정보 문제 때문에 휴대폰으로 여론조사를 하는 것은 쉽지 않다”며 “그래서 보통 집 전화로 하게 되는데 그렇게 되면 노년층이 주 대상이 된다. 젊은 층은 상대적으로 표본 확보가 힘들다. 그래서 대표성이 흔들린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보궐선거에서 시행되는 여론조사는 거의 맞지 않는다. 여론조사는 100% 투표하는 상황을 가정한다. 보궐선거는 투표율이 상대적으로 30~40%정도로 낮기 때문에 맞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한편 김 교수는 빅데이터 조사 방법에 대해서 “우리나라에서 가능하지 않은 이야기”라며 “미국은 가가호호 방문할 수 있다. 그래서 빅데이터 분석이 가능하다”라며 “우리나라 같은 경우는 조사하려면 신용카드, 우편, 카카오톡 등을 추적해야 하는데 개인정보 보호 때문에 쉽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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