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BIG4 ②>품 속에 숨긴 비장의 무기…4위의 반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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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BIG4 ②>품 속에 숨긴 비장의 무기…4위의 반란
  • 박시형 기자·서지연 기자
  • 승인 2015.05.17 09: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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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4 인정 싫어도 일부 지표 따라 업계 1위 등극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박시형 기자·서지연 기자)

4위의 반란은 거셌다. 이따금 넘버원 자리를 힐끗거리기도 했다. 4위라서 더 악을 쓰고 달려드는 듯 보인다. 이들은 빅4의 패자(敗者)라기보다 도전자였다.

하나은행, 우여곡절 끝 빅4…조기통합 이슈에 향방 오리무중

하나은행을 빅4에 두기엔 사실 무리가 있었다. 총자산이나 순이익, 건전성, 순이자마진(NIM), BIS 자기자본비율, 대출규모 등 은행을 비교하는 지표 중 어느 것 하나 세 은행보다 나은 것이 없었다. 격차도 많이 나는 편이다.

그런데 외환은행이 가세하면 분위기가 반전된다. 하나은행이 외환은행을 인수한 2012년 총자산(금융감독원 경영정보시스템 자산 총계 기준)의 합은 260조4795억 원으로 KB국민은행에 이어 2위 규모였다.

2013년(269조5318억 원)과 2014년(284조7922억 원)에는 2년 연속 자산 규모 1위(양행 합산)에 랭크됐다.

▲ 하나금융그룹은 지난해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조기통합을 발표했다. ⓒ뉴시스

같은 방식으로 합산한 순이익도 국민, 신한, 우리은행에 전혀 뒤지지 않는다. 2013년 신한은행은 1조3730억 원을 벌어들이며 순이익 1위를 가져갔는데 이때 하나-외환은행은 1조1505억 원의 순이익을 올렸다.

2014년 역시 신한은행이 1조4552억 원을 기록할 때 1조2212억 원을 벌어 국민은행(1조2139억 원)을 근소한 차이로 따돌렸다.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자산을 통합하면 해외진출 성적도 은행권 1위다.

2014년 말 기준 하나-외환은행의 해외점포 수는 41개로 전체 162개의 25%나 차지한다. 이에 하나금융은 오는 2025년까지 ‘글로벌 비중 40%’라는 목표도 세웠다.

그러나 향후 도입될 계좌이동제나 핀테크, 인터넷 전문은행 등 금융시장의 변화로 수익성 유지 난항이 예상되자 하나은행은 사상 최대의 결정을 내리게 됐다. 5년간 경영권을 보장했던 외환은행과 하나은행을 통합하기로 한 것.

양행 통합은 최초 언급 후 10개월째 공방을 이어가며 게걸음 중이다. 햇수로 2년째 이어지는 노동쟁의에 외환은행 실적은 감소하고 있다. 어떤 식으로든 결론이 나지 않으면 하나은행은 다시 ‘빅4’에서 낙오될 수밖에 없다.

금융권 관계자는 “저금리로 인해 수익성이 악화되는 상황에 다른 은행은 사활을 걸고 영업하고 있지만 하나은행은 그렇지 못하다”며 “내부적으로 갈등이 발생하면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생보업계, 삼성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 + 농협생명(?)

삼성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으로 '빅3' 구도를 형성했던 생보업계는 농협생명의 돌풍으로 판도가 흔들리고 있다. 농협생명은 업계 2, 3위인 한화와 교보생명의 시장점유율을 바짝 쫓아 온 데다가 초회보험료는 부동의 1위 삼성생명을 앞질렀다.

2013 상반기 보험료 수익 기준 생보업계 시장점유율은 △1위 삼성생명(23.6%) △2위 한화생명(12.8%) △3위 교보생명(11.1%) △4위 농협(9.5%) 순이다.

경쟁자들을 따돌리고 일인자 위치를 공고히 하겠다는 ‘초 격차 전략’을 내세웠던 삼성생명은 즉시연금 수요 축소 여파로 보험료수익이 큰 폭으로 줄면서 점유율이 하락했다.

