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숙 표절 의혹으로 본 한국 문학의 자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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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숙 표절 의혹으로 본 한국 문학의 자화상
  • 홍세미 기자
  • 승인 2015.06.20 00: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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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필담>베스트셀러 작가 신경숙, 표절 의혹…조용한 문인들
성과·결과 중심에 물든 한국문학, "독창성은 어디에"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홍세미 기자)

▲ 신경숙 작가가 표절 의혹에 휩싸였다 ⓒ뉴시스
한 편의 글이 우리나라 문학계를 발칵 뒤집었다. 모두가 쉬쉬하던 응어리를 바늘로 콕 찔러 터트렸기 때문일까. 
 
소설가 이응준씨는 지난 10일 <허핑턴포스트코리아>를 통해 신경숙씨가 일본작가 미시마유키오를 표절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신씨가 1996년 발표한 <우국>의 일부 내용이 미시마유키오의 <전설>과 비슷하다는 것.
 
신씨는 표절 혐의로 검찰에 고발당했다. 현택수 한국사회문제연구원장은 신씨의 표절 대목을 업무방해와 사기 혐의로 19일 고발했다.
 
베스트셀러 작가 신경숙
 
신경숙은 ‘베스트셀러’작가다. 가장 유명한 <엄마를 부탁해>는 200만 부 이상이 팔렸다. 흥행은 책에서 그치지 않고 연극으로도 만들어졌다.
 
신경숙의 표절 의혹에 대해 우리나라 문학인들의 입은 무겁다. 시원하게 말하는 이가 없다. 표절 의혹에 대한 판단은 비전문가인 독자의 몫이다. 이번 사건도 이응준 작가가 밝히지 않았다면 조용히 묻혔을 것이다. 
 
미시마유키오의 <우국>은 꽤 유명한 작품이다. 문학인이라면 한 번 쯤 접해봤을 소설이다. 표절 의혹을 제기한 이응준 작가는 한국 문인들이 이 작품을 모를 리 없다고 설명했다. 이 작가는 한국문인들은 이를 알았지만 신 작가의 표절을 눈감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모두가 '침묵의 공범'으로 전락했다고 밝혔다. 
 
의혹 일어도 조용히 넘어갔다…판단은 독자들 몫
 
사실 신경숙의 표절 의혹은 15년 전 제기됐다. 정문순 문학평론가는 2000년 <문예중앙> 가을호를 통해 <전설>이 <우국>의 모티브는 물론, 내용과 구조면에서도 유사하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또 2008년 <엄마를 부탁해>와 2010년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의 일부가 독일 작가 루이제 린저의 소설 <생의 한가운데>와 비슷하다는 주장도 있었다.
 
하지만 이들 모두 ‘조용히’ 지나갔다. 표절 의혹이 제기돼도 판단은 독자가 했다. 전문가가 이를 풀어주지 않았으니 의혹은 그저 의혹으로 남았다. 이후엔 표절 논란이 마치 없었던 일처럼 신경숙 작가의 인기는 지속됐다.
 
표절 의혹은 작가에게 치명적이다. 작가 생활이 위태로워지기도 한다. 의혹이 있다면 풀어줘야 하는 게 전문가들이 할 몫이다. 하지만 이런 치명적인 오점이 이제까지 논란 없이 지나갔다. 주변 문인들이나 비평가들이 신경숙 작품에 대해 무관심했거나, 표절 여부를 밝힐 수 없을 정도로 무능했기 때문일까.
 
문인들, 대형 출판사 눈치 보기?
 
전문가들은 왜 언급하길 꺼려할까. 익명을 요청한 한 신예 작가는 20일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문인들이 대형 출판사 눈치를 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1990년대에서 2000년대로, 활자시대에서 디지털시대로 넘어오면서 출판계는 큰 위기를 맞았다”라며 “조그만 출판사나 서점은 살아남을 수 없게 됐고 큰 회사만 남았다”고 말했다.
 
그는 “큰 회사는 순수 문학보단 대중적인 작품을 선호한다. ‘스타 작가 양성’도 중요하다”라며 “이런 구조기 때문에 작가들은 순수 문학을 살리기보단, 상업적인 소설을 쓴다”고 언급했다.
 
이어 “또 대형 출판회사에 밉보이면 작가로서도 힘들다”라며 “신경숙같은 스타 작가는 다를지 모르지만, 다른 작가들과 출판사와의 관계는 ‘갑과 을’이다. 창작과 비평은 우리나라에서 손꼽히는 대형 출판사다. 이 회사에 밉보이면 작가생활이 힘들기 때문에 나서지 않는 이유도 있다”라고 설명했다.
 
문학도 ‘스펙’…순수 문학은 어디에
 
활자시대에서 디지털시대로 넘어오면서 작은 출판사들이 없어지고 대형 회사만 남았다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대형 출판사들이 이익을 챙기기 위해 문학은 점점 상업적으로 변하고 있다. 순수 문학의 창의성과 독창성을 살리기보단 인기를 끌기 위한 작품이 많아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문학이 결과와 성과에 의해 평가되면서 ‘표절’에 대해서도 무뎌지고 있다.
 
이같은 구조는 작가를 양성하는 대학 문예창작과 입시 과정도 변했다. 문예창작학과는 취업률이 낮다는 이유로 통폐합되거나 사라지는 경우도 있다. 또 해가 갈수록 실기 전형인 ‘글쓰기’보단 영어나 수학 등 수능과 내신 점수를 보는 학교가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문학계의 한 관계자는 이날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문인을 양성하는 문창과부터 취업률이 낮다는 이유로 통폐합되고 없어진다. 또 문창과에 글쓰는 재주보단 성적 좋은 학생들을 뽑는다는 방침이 안타깝다"며 "순수 문학의 창의성보단, 성과나 결과 위주로 흐르고 있다. 신경숙 표절 의혹도 이와 마찬가지다. '잘 팔리면 그만'이라는 마음이 논란을 키운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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