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의남자 이재오 재보선 출마 이유>
MB 정권 2인자의 벼랑 끝 ‘승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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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의남자 이재오 재보선 출마 이유>
MB 정권 2인자의 벼랑 끝 ‘승부’
  • 정세운 기자
  • 승인 2010.06.25 12: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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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선거 패배후 박근혜 ‘쏠림’막기 위해 출사표
MB 정권 만든 실세, ‘정정당당히 나서라’에 결심
이재오 국민권익위원장이 7.28 재보선과 관련, 은평을에 출마할 것으로 알려져 정가에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현 정권을 만든 실세로서 이 위원장이 원내에 복귀할 경우, 그 파장은 만만치 않다. 때문에 그의 복귀가 관심을 끌 수밖에 없다.

사실 이 위원장은 그동안 정계복귀 시기를 저울질 해 온 상황이다. 지난 18대 총선에서 패배한 뒤 미국으로 외유를 떠났던 이 위원장은 국민권익위원장으로 복귀하며 ‘후일’을 도모해 왔다. 그리고 그 시기가 마침내 찾아왔다. 7.28 재보선이다.

▲ 왕의남자 이재오 국민권익위원장이 7.28재보선에 출마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치권에 파장에 예상되고 있다.     © 뉴시스
항간에선 이번 재보선과 관련해 수도권에서 여권이 이기기 힘든 상황이라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이번 재보선이 여권의 무덤이 될 가능성이 크다. 솔직히 말해 이 위원장이 선거에서 이기기 힘든 상태”라고 털어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위원장이 출마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그의 출마를 부추기는 가장 큰 이유는 ‘박근혜 전 대표’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사실상 패한 한나라당은 친이계의 목소리가 작아질 수밖에 없는 처지다. 당내 소장파들의 쇄신 요구에도 친이계를 중심으로 한 주류 측이 밀리는 상황이다. 또한 친이계가 내세울 대표주자도 없는 상태다.

이대로 가다가는 ‘박근혜 전 대표’에게 모든 것을 내줘야 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친이계 내부에서부터 나오고 있다. 따라서 박 전 대표의 대항마가 빠른 시간 내에 나와 줘야 다시 단일대오를 형성할 수 있고, 그 주자가 ‘이재오’라는 것.  

친이계로 분류되는 한 재선의원은 “지방선거이후 친이계가 한목소리를 내는 힘이 약해졌다. 물론 선거패배 때문인 듯하다. 하지만 친이계 대표주자가 없는 것도 문제다. 결국 이 위원장이 원내에 진입, 친이계의 수장이 돼야만 ‘친이’ 대 ‘친박’ 싸움에서 승리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와 더불어 ‘이명박(MB) 정권을 만든 실세가 언제까지 숨어 지낼 수는 없다’는 판단도, 이 위원장이 출사표를 던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정치권의 한 인사는 “MB가 서울시장 시절, 원내에서 MB를 지지하던 인사는 이상득 정두언 의원이 전부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었다. 대부분의 원내 인사들이 당시 박근혜 전 대표에게 줄을 대려고 ‘이 눈치 저 눈치’를 보고 있을 때 이 위원장이 ‘MB 지지’의 깃발을 꽂고 ‘MB 대통령 만들기’ 선두에 섰다. 때문에 이 위원장 입장에서 보면 MB 정권이 ‘이명박-이재오’ 공동정권이란 인식을 갖고 있다. 하지만 한 사람은 ‘대통령’, 또 한사람은 지금 ‘변방’에 머물러 있다”고 표현했다.

이 인사는 이어 “MB 정권을 만든 실세가 언제까지 숨어 지낼 수만은 없는 것 아니냐. 물론 이번 재보선이 이 위원장 입장에서 볼 때 승산이 높은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도망 다니는 모양새를 취할 수도 없다. 결국 승부수를 띄운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이 위원장이 출마로 가닥을 잡을 수밖에 없는 가장 이유는 친이계 내부의 역학구도 때문이다.

친이계 내부에서는 ‘국회의장’ 선출과 관련해 ‘박희태’와 ‘안상수’를 놓고 고민에 빠졌었다.
 
물론 박희태는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이, 안상수는 이재오 위원장이 지원하고 있다는 설이 파다하게 퍼졌다. 결과는 이 전 부의장이 밀었다는 ‘박희태’의 승리였다.

때문에 친이계 내부에서조차 이 위원장이 설 땅을 점점 잃어가고 있다는 얘기들이 회자됐다. 따라서 더 이상 두고 보다가는 ‘죽도 밥도 안된다’는 판단에 따라 이 위원장이 재보선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것.

한나라당 내 한 관계자는 “박희태 국회의장이 선출되면서 진수희 의원을 비롯한 이 위원장의 최측근들은 더 이상 이 위원장이 출마를 미룰 명분이 사라졌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이 위원장이 나서지 않는다면 전부 ‘몰살’이라는 충격적인 시나리오도 그리고 있었기 때문에 그의 출마를 부추긴 것으로 안다. 때문에 이 위원장의 출마는 이제 시간만 남았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이 위원장의 지역구 민심은 어떨까.

지난 지방선거만을 놓고 이 위원장 입장에서 볼 때 ‘절망’에 가깝다.

은평구청장 선거에서 민주당 후보가 54.16%를 얻어, 40.83%를 차지한 한나라당 후보를 무려 13.4% 앞섰다.

서울시장 선거 결과를 놓고 보더라도 은평지역에서 민주당 한명숙 후보가 한나라당 오세훈 후보에 5.4% 앞질렀다.

지방선거 내용을 분석해보면 이 위원장에게 승산이 크지 않다. 하지만 은평을 지역에서 15대에서 17대까지 내리 3선을 지낸 바 있는 이 위원장이 꾸준히 지역관리를 해 오고 있어 승부를 미리 점치기는 어려운 상태다.

정치전문여론조사기관 RcCOM의 정호성 대표는 “단순한 수치계산으로 볼 때 이번 재보선이 이 위원장에게 불리한 것은 틀림없다. 하지만 이 위원장은 그동안 자전거 투어를 하면서 지역민심을 깊게 파고 들어, 쉽게 결과를 예측하기는 어렵다. 물론 18대 총선에서 이 위원장은 문국현 창조한국당 대표에게 덜미를 잡히기는 했지만 당시 선거판은 박근혜 지지표가 대거 문국현한테 쏠렸기 때문이다. 이번 선거에서 박근혜 변수가 작용하기는 힘들기 때문에 이 위원장의 승리도 조심스럽게 점쳐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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