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교육의 시작은 ‘칭찬’이다
스크롤 이동 상태바
영어교육의 시작은 ‘칭찬’이다
  • 유재호 자유기고가
  • 승인 2008.12.03 11:5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영어를 가르치면서 칭찬으로 많은 효과를 봤다. 학생들에게 부정적인 말을 줄이면서 긍정적인 에너지만 주는 것은 어떻게 보면 이상적이기만 할뿐 비현실적인 것처럼 보일 수 있으나 실제로는 아주 현실적이며 의외로 쉬운 일이다.

많은 학생들이 이런 교육법으로 실력 향상을 이루었으며 특히 기억에 남는 사례를 소개할까 한다.

Nicky (이빈, 10세)를 처음 본 것은 7개월 전이었다. 평범한 학생으로서 눈에 띄는 학생은 아니었다. 처음에는 소극적인 성향을 보이며 조용하게 영어를 했다.

영어를 못하던 잘하던 꾸준하게 격려해주었고 조금이라도 발전된 부분이 있으면 그 부분을 집어서 구체적으로 과장되게 칭찬을 해주었다. 다른 학생들보다 칭찬에 민감한 편이었으며 그 부분을 놓치지 않고 꾸준한 관심을 보여주었다.

처음 한 달간은 정규반 적응과정에서 힘들어 하는 모습을 보였으며 관심을 받지 못하면 급격히 다운되는 모습을 관찰 할 수 있었다. 
한 달 남짓 수업을 하다가 특별한 계기를 맞게 되었다.

수업을 진행하면서 동기 부여와 흥미를 위해서 항상 게임을 한다. 한참 축구 게임이 진행되고 있었다. 남자팀 여자팀으로 나뉘어서 한명씩 돌아가면서 축구 골대에 여러 방법으로 슛을 쏴서 골을 넣어서 높은 점수를 갖는 팀이 이기는 게임이었다.

게임을 하기위해서는 열심히 수업에 참여해야 하므로 아이들이 수업에 열정적으로 참여 할 수 있었다. 하루는 남학생이 적게 오는 바람에 Nicky는 남학생 팀에서 플레이 하게 되었다.

예상 밖으로 이 축구게임에 남다른 소질을 보였고 남학생들도 하기 어려운 벽을 맞추고 골대로 공을 넣는 고난이도 슛을 성공시키기도 하였다. 결정적인 골을 넣어서 남학생들 팀을 우승시키자 남학생들 사이에서도 영웅대접을 받기 시작했다.

그 계기로 학생들 사이에서 'Nicky Boy' 라는 별명을 얻은 후 학급에서도 게임 하면 Nicky 라는 공식이 생기기 시작했다. 소극적인 것처럼 보이던 성격은 온데간데없고 씩씩하고 활발한 모습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본래 학생들이 영어 이외에 것에 소질을 보이기만해도 이를 바로 Catch 하고 부각시켜서 자신감을 유발시키고 학생들 사이에서도 인정받게 되는 작전을 많이 쓴 터라 이번에도 Nicky의 이런 성향을 하나의 브랜드로 만들기로 결심했다.

남성적인 성향과 쾌활하고 재미있는 성격을 부각시켜서 하나의 캐릭터로 만들었고 Nicky가 Game을 하러 나올 때면 모두가 기대하고 재미있는 시간이 될 수 있게 분위기를 조성했다.

대표적인예로 Nicky만의 전용 응원가를 만들었는데 Nicky가 등장하면 모두들 열광적으로 'Nicky Nicky Nicky~♬' 하며 응원가를 불렀다. 놀랍게도 게임에서 두각을 보이던 Nicky는 자연스럽게 영어에서도 두각을 보이기 시작했다.

영화에 나오는 주인공의 대사를 동작 표정까지 똑같이 흉내 내는 Mimicking 시간에 특히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본인의 끼를 잘 살려서 다소 과장되지만 본인만의 색깔로 소화해내 흉내 내었고 이로 인해 반 친구들에게 웃음을 줄 수 있게 되었다.

이렇게 친구들과 선생님에게 인정받자 더욱더 열심히 하게 되었고 결국 imicking=Nicky 라는 공식을 만들어 내게 되었다. 제일 인상 깊었던 부분은 주인공의 동작을 흉내 낼 때 온몸을 던져 여학생으로서 할 수 없는 망가진 모습들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아이들에게 그 부분을 강조해서 말해주었다. "영어를 잘하기 위해서는 자기 자신의 틀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자기 자신을 버리고 때론 '망가질' 필요가 있다." 너무 동작에만 치중한다는 우려를 사기도 했으나 나는 확고한 믿음이 있었기 때문에 걱정하지 않았다.

