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잘하려면 뭐해야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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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잘하려면 뭐해야 돼?"
  • 유재호 자유기고가
  • 승인 2008.12.31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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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호의 영어 이야기
영어 강사를 하면서 주의사람들에게 이런 질문을 많이 듣는다.
"영어 잘하려면 뭐해야 돼?"

식상하고도 추상적인 질문이긴 하나 이렇게 대답해준다.
"일단 자막 끄고 영화부터 봐. 그리고 그 대사를 따라해."

그럼 이런 질문이 따라오게 마련이다.
"TOEIC, TOEFL은 안 해도 되냐?"

답은 간단하다.
"시험 볼 것 아니면 하지 마"

사실 영어를 잘하고 싶은데 방법을 잘 모르거나 잘못된 방법을 알고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또한 유창한 영어 실력을 위해 공부를 하고 싶은데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몰라서 그냥 토익학원이나 회화학원을 다니는 경우가 있다.

영어를 잘하기 위해서는 일단 영어환경의 노출 빈도수를 늘릴 필요가 있다. 하지만 한국에서 한국말로 사회생활을 하는 이상 많이 힘든 것이 사실이다. 회화 학원을 다니면서 외국인과 대화를 하더라도 원어민과 1:1로 대화할 시간은 많지도 않을뿐더러 그 시간 또한 매우 한정 돼 있다.

원어민과의 과외라 할지라도 노출의 시간과 다양성의 제약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한사람의 억양과 발음에만 의존하면 발전이 더딜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럼 이런 노출 빈도수와 다양성을 늘리기 위한 방법에는 무엇이 있을까? 바로 영화다. 영화 안에는 하나의 삶이 담겨있다. 사상과 스타일이 있고 크게 하나의 문화가 자리 잡고 있다.

또한 영화를 통한 간접경험으로 인한 다양한 상황을 맞이하게 된다. 그럼 영화를 영어로 듣고 보기 만해도 영어가 늘 수 있을까? 물론 늘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굉장히 많이 걸린다. 영화를 집에 앉아서 하루 종일 보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 하다.

노출 빈도수를 늘리기 힘들면 그 효율성을 강화해야 한다. 즐기면서 듣고 보는 것만으로도 기억 속에 오래남지만 사실상 말을 하면서 직접 체험하는 것이 더욱 큰 효과를 가져다준다. 또한 온몸을 던져서 대사들을 따라하게 되면 미국에서 생활 하는 것보다 상대적으로 적은 노출 양에도 불구하고 더 효율적으로 영어를 습득할 수 있다.  

이처럼 주인공의 대사를 듣고 따라하는 것으로 구체적으로 무엇을 얻을 수 있는지 알아보자.

첫 번째로 Listening Skill을 발전시킬 수 있다. 긴 문장을 듣고 따라하는 훈련을 하다보면 그 장면을 다시 봤을 때 더 잘 들리는 현상을 느낄 수 있다. 더 깔끔하고도 또박또박 그 문장이 들린다. 문장을 따라 하기 위해서는 들을 때 집중을 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한 영화 속에서는 한가지의 억양과 목소리만 존재하지 않는다. 여러 가지 억양, 작은 속삭임, 괴성, 특이한 말투, 알아듣기 힘든 발음 등 다양한 목소리들을 들으려고 노력하다보면 TOEIC, TOEFL Listening Part 는 아주 우습게 느껴질 것이다.  

두 번째로 단어나 숙어 더 나아가서 문장의 한국말 뜻이 아닌 상황 자체를 몸으로 습득하게 된다. 기존 학습법에서는 단어의 한국말 뜻을 무작정 외우게 한다. 흔히들 들고 다니는 10000단어 20000단어 책. 하지만 이중에서 우리 머릿속에 들어있는 단어의 개수가 몇이나 될까? 5%나 되면 다행이다.

시험을 보기 위해 외운 단어는 그 다음날 되면 반 이상을 까먹고 또 그 다음 날이 되면 80% 이상을 까먹는다. 또한 그렇게 해서 몇 개 남은 단어들은 막상 상황이 닥치면 입에서 떨어지지도 않는 것이 현실이다. 그 상황에 맞게 단어나 숙어를 쓰는 훈련이 안 돼 있기 때문이다. 

실례를 들어보자. Treat 이라는 단어를 외울 때 많아야 1번 2번 3번 뜻인 다루다, 간주하다, 치료하다 까지 외울 것이다. 하지만 미국 바이어가 저녁 먹기 전에

"This is my treat."

하면 속으로 당황 할 수밖에 없다. 바이어가 의미한 Treat의 뜻은 사전에서 5번은 돼야 나오는 '대접하다'란 뜻이고 이를 시험보기 위해 외울 가능성이 아주 적기 때문이다. 마치 외국인한테 '오늘 밥은 내가 쏠게' 라고 하면 의아해 하듯이 말이다. 하지만 영화를 통해 상황들을 직접 체험하다 보면 저런 상황들은 흔히 접할 수 있던 상황이기 때문에 전혀 당황하지 않게 마련이다.

영화를 보면서 말을 알아듣지 못하더라도 상황 자체는 이해할 수 있다. 주인공이 하는 행동 느끼는 감정을 통해서 어느 정도 전체적인 감을 잡을 수 있다. 이런 장면을 보면서 주인공이 내뱉는 말과 매치 작업을 통해 세부적인 내용을 이해해 나가는 것이다.