삼성생명의 보험료 수익은 11조4290억 원으로 전년(13조477억 원) 대비 12.4% 감소했으며 점유율은 24.8%에서 23.6%로 1.2%포인트 하락했다. 한화생명 점유율은 12.8%(0.7%포인트↑), 교보생명 점유율은 11.1%(0.5%포인트↓)이다.

이 가운데 2012년 후발주자로 뛰어든 NH농협생명의 무서운 추격이 눈에 띈다. 농협생명은 4조 5998억 원으로 시장점유율 9.5%를 차지하며 기존 ‘빅3’ 구도에서 ‘빅4’ 구도로 새롭게 형성했다.

농협생명은 지난해 9월 말 기준 초회보험료 수입 2조9988억 원으로 업계 1위를 기록, 2위 삼성생명(1조9580억 원)과 1조 원 이상 차이를 냈다. 한화생명(1조454억 원)과 교보생명(8932억 원)도 크게 앞질렀다.

신계약 건수에서도 생보업계 1위로 올라섰다. 농협생명의 신계약 건수는 158만4284건(24조6995억 원)으로 삼성생명(154만3185건·57조5297억 원)을 넘어섰다. 농협생명의 신계약은 모두 개인보험으로, 개인보험 신계약 건수 2위인 삼성생명(91만6004건)보다 약 62만 건 많다.

만 3년도 안 되는 짧은 시간 내 농협생명이 큰 성장을 보인 것은 단위 농협을 활용한 방카슈랑스 영업 덕분으로 분석된다.

정부는 농협생명 출범 당시 개별 은행에서 판매하는 특정 보험사 상품 비중이 25%를 넘을 수 없도록 한 ‘방카슈랑스 25% 룰’ 적용을 5년간 유예했다. 덕분에 농협생명은 올 들어 9월까지 전체 초회보험료 수입의 95.3%를 방카슈랑스 채널을 통해 거둬들였다. 농협생명이 방카슈랑스를 통해 벌어들인 초회보험료는 2조8581억 원으로 삼성생명(1조2706억 원), 한화생명(6552억 원), 교보생명(5312억 원)을 모두 합한 것보다 많다.

그러나 농협생명을 ‘빅4’로 보지 않는 시각도 많다. 2017년 2월 말부터 농협생명도 방카슈랑스 룰 적용을 받으면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이에 대해 농협생명은 “2012년 출범 이후 조직안정과 IT 인프라와 선진화, 채널별 경쟁력 강화에 힘써왔다”며 “2014년 수입보험료 기준 업계 4위지만 무리하게 채널을 확대해 양적 성장을 도모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장기적 관점에서 지속성장을 위한 방안을 수립하고자 중장기 손익 위주의 발전방향과 전략을 수립했고 수행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 생명보험업계는 NH농협생명을 빅4로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다. ⓒ뉴시스

손보업계, 삼성화재 독보적 1위…치열한 2위 각축전

국내 손보업계는 삼성화재가 압도적인 1위를 달리고 있는 가운데 2위 자리를 놓고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2015년 1월 당기순이익은 △1위 삼성화재(914억6300만 원) △2위 동부화재(290억5700만 원) △3위 현대해상(205억2800만 원) △4위 LIG(205억1400만 원) 순이다. 지난해 당기순이익 역시 삼성화재가 7966억을 기록해 2위 동부화재(4003억)를 2배 가까이 따돌렸다.

국내 손보업계 독보적 1위인 삼성화재는 국내시장으로는 부족한 모양새다. 해외시장 진출을 선언한 삼성화재는 글로벌 초일류회사로 도약을 목표로 내세우고 해외사업에서 가시적 성과를 낼 수 있게 전문 인력을 확대하고 프로세스를 강화했다.

