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 이마트의 ‘비겁한 변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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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 이마트의 ‘비겁한 변명’
  • 이해인 기자
  • 승인 2010.06.24 09: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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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 식품 잇따른 위생 사고에도 제조업체만 탓
‘엄격한 룰 적용’ 해명불구 관리 인원조차 태부족
신세계이마트가 자체상품(PL, Private Label)의 안전성 논란으로 연일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지난달 10일 자체상품인 이마트 튀김가루에서 쥐로 추정되는 물질이 발견돼 소비자들을 경악케 한데 이어 일본 소지쯔사로부터 수입한‘자숙 냉동가리비살’에서는 대장균군이 기준치보다 18배나 넘게 나와 서둘러 회수하는 촌극을 빚었다.

하지만 사건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소비자 뇌리에서 잊혀질 때쯤인 지난 16일, 이번엔‘이마트 옥수수맛전분’에서 이산화황이 기준치의 2.5배가 넘게 검출되는 등 이마트 PL상품에 줄초상이 났다. 

‘엎친데 덮친다’는 식으로 생필품도 말썽을 부렸다. 지난 4월 자체상품인 화장실용 화장지에선 형광증백제가 검출됐다. 이마트라는 브랜드에 흠집이 났음은 부인할 수 없는 일이다. 

이들 상품은 모두 이마트가 제조업체 등을 통해 생산하고 이마트의 이름을 걸고 판매하는 이른바 ‘PL상품’이다.

PL상품은 초기 생산시설 투자비용이 없고 마진이 좋다는 이유로 대형 유통업체들이 서둘러 영역을 넓히는 분야다. 게다가 포화된 유통시장에서 어디서나 살 수 있는 물건보다 자사에서만 살 수 있는 특정 상품이 소비자를 끌어 들이기에 좋다는 인식으로 자체상품 늘리기는 붐처럼 번지고 있다. 

현재 이마트가 갖고 있는 자체상품 수는 무려 1만여개. 국내 유통업체중 가장 많다.
 
지난해 10월에는 자체상품 강화방안을 발표하는 등 대놓고 자체상품 키우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상품에 문제가 생기면 자신들에게는 책임이 없고 제조사 책임이라며 비겁한 변명을 일삼고 있어 비난을 사고 있다. 

소위 ‘쥐 튀김가루’ 사건 때는 생산업체의 제조과정에 무게측정은 물론 체로 거르는 공정이 있고 x-ray검사까지 있어 절대 들어갈리 없다며 대변인 노릇만 했다.
 
이번‘이산화황 전분사건’때는 제조업체 자체검사에서 이산화황이 기준치의 1/10밖에 나오지 않았다며 해명에 급급했다.

수입제품인 ‘대장균 가리비살’ 사건 때도 이마트의 자세는 떳떳치 못했다.
 
“식약청이 가열하지 않는 수산물 원물을 수산물 가공식품으로 분류하면서 그 기준치를 적용해 규정을 위반하게 됐다”며 되레 억울해 했다.   
 
PL확대보다 품질에 더 신경써야 
 
국내 최대 대형할인점이라는 신세계이마트에서 후진국형 식품위생사고가 왜 계속 터질까.

식품전문가들은 제조업체에 관리책임을 떠넘기고 판매에만 집중하고 있는 이마트에 1차 책임을 묻고 있다.

그 동안 자체상품은 제조사와 유통사가 다르다는 이유로 품질관리 책임을 어느 쪽에 물어야 할지 애매한 구석이 많았다.

더욱이 유통업체와 생산업체는 갑과 을의 관계라 위생사고가 나면 제조사는 전적으로 책임을 떠맡을 수 밖에 없는 구조다.

물론 위생사고가 났다는 차체만으로도 식약청의 제재를 받지만 설령 제재를 받지 않더라도 유통사로부터 내쳐지는 것은 시간문제다.

그렇다고 PL상품이 제조업체에 많은 이익을 주는 것도 아니다. 식품업계의 한 관계자는 “생산업체가 PL상품을 제조하는 것은 사실상‘울며 겨자 먹기’”이라고 말했다.

유통사는 매출을 늘리기 위해 좀 더 낮은 가격의 납품을 원하고, 그것에 맞추다 보니 제조사는 하나라도 줄여야 하는 무리수(?)를 둘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특히 다른 품목도 유통업체에 납품하는 입장이라면 상황은 더 심각해진다.
 
유통사는 관례적으로 1등 상품에 대해서는 이익도 보장하고 상대적으로 관대하다. 하지만 2~3위 제품 등 후순위 제품들은 유통사의 판매대를 잡기 위해 머리 터지는 싸움을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유통사의 요구를 당연히 들어줘야 한다.
 
더욱이 이마트는 최근 최저가 판매를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이를 맞추려면 제조사는 이익에 상관없이 ‘갑’에게 충성해야 한다.   