주인공의 동작을 똑같이 따라하려는 학생들은 동작에만 치중하는 것처럼 보일지 몰라도 누구보다 주인공의 말을 정확히 따라하려는 욕구가 강하다는 사실을 믿고 있었기 때문이다.

내 믿음에 보답하듯 점점 정교하게 말을 듣고 따라하게 되었고 90 명 정도의 학생들이 경쟁하는 Mimicking Contest 에서 전체 3등을 하였다. 많은 학생들과 선생님들 앞에서 영어 대사를 듣고 정확하게 감정과 동작 얼굴 표정까지 살려서 따라 하는 것은 생각하는 것처럼 쉽지는 않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반에 Nicky와 비슷한 성향을 갖은 학생이 들어오게 되었다. Ivo 라는 남학생도 본인만의 색깔로 흥미롭게 Mimicking을 하는 학생으로서 개월 수에 비해 영어도 곧잘 하는 학생이었다.

라이벌 의식을 느꼈는지 집에 가서 라이벌이 생겼다고 대결해볼만하다고 했다고 한다. 어머니께서 Nicky의 경쟁의식을 조금 더 자극시켜달라고 부탁을 해오셨다. 발전에 도움이 될 것 같아서 흔쾌히 승낙 했고 다음수업부터 라이벌 학생을 좀 더 부각시키면서 자극시키기 시작했다.

그러고 며칠 후 어머니께 급히 전화가 왔다. "선생님 이거 어떻게 하죠? Nicky가 울면서 들어오더니 선생님이 자기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다고 많이 상심하네요.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면서 '당신네들은 실수한 거야. 예전에는 내가 못해도 선생님이 칭찬만 해줬는데 엄마가 상담한 이후 날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어.

난 알 수 있어. 나는 그렇게 다루면 안 된단 말이야!!' 라고 하더군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Nicky의 반응이 귀여워서 웃으면서 대답했다. "허허 어린데 심리 상태를 너무 잘 알고 있군요. 일단 제가 한번 해결해 보겠습니다." 라고 말하며 전화를 끊었다. 웃으면서 대답을 했지만 정말 놀라웠다. Nicky는 다 알고 있었던 것이다.

선생님이 본인을 위해서 못해도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는 사실을 …….
알면서도 칭찬을 받으면 기분이 좋아서 열심히 했던 것이다. 사실 생각해보면 상대방이 날 위해서 일부로 칭찬을 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기분 좋았던 경험이 많았다.

어른들도 그런데 하물며 어린아이들은 어떨까 생각해보니 갑자기 내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그리고 Nicky가 가르쳐준 교훈대로 단순한 선생님이 되기로 했다.
아니나 다를까 다음 날에 힘이 없이 수업에 참여하는 Nicky를 보았다. 당연히 영어가 잘 나올 리가 없었다. 하지만 계속해서 끊임없이 북돋아주었다.

Nicky 는 내 심리를 알았을 것이다. 본인에게 용기를 주려고 일부로 칭찬하는 내 마음을 눈치 챘을 것이다. 하지만 그래도 굴하지 않고 계속 칭찬하였다. 그렇게 일주일이 지나고 마침내 다시 예전 페이스를 찾기 시작했다.

Nicky의 눈빛을 읽을 수 있었다. '선생님이 제 기분 맞춰주시려고 칭찬하시는 거 알아요. 근데 그래도 기분이 좋네요.' 다시 페이스를 찾고 본연에 모습으로 돌아와서 꾸준히 열심히 한 결과 그 달 말에 있는 Mimicking Contest에서 전체 1등을 차지하게 됐다.

1등을 차지했다는 사실보다 더 중요한 사실이 있다. 이것은 토플 토익 만점이랑도 감히 맞바꿀 수 없는 것이다. 그것은 바로 지금 Nicky는 영어를 그 무엇보다 즐기고 있다는 사실이다. Nicky가 불의의 사고로 손가락을 심하게 다쳐서 수술하고 2주 동안 입원을 했었다. 퇴원하자마자 엄마에게 한 말이 기쁘면서도 가슴을 찡하게 한다. "엄마 나 영어 학원 갈래."
 
유재호 (서초 Toss English 영어강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