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관계와 통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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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관계와 통일
  • 장석창 자유기고가
  • 승인 2008.12.24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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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정권교체기를 즈음한 북미관계의 진전은 북핵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도 필요한 일이며 환영할 만한 상황이다. 미국의 차기행정부에서도 북미핵협상과 북미관계의 원활한 소통이 예상되고 있다.
▲     ©시사오늘

내년부터 본격화될 북핵 3단계 협상은 핵폐기와 북미수교, 평화협정 등을 놓고 벌이는 빅딜게임이 될 수밖에 없는 구조이어서 북미관계 진전의 속도가 예상보다 빠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물론 북한이 핵폐기 협상에 성실하게 응하고 북핵문제가 순조롭게 진행된다는 전제 하에서다.
통미봉남. 요즘 남북관계를 두고 유행하는 말이다. 북미 양국 관계는 열려 있는데, 남북관계가 막혀 있는 상황을 말한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남북관계가 경색국면을 넘어 가파른 대치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북은 10.4선언 이행을 요구하며 대남 압박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고 이명박 정부는 ‘기다리는 것도 전략’이라며 의연하게 버티고 있다. 더 이상 ‘퍼주기’와 ‘끌려 다니기’를 하지 않겠다는 확고한 입장이 북한의 변화를 가능하게 한다는 믿음에 기초하고 있다.

금강산관광의 중단과 개성공단의 폐쇄에도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않은 것과 차제에 바닥까지 가서 새로 시작해야 한다는 ‘바닥 불사론’이 그 대표적인 모습들이다.
남-북-미 삼각관계는 상호작용에 따라 결정된다. 북한에 대한 테러지원국 해제에 이어 북미관계는 활성화 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미국의 상황에서 당분간 경제위기의 터널을 빠져나와야 한다.

외교적으로는 중동의 여러 문제에서 즉각적인 성과를 거두기도 쉽지 않다. 북핵문제는 오바마 행정부가 단기적으로 가시적인 성과를 거둘 수 있는 부분이 아닐 수 없다. 내년 초 출범하는 오바마 정부는 일찍이 북한과의 양자협상과 '강인하고 직접적인 외교'를 강조해왔다.

독재 국가의 지도자와도 조건 없이 만날 수 있다는 오바마의 입장은 당선 이후에도 변함이 없을 듯하다. 당선 직후 공개된 '오바마-바이든 플랜'에서도 미국은 북한과의 직접 양자협상을 통해 핵문제를 해결할 것임을 강조하고 있고, 오바마 당선자의 싱크탱크인 미국진보센터(CAP)의 제안서에는 취임 100일 이내에 고위급 특사를 북에 파견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2000년 클린턴 대통령의 임기 말에 성사되었던 북미 고위급 상호 방문과, 불발되었던 북미 정상회담이 다시 추진될 가능성마저 충분하다. 북한 역시 미국의 적극적 협상 의지에 응해야 할 충분한 이유가 있다.

지난 2000년의 실패의 경험을 뼈저리게 실감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도 민주당 정부와의 진지한 대타협을 무조건 거부하기 힘들 것이다. 특히 건강이상과 후계구도에 신경 써야 할 대내적 상황과 2012년 강성대국의 가시적 성과를 내야 할 정치적 환경도 북한으로 하여금 미국과의 협상에 나서게 할 주요한 요인들이다.
 
북미대화, 한국입장 배제하긴 어려워

북한은 지금 남북관계의 전면 차단을 경고하며 대미접근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로 인해 지금의 우리 정부도 한미공조를 통해 통미봉남을 무력화시키겠다고 말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오바마 정부가 적극적인 북미대화를 추진하면 한국은 대책 없이 끌려가면서 '왕따'가 될 수밖에 없다고 말하는데, 이는 지나친 우려라고 본다. 오바마 차기 미 대통령이 아무리 전향적인 대북정책을 추진하려고 해도 한국의 반대를 무릅쓰고 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미국 내에 대북 대화를 지지하는 세력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실은 미 대선기간 동안에도 단적으로 드러났다. 한국전쟁에서 많은 미군의 목숨을 앗아간 나라이자, 반인권적인 스탈린주의적 폐쇄 체제인 북한, 그런 불량국가와 대화를 하는 데 있어서는 아무리 오바마 행정부라도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따라서 미국의 강력한 동맹국이자 한반도 문제의 직접 당사자인 한국이 강력히 반대한다면, 무리수를 두면서까지 북미대화를 밀고 나갈 힘은 오바마 정부에게도 없을 것으로 보인다.

