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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무성-이종걸 '낙제' 실력보니, '출세 영어'는 "옛날이여"
이기붕 부인 박마리아-프란체스카 통역 맡아 권력실세로
최기선 인천시장-YS 민주화 투쟁 외신에 전하며 핵심인사
유재건 의원-유창한 영어실력으로 DJ 핵심실세로
2015년 08월 02일 (일) 정세운 기자 sisaon@sisaon.co.kr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정세운 기자)

2일 채널A <뉴스뱅크>는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새정치연합 이종걸 원내대표의 영어실력을 공개했다.

김무성 대표는 지난달 30일 뉴욕 농수산 시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간단한 영어조차도 구사하지 못했다. 이종걸 원내대표도 지난달 31일 외국인과 화상통화를 시도하다 몇 마디 못한 채 우물쭈물 끝을 맺었다.

이와 관련, 김무성 대표 수행단은 “영어를 한다는 것이 소통의 절대적 기준이 아니다”며 “통역 통해 메시지를 모두 전달한다”고 밝혔다.

패널로 참여한 백종문 변호사도 “이종걸 원내대표도 영어를 잘하기 위해 원어민 인턴비서를 뽑아 공부를 열심히 하고 있다”고 전했다.

두 정치인 모두 영어실력은 낙제점이다. 영어를 제대로 구사하지 못하는 게 어색할 정도인 2015년.
하지만 불과 50년에서 100년 전만 하더라도 영어를 유창하게 구사할 줄 아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때문에 영어를 할 줄 안다는 것만으로 출세가 보장되기도 했다.

   
채널A는 2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새정치연합 이종걸 원내대표의 영어실력을 공개했다. ⓒ채널A 캡처화면

영어하나로 외부대신 오른 이하영

영어를 잘해 출세가도를 달린 첫 번째 한국인은 ‘이하영’이다. 영어실력 하나로 ‘이하영’은 구한말인 대한제국 때 미국공사와 일본공사, 외부대신과 법부대신을 역임할 수 있었다.

이하영은 철종이 보위에 오른 지 9년째 되는 해인 1858년 경상도 동래군 기장에서 태어났다. 어려서는 집안이 매우 구차해 동생과 함께 찹쌀떡 행상을 다녔다. 한마디로 촌부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하영은 당시 선교활동을 하기 위해 조선으로 들어오던 미국인 의사 알렌과 우연한 기회에 인연을 맺게 돼 그의 요리사가 됐다. 그는 알렌의 요리사가 돼 ‘영어’를 익힐 수 있었다. 이 후 조미수호조약 체결로 인해 조선은 미국공사를 파견해야 했다. 하지만 당시 영어를 할 줄 아는 조선인은 없었다. 때문에 이하영은 미국공사관이 되는 행운을 누렸다. 영어를 할 줄 안다는 이유만으로 그는 미국공사를 거쳐 외부대신에 올랐다.

촌부로 태어나 미국인 의사와 연을 맺고 요리사로 들어가 벼락출세를 한 이하영은 어마어마한 부(富)도 축적했다. 그는 서대문 합동에 99칸짜리 저택을 짓고 살았다. 그의 집은 큰 한옥 외에 양옥이 따로 있었고 사랑채와 행랑채가 딸려 있었다. 행랑채엔 수십 가구의 하인이 살았다. 대지 1500평에 달하는 집안엔 조그마한 인공 동산까지 만들어 놓았다.

이기붕 박마리아 영어로 권력실세
 
자유당 시절 영어를 잘해 출세가도를 달린 대표적인 인물이 ‘이기붕’이다. 48년 8월15일 대한민국 정부수립 후 이승만 박사가 초대 대통령에 오르면서 ‘이기붕’은 정식 비서실장이 됐다.

물론 ‘이기붕’이 영어를 잘한 것은 아니다. 그의 부인이었던 ‘박마리아’는 미국 유학을 통해 유창한 영어실력을 갖고 있었다.

이승만 대통령의 부인은 누구나 알다시피 오스트리아 사람이었던 프란체스카 여사였다. 당시 대한민국에서는 영어를 유창하게 할 줄 아는 사람이 손가락으로 셀 수 있을 정도로 적었다. 때문에 프란체스카 여사는 국내 돌아가는 정세를 잘 알고 싶어도 알 수 없는 처지였다.

하지만 이를 해결해준 인물이 바로 ‘이기붕’의 아내였던 ‘박마리아’였다. ‘박마리아’는 영어를 할 줄 안다는 이유에서 ‘이기붕’이 비서실장이 되자 프란체스카 여사와 안면을 튼 후, 여사의 개인비서 역할을 했다. ‘박마리아’는 한국말을 전혀 할 줄 모르는 프란체스카 여사에게 세상 소식을 전하거나 정세를 알려주는 역할을 맡았다.