그동안 손보업계 2위 자리를 놓고 현대해상과 동부화재, 2곳이 각축전을 벌여왔다. 실적만 놓고 보면 차이가 크지 않다. 기준에 따라 순위도 엎치락뒤치락한다. 여기에 KB금융 품에 안긴 LIG손보도 가세하면서 2위 경쟁이 한층 더 복잡해졌다.

보유보험료를 기준으로 봤을 땐 현대해상이 확고한 2위로 자리매김한 모양새다. 2014년 3분기(1~9월) 별도 실적 기준 보유보험료는 현대해상이 7조6304억 원으로 동부화재(7조4530억 원)를 1774억 원 차이로 따돌렸다.

당기순이익만 놓고 보면 동부화재가 앞서고 있다. 2014년 3분기 기준 실적을 보면 동부화재는 3233억 원으로 현대해상(1691억 원)을 멀찌감치 따돌렸다. 과거 실적을 살펴봐도 결과는 크게 다르지 않다. 동부화재는 2000년대 들어 2003년을 제외하고는 줄곧 현대해상보다 당기순이익에서 앞서왔다.

자동차보험 시장에서는 박빙이다.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자보시장 시장점유율은 동부화재 16.9%, 현대해상 16.4%로 거의 차이가 없다.

다만 현대해상은 하이카다이렉트와 통합 시 시장점유율이 20%에 육박해 자보시장 판도에 적잖은 변화가 예상된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현대해상 16.4%, 하이카다이렉트 3.3%이다.

현대해상 관계자는 “확정은 아니지만 7월 1일경 통합이 예상된다”며 “통합되면 동부화재 점유율을 충분히 따라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4위 주저앉았지만…1등 DNA 품은 현대카드

카드업계의 빅4는 2011년 KB카드 출범으로 시장 재편성이 이뤄졌다. 그 결과 지난 2014년 신한카드(19.85%), KB국민카드(13.77%)는 점유율을 유지한 반면 삼성카드(12.10%)와 현대카드(10.68%)는 소폭 하락했다. (체크카드 포함)

2등 전략을 공공연히 드러내며 고공행진 하던 현대카드가 불과 1~2년 새 경쟁에서 밀려 4위까지 주저앉아버린 것이다. 카드사 빅4 점유율이 유지되는 것으로 미뤄볼 때 사실상 현대카드의 고객이 타 카드사로 옮겨간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지난해 말 현대카드 회원 수는 2013년에 비해 300만 명 줄어든 677만 명이다.

업계에서는 지난 2013년 6월 출시한 챕터2를 원인으로 꼽는다. 챕터2는 기존 22개로 분산됐던 카드를 7개로 대폭 줄이고 서비스를 단순화한 상품이다.

카드업계 한 관계자는 “현대카드가 챕터2 출시 후 힘이 빠진 것은 사실”이라며 “전략 수정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현대카드에서 1위 DNA가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현대카드가 하면 트렌드가 된다.” 현대카드만 할 수 있는 최고의 전략이다.

현대카드는 연회비 100만 원의 슈퍼프리미엄 카드를 최초로 출시했고, 처음으로 카드 플레이트에 디자인을 입혔다. 지금은 약점으로 평가되는 단순화 전략도 당시에는 업계의 룰을 바꿀 정도였다. 그리고 초대형 공연으로 자리 잡은 슈퍼콘서트도 현대카드 전략의 한 축을 맡게 됐다.

그러자 현대카드 회원들은 카드 사용을 아끼지 않았다. 1인당 카드사용액은 다른 카드사의 두 배 수준인 월 80만 원을 웃돌았다. 양의 1위가 아닌 질의 1위를 달성한 셈이다.

정태영 사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연회비와 회원 심사 기준을 낮추고, 지점 수를 늘리면 점유율 1위를 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가 원하는 1등은 아니다”며 “그런 의미에서 현대카드의 실제 시장점유율은 매우 높다”고 자평했다.

현대카드가 지금처럼 내실을 차곡차곡 다진다면 지금은 비록 4위 일지라도 업계 1위가 꿈같은 일이 아님은 분명하다.

담당업무 : 시중은행 및 금융지주, 카드사를 담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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