대북정책의 전환이 필요

남북관계와 북미관계의 고리는 남북관계의 정상화에서부터 찾아야 할 것 같다. 남북관계를 풀기 위해서는 이명박 정부가 대북정책을 전환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 현재의 위기는 이명박 정부가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에 대한 애매한 입장 표명 등 지난 10년간의 성과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데서 시작한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남북관계에서 궁지에 몰리고 있는 이명박 정부를 비난하는 것으로 그 목표를 달성하려 한다면 잘못이다. 이러한 점에서는 북한도 마찬가지다. 대남 강경조치들을 통해 이명박 정부를 압박함으로써 대북정책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오산이다.

개인 간 관계에서도 압박을 받는 상태에서는 태도를 바꾸기가 쉽지 않은데, 국가 간 관계에서는 더더욱 그러하다. 이명박 정부는 '비핵·개방·3000'이라는 말을 잠시 접어두고 '상생·공영 정책'이라는 이름으로 북한과 대화할 뜻을 지속적으로 밝히고, 6.15선언과 10.4선언에 대해서도 애매하나마 준수 의사를 밝히고 있는 만큼, 이명박 정부가 굴욕감을 느끼지 않는 방법으로 북한과의 대화에 나설 수 있도록 전환이 필요하다.

북한도 그들이 원하는 북미관계 개선에 한국의 방해를 받지 않기 위해서는 이명박 정부를 굴복시키겠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     © 시사오늘
남북통합을 위한 대북정책

남북이 현재의 기조를 유지하는 상황에서 오바마 행정부가 출범해 북미관계가 진전을 이루게 되면, 일각에서 우려하듯 통미봉남에 따른 한국의 소외가 문제가 될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6자회담의 멤버로 한국이 참여하고 있고 경제·에너지 협력 실무그룹 의장을 한국이 맡고 있다고는 하나, 그러한 역할만으로 한국소외론을 잠재우지는 못할 것이다. 또, 한미공조가 아무리 강화된다고 한들 주연을 미국이 맡고 있다면 한국의 역할에 대한 문제제기는 끊임없이 계속될 것이다.

통미봉남으로 한국이 논의구도에서 소외되는 상황이 되면 한국은 미국의 대북협상에 제약을 가하는 데에서 존재가치를 부각시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실적인 대책 없이 한국이 주변자적 위치로 전락하지 않기 위해 남북관계의 복원을 추진하는 것이 필요하다.

정부는 무엇보다 북한과의 경쟁의식을 버려야 한다. 북한은 이미 실패한 체제로 남한 정부를 상대로 여러 공세를 취하는 것은 어찌 보면 자신들의 수세적 입장을 반영하는 것인데, 정부가 거기에 지지 않기 위해 대응하다 보면 지금과 같은 대치상황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

남북 간의 기 싸움보다 현재 더 중요한 것은 앞으로 다가 올 통합에 대비하는 것이다. 김정일 위원장의 건강이상이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고 향후 몇 년 또는 몇 십 년 안에 한반도에 중요한 변화의 시기가 올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면, 정부의 대북정책은 미래의 한반도 통합을 상정한 것이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남북관계의 발전이 필수적이다. 남북한의 통합은 지금 북한체제의 미래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북한 엘리트들의 생각을 親中이 아닌 親남한으로 이끄는 작업이 되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실용을 담은 정책을 준비해야

앞으로 남북관계가 좀 더 악화되고 북미관계가 조금 발전되는 상황이 오더라도, 한국소외론이 다시 불거지는 상황이 된다 해도 남북관계와 북미관계가 다 같이 망가지는 과거의 전철을 답습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오바마 당선자와 김정일 위원장과의 북미 정상회담에 반대하지 않는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언급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2008년을 넘어서는 한반도는 너무나도 중요한 역사의 흐름 속에 서 있다.

현재의 남북관계에서 ‘기다리는 것도 전략’이라면 기다리는 동안 남북통합에 대한 정책다운 정책을 준비해야 한다. 이명박 정부는 실현 가능한 구체적인 대안으로 실용정신의 유연함을 북한과 미국 그리고 국민에게 보여주는 신뢰를 얻어 불투명한 미래에 대비해야 한다.
 
장석창 (미래정치경제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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