요컨대 필자는 영화 '적벽대전'을 보던 중 거기에 나온 중국말이 너무 멋있어서 중국말을 듣고 따라 하기를 해봤다. 조조가 손권의 항복거부 서신을 보고 화가나 사신을 바라보며 중국말로 "퇴사신 자라~"라고 외치는 장면이 있다. "저 놈을 잡아 죽여라"라는 의미임이 명백하게 파악됐고 내 머릿속에 자연스럽게 상황과 함께 축척되게 됐다.

상황을 더 잘 기억하려면 듣고 따라 하면서 해야 할 일이 있다. 바로 등장인의 동작과 감정까지도 따라 하는 일이다. 등장인의 동작과 감정과 얼굴표정까지 따라하면서 원어민의 동작과 감정과 표정을 자연스럽게 채화한다. 미국 사람들과 한국 사람들의 동작과 표정은 엄연히 다르다.

한국 사람들에 비해서 손동작이 현저하게 많으며 더욱 다양한 얼굴표정을 사용한다. 하지만 이런 것들은 옆에서 직접 보고 몸으로 익히기 전까지는 따로 배우기가 힘들다. 학생들에게
"이런 상황에서는 이렇게 찡그리는 표정을 하면서 손을 양옆으로 쫙 벌리도록 해."
이렇게 말할 수는 없지 않겠는가? 이런 것들은 몸소 따라하면서 습득해야지만 얻을 수 있는 것들이다.

또한 온 몸을 던져서 문장 따라 하기를 하면 그만큼 그 상황이 기억에 더 남게 되는 현상을 경험한다. 과학적으로도 증명이 된 사실이지만 몸을 많이 쓰면서 말을 할 때 제일 기억에 많이 남는다. 그러니 방안 구석에서 스트레스 받아가면서 단어 책과의 사투를 벌일 필요가 없는 것이다.  

이렇게 듣고 따라 하기를 잘하는 학생이 영어를 잘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며칠 전에 친한 친구 함 뒤풀이에서 그 사실을 확신하게 됐다. 그 친구는 원래 미국 사람들의 특유의 억양 흉내 내는 것이 취미였다. 흉내 내는 것을 좋아하는 것뿐만 아니라 꽤 비슷하게 미국 사람들을 흉내 내곤했었다.

유학생활을 오래했지만 미국에 있을 때 한국말을 많이 쓴 터라 발음은 괜찮았지만 영어가 굉장히 짧았다. 하지만 뒤풀이에서 술에 취한 그 친구가 갑자기 한 1시간동안 영어를 쓰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놀라운 것은 그 영어가 굉장히 유창했다는 것이다. 그 친구얼굴을 안보고 있으면 백인 아저씨가 술 마시고 꼬장? 부리는 줄 착각할 정도 였으니 말이다.

술 마시고 두려움이 없어지자 그동안 쌓여있던 영어가 한꺼번에 나온 것이었다. 흉내 내기의 효과를 다시 한 번 확인한 순간이었다. 
듣고 따라 하기를 수천 번 반복해서 몸에 인이 배기게 되면 머리에서 생각할 틈도 없이 몸이 먼저 반응을 하고 무의식적으로 말을 내뱉게 된다.

필자가 가르치는 학생 중에서 친구들과 부딪혔을 때 즉각 "Ouch"라고 외치는 학생들을 많이 봤다. 이것은 머리로만 영어를 습득했을 때는 나오기 힘든 반응이다. 또한 상황에 맞게 자연스럽게 영어를 구사 할 수 있게 된다.    

한 어머니께서 학원에서 영어의 노출량이 얼마나 많으면 학생이 자면서 영어로 잠꼬대를 할 정도라 했다. 이 얘기를 듣고 웃으며
"그 얘기에는 동의합니다. 사실 저도 유학 생활을 10년이 넘게 했지만 한 번도 영어로 꿈을 꿔 본적이 없었습니다. 책에서나 유학 가서 영어로 꿈꾼다는 얘기를 들었을 뿐 제 주위의 유학생들도 경험하기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학원에서 일하고 3개월 만에 영어로 꿈을 꾸었습니다. 그만큼 듣고 따라 하기를 지겹도록 하고 하루에 6시간동안 영어 환경에 노출 돼 있던 것이 더 효과가 좋았던 것입니다."
라고 말씀드렸다. 사실 창피하지만 비싼 돈을 주고 유학을 가서도 외롭다는 이유로 한국 사람들끼리 뭉쳐 다니면서 영어보다 한국말을 많이 쓴 기억이 있다. 미국 방송대신 한국 비디오를 빌려보며 가을동화의 원빈의 패션이 멋있느니 어쨌느니 라고 한국말로 토론을 했던 적도 있다. 

지금 생각해보면 후회가 많이 되고 유학이라는 것이 정말 투자가치가 있었는가 하고 스스로 물어보기도 한다. 조기 유학으로 인해 얻을 수 있는 것도 많고 미국의 문화에 동화되어 미국 환경에 완벽히 노출된 학생들도 있겠지만 유학생 중 90%이상이 필자와 같은 경험을 해 본적이 있을 것이다.

어설픈 나이에 유학을 가서 정체성의 혼란을 겪어본 학생들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영어를 한국에서만 제대로 해도 충분히 원어민처럼 할 수 있다. 그런 학생들을 학원에서 많이 봐왔고 그렇게 되고 있는 학생들도 많이 보고 있다. 유학을 결심하고 거액을 투자하기 전에 반드시 한 번 더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유재호 (서초 Toss English 영어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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