그렇다고 이마트가 제조사의 입장을 고려해 들어오는 물품이 위생적인지 비위생적인 철저하게 조사할 시스템도 사실상 갖추지 못한 걸로 알려진다. 

이마트측은 “자체상품은 제작업체 선정부터 정확한 기준을 두고 이를 통과하지 못하면 계약하지 않는 등 엄격한 룰을 적용해 제품을 생산한다”며 “이들 제품에 대해 모두 최소 1년에 한 번 씩은 품질검사를 진행하고, 여름에는 문제가 생기기 쉬운 제품에 대해 따로 리스트를 만들어 집중관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보통의 식품업체들이 최소 1개월에 한 번씩 전반적인 품질검사를 실시하는 것에 비해선 이마트의 유통관리는 허점투성이다. 

실제로 옥수수맛 전분의 이산화황 초과 사건의 경우 이마트는 제조사에서 직접 측정했을 때는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마트가 시행하고 있는 PL식품 점검기간으로 추정하면 그것이 1년전인지, 1달전인지, 10일전에 점검한 것인지 도대체 알 수가 없다. 

품목 수에 비해 관리 인원역시 크게 부족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마트 내에서 자체상품을 관리하는 부서는 ‘품질혁신팀’과 ‘브랜드관리팀’이다. 두 부서를 합쳐봐야 관리인원은 총 20명 남짓이라고 한다.

20명이 1만개의 제품을 관리한다고 가정할 때 사원 1명당 약 500개의 제품을 관리해야 한다. 

또 하나 간과해선 안 될 것이 유통사에서 판매될 때까지의 보관상태다.
 
보통 식약청은 이물혼입사건이 발생하면 3단계의 조사과정을 거친다. 첫번째는 소비자가 구입 후 보관중에 들어갔는지 여부, 두번째가 유통중 혼입여부, 세번째가 제조 공정중 들어갔는지 여부다.

제품의 제조과정이나 소비자의 보관 상태뿐아니라 유통중 보관이나 판매과정에서도 이물이 혼입될 가능성은 충분하다는 것이다.
 
특히 튀김가루나 전분가루의 경우는 타 제품에 비해 유통기한이 길고 판매 사이클이 길다. 보관하고 판매하는 기간이 장기간일수밖에 없다. 티끌하나 없는 대형할인매장이라고는 하지만 무조건 유통과정상 이물이 들어갈 가능성이 없다고 볼 수 없는 이유다.

이번 튀김가루에서 발견된 쥐도 사체를 보면 죽어서 그대로 굳은 채 말라 있다. 튀김가루  속성상 제조 과정중 사체가 많이 훼손돼야 하는데 너무 그대로다.
 
물론 쥐가 어디에서 들어갔는지에 대한 식약청의 최종 조사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또 유통상 들어갈 가능성도 낮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혹시 문제가 되는 부분이 없는지 다시 한번 살펴보는 게 소비자를 생각하는 자세아닐까.
    
식품사고나면 답답한 건 ‘소비자’
 
식품사고가 발생하면 답답한 것은 결국 소비자다. 특히 신세계이마트와 같이 대형할인점에서도 식품 위생사고가 계속적으로 터진다면 소비자들은 어딜 가서 어떤 제품을 사야할지 걱정이 앞선다.  

직장인 송 모씨(33)는 “자체상품의 경우 대형마트의 이름을 걸고 판매하기 때문에 믿고 자주 구매했다”며 “하지만 국내 최대 할인매장이라는 이마트제품에서 식품위생사고가 계속 터지니 어디에서 식품을 사야할지 난감한 입장”이라고 하소연했다.

이정희 중앙대학교 산업경제학과 교수는 “자체상품의 경우 제품의 특성상 제조업체와 유통업체가 다르기 때문에 유통업체가 위생과 같은 생산적인 측면도 철저히 관리해야한다”며 “특히 대형유통업체가 더 많은 마진을 남기기 위해 제조사에 좋지 않은 조건을 제시하면 제조사 역시 이익감소를 막기 위해 원가절감을 할 수 밖에 없어 결국 품질저하로 이어지게 된다”고 경고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최근 잇따른 PL식품 사고에 식약청이 위생기준을 강화하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식약청은 최근 자체상품을 판매하는 유통업체가 위탁생산업체에 대한 위생관리를 의무적으로 시행하도록 자사상표 제품안전관리를 강화시켰다.
 
더불어 식품에 대해서는 유해이물혼입에 대해 행정처분 기준을 상향조정하고 비위생적인 제조환경 등에 대한 과태료 금액을 상향조정했다.

계속되는 자체상품 안전성 논란. 소비자 안전을 담보로 한 PL 품목 확대에 앞서 품질 강화부터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 소비자들의 걱정스런 목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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