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보선 끝, 공무원연금 개혁도 끝…'세월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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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보선 끝, 공무원연금 개혁도 끝…'세월호'는?
  • 박근홍 기자
  • 승인 2015.05.04 11: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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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르포>"이제 질린다"…텅 빈 광장, 세월호는 관심 밖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박근홍 기자)

"세월호요? 이제 그만 좀 합시다. 기분 좋게 나들이 나왔는데 왜 그런 걸 물어요."

▲ 세월호 희생자들을 향한 시민들의 약속 ⓒ 시사오늘

'잊지 않겠다'던 약속이 잊혀간다. 295명의 소중한 생명을 차가운 바다 속에 몰아넣은 '세월호'는 아직도 가라앉아 있다. 실종자 9명의 생사는 여전히 알 수 없다. '가만히 있으라'는 지시를 내린 선장 한 사람에게 사형 선고를 내렸을 뿐 진상규명은 요원하다. 광화문에서 농성을 벌이던 유가족들은 해산됐다. 정부는 '세월호법 시행령안'을 내놓았으나 유가족들의 공분을 샀다. 국민들은 '이제 그만하라'고 말한다.

정치권을 뜨겁게 달군 4·29 재보궐선거가 막을 내렸고, 말도 많고 탈도 많던 공무원연금 개혁도 끝을 향해 가는 눈치지만 '세월호 참사'는 1년여가 흐른 지금도 마무리 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안전 불감증'부터 '관피아'까지 우리 사회의 민낯을 역력히 보여준 '세월호 참사'는 그렇게 관심 밖의 일이 되고 있다.

따뜻한 봄날, 4일 오전 서울 광화문 광장은 연휴를 즐기는 시민들로 북적였다. 꽃들은 어여쁜 자태를 드러냈다. 견학 나온 여고생들의 깔깔거리는 웃음소리가 광장을 가득 채웠다. 엄마 아빠를 향해 아장아장 뛰어가다 그만 넘어져버린 아이의 울음소리마저 행복하게 들리는 풍경이었다.

▲ 폴리스 라인 푸는 경찰 ⓒ 시사오늘

그러나 다른 의미에서 '광장'은 텅 비었다. 세종대왕상 앞에서 천막을 치고 농성을 벌이던 '유민 아빠' 김영오 씨를 볼 수 없었다. 경찰들은 노란 폴리스 라인을 해체하고 있었다.

▲ 빈 천막 ⓒ 시사오늘

정부의 '세월호법 시행령안'을 폐기하라며 시민들의 서명을 받던 자원봉사자들도 보이지 않았다. 열려있던 천막은 굳게 닫혔다.

'세월호 참사'에 대한 사람들의 마음도 굳게 닫혔다. 이날 기자와 만난 한 시민은 세월호법 시행령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질문을 던지자 "세월호요? 이제 그만 좀 합시다. 기분 좋게 나들이 나왔는데 왜 그런 걸 물어요"라며 핀잔을 줬다.

▲ 세월호 희생자를 추모하는 시 ⓒ 시사오늘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시인들의 '시'가 텅 빈 광장 한켠을 대신 채웠다.

▲ 파란 박스 안에 정리된 피켓들 ⓒ 시사오늘

'세월호를 인양하라', '공정성과 중립성이 보장된 세월호법 시행령을 제정하라'는 '노란' 피켓은 차가운 '파란' 박스 안에 놓여있었다.

'세월호 사랑방'을 지키고 있던 한 시민은 기자에게 말했다. 

"시민들의 관심이 필요하다. 아직 끝나지 않았는데, 다들 그만하라고 말한다. 나는 세월호가 인양되고 진상규명이 끝나는 날까지 포기하지 않겠다. 우리는 '세월호 참사'의 증인이 돼야 한다."

▲ 세월호법 시행령안 폐기를 주장하는 현수막 ⓒ 시사오늘

그러나 광장은 닫히고 있다. 다시 '세월호'로 눈을 돌려야 하지만, 사람들은 마음을 닫았다. '늦은 가을이, 옷깃을 여미고, 조용히, 한숨을 쉬고 있다'는 최인훈 作 <광장>의 한 구절이 생각나는 봄날의 광화문 광장 풍경이었다.

'늦은 봄이, 마음을 닫고, 조용히, 한숨을 쉬고 있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隨緣無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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