이런 이유로 이 대통령의 정치구상은 프란체스카 여사를 통해 ‘박마리아’에게 전달됐고, ‘박마리아’의 생각은 프란체스카 여사를 통해 이 대통령에게 전달됐다.

이러한 일이 반복되자, 힘은 당연히 ‘이기붕’과 그의 아내였던 ‘박마리아’에게 쏠렸다. 각 종 이권이나 청탁은 ‘이기붕’과 ‘박마리아’를 통하면 무조건 ‘오케이(OK)’. 세간에서는 “박마리아를 통하면 안되는 게 없다”는 소문이 파다하게 퍼졌다. 그만큼 ‘이기붕’과 ‘박마리아’는 자유당시절 권력서열로 치면 2인자였다.

이들의 ‘파워’가 얼마만큼 대단했는지는 당시 풍문을 들어보면 알 수 있다.

“자유당 정권에서는 두 개의 경무대가 존재한다. 하나는 대통령이 기거하는 경무대, 다른 하나는 ‘이기붕’과 ‘박마리아’가 기거하는 서대문이다.”

이처럼 영어를 할 줄 아는 사람이 몇 안 되던 시절에는 ‘영어를 유창하게 구사할 수 있다’는 것이 출세의 큰 발판이었다.

자유당 정부와는 비교할 수 없지만 한국정치의 양대 산맥을 형성했던 상도동과 동교동에서도 영어를 잘해 출세가도를 달린 인물이 있다.
 
YS와DJ의 통역관은 최기선과 유재건
 
최기선은 YS의 민주화투쟁에 대한 신념을 외신에 알리는 역할을 했다. 상도동에서 능통한 영어실력을 인정받은 인물은 다름 아닌 최기선이다. ‘최기선’은 지난 1980년 10·26 사태로 박정희 정권이 종말을 고하고 이른바 ‘서울의 봄’이라 불린 격변의 시기 김영삼(YS)의 상도동 사단에 입문했다.

‘최기선’은 고(故) 김동영 최형우 서석재 김덕룡 등에 비하면 늦은 시기에 상도동에 들어왔다.

하지만 그는 다른 상도동 사람들에 비해 초고속으로 출세(?)를 했다. 1988년 통일민주당으로 공천을 받아 국회에 입성한 뒤 YS가 대통령에 오르자 1993년 인천시장에 임명됐다. 이후 민선 인천시장으로 당선됐다.

이처럼 ‘최기선’은 YS으로부터 중용됐다. 그가 신임을 받은 이유는 다름 아닌 ‘영어실력’때문이었다.

‘최기선’은 유창한 영어실력을 기반으로 당시 YS의 민주화 투쟁소식을 외신에 전하는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이런 공을 인정받아 그는 문민정부시절 핵심 실세자리에 오를 수 있었다.

필자는 1996년 최기선 당시 인천시장과 만난 적이 있다. 이때 필자는 최 시장에게 “영어실력이 대단하다는 소리를 들었다. YS가 외국 인사들과 만날 때면 늘 최 시장을 찾았다는 얘기가 있다”고 물었다.

최 시장은 이에 대해 크게 웃으며 “외신담당을 맡아 YS의 민주화 투쟁소식을 외신에 전하는 역할을 하긴 했다. 하지만 그렇게까지 영어실력이 좋지 않다. 나도 외국인과 만나면 통역관이 필요할 정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군사정부 시절 외국어로 외신기자들과 통한다는 이유로 다른 정치인보다 탄압을 덜 받았다”고 전했다.                                                                                                                                                                
다른 한 사람은 새누리당 박진 전 의원이다. 옥스퍼드대학교 정치학 박사 출신인 박 의원은 유창한 영어실력으로 YS정부 시절 청와대 공식 통역관을 맡았다.

동교동 사단에서 영어실력을 인정받은 사람은 유재건 의원이다. 유 의원은 연세대를 졸업한 후 미국에 건너가 법학 공부를 한 뒤 변호사가 됐다. 1983년 미국으로 망명한 DJ와 인연을 맺은 게 동교동에 합류하는 계기가 됐다. 이후 1995년 DJ가 국민회의를 창당하자 유 의원은 부총재를 맡아 서울 성북갑에 출마, 이철 의원을 꺾고 당선됐다.

DJ는 당시 각종 토론회나 연설회에서 외국인들이 영어로 질문하면 “어의, 유 의원 찾아봐”를 연발하며 통역을 부탁하곤 했다. 그만큼 유 의원은 유창한 영어실력으로 동교동의 핵심인사로 자리잡아갔다.

하지만 이제 ‘영어’를 잘한다는 것만으로 실력을 인정받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어쩌면 영어를 구사하는 것보다 통역관을 불러놓고 당당히 한국어로 말하는 게 멋있어 보이기까지 한다. 김무성 대표처럼.
 

정세운 기자 sisaon@sisaon.co.kr이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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