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패배후 박근혜 ‘쏠림’막기 위해 출사표
MB 정권 만든 실세, ‘정정당당히 나서라’에 결심
이재오 국민권익위원장이 7.28 재보선과 관련, 은평을에 출마할 것으로 알려져 정가에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MB 정권 만든 실세, ‘정정당당히 나서라’에 결심
현 정권을 만든 실세로서 이 위원장이 원내에 복귀할 경우, 그 파장은 만만치 않다. 때문에 그의 복귀가 관심을 끌 수밖에 없다.
사실 이 위원장은 그동안 정계복귀 시기를 저울질 해 온 상황이다. 지난 18대 총선에서 패배한 뒤 미국으로 외유를 떠났던 이 위원장은 국민권익위원장으로 복귀하며 ‘후일’을 도모해 왔다. 그리고 그 시기가 마침내 찾아왔다. 7.28 재보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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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위원장이 출마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그의 출마를 부추기는 가장 큰 이유는 ‘박근혜 전 대표’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사실상 패한 한나라당은 친이계의 목소리가 작아질 수밖에 없는 처지다. 당내 소장파들의 쇄신 요구에도 친이계를 중심으로 한 주류 측이 밀리는 상황이다. 또한 친이계가 내세울 대표주자도 없는 상태다.
이대로 가다가는 ‘박근혜 전 대표’에게 모든 것을 내줘야 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친이계 내부에서부터 나오고 있다. 따라서 박 전 대표의 대항마가 빠른 시간 내에 나와 줘야 다시 단일대오를 형성할 수 있고, 그 주자가 ‘이재오’라는 것.
친이계로 분류되는 한 재선의원은 “지방선거이후 친이계가 한목소리를 내는 힘이 약해졌다. 물론 선거패배 때문인 듯하다. 하지만 친이계 대표주자가 없는 것도 문제다. 결국 이 위원장이 원내에 진입, 친이계의 수장이 돼야만 ‘친이’ 대 ‘친박’ 싸움에서 승리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와 더불어 ‘이명박(MB) 정권을 만든 실세가 언제까지 숨어 지낼 수는 없다’는 판단도, 이 위원장이 출사표를 던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정치권의 한 인사는 “MB가 서울시장 시절, 원내에서 MB를 지지하던 인사는 이상득 정두언 의원이 전부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었다. 대부분의 원내 인사들이 당시 박근혜 전 대표에게 줄을 대려고 ‘이 눈치 저 눈치’를 보고 있을 때 이 위원장이 ‘MB 지지’의 깃발을 꽂고 ‘MB 대통령 만들기’ 선두에 섰다. 때문에 이 위원장 입장에서 보면 MB 정권이 ‘이명박-이재오’ 공동정권이란 인식을 갖고 있다. 하지만 한 사람은 ‘대통령’, 또 한사람은 지금 ‘변방’에 머물러 있다”고 표현했다.
이 인사는 이어 “MB 정권을 만든 실세가 언제까지 숨어 지낼 수만은 없는 것 아니냐. 물론 이번 재보선이 이 위원장 입장에서 볼 때 승산이 높은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도망 다니는 모양새를 취할 수도 없다. 결국 승부수를 띄운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이 위원장이 출마로 가닥을 잡을 수밖에 없는 가장 이유는 친이계 내부의 역학구도 때문이다.
친이계 내부에서는 ‘국회의장’ 선출과 관련해 ‘박희태’와 ‘안상수’를 놓고 고민에 빠졌었다.
물론 박희태는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이, 안상수는 이재오 위원장이 지원하고 있다는 설이 파다하게 퍼졌다. 결과는 이 전 부의장이 밀었다는 ‘박희태’의 승리였다.
때문에 친이계 내부에서조차 이 위원장이 설 땅을 점점 잃어가고 있다는 얘기들이 회자됐다. 따라서 더 이상 두고 보다가는 ‘죽도 밥도 안된다’는 판단에 따라 이 위원장이 재보선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것.
한나라당 내 한 관계자는 “박희태 국회의장이 선출되면서 진수희 의원을 비롯한 이 위원장의 최측근들은 더 이상 이 위원장이 출마를 미룰 명분이 사라졌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이 위원장이 나서지 않는다면 전부 ‘몰살’이라는 충격적인 시나리오도 그리고 있었기 때문에 그의 출마를 부추긴 것으로 안다. 때문에 이 위원장의 출마는 이제 시간만 남았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이 위원장의 지역구 민심은 어떨까.
지난 지방선거만을 놓고 이 위원장 입장에서 볼 때 ‘절망’에 가깝다.
은평구청장 선거에서 민주당 후보가 54.16%를 얻어, 40.83%를 차지한 한나라당 후보를 무려 13.4% 앞섰다.
서울시장 선거 결과를 놓고 보더라도 은평지역에서 민주당 한명숙 후보가 한나라당 오세훈 후보에 5.4% 앞질렀다.
지방선거 내용을 분석해보면 이 위원장에게 승산이 크지 않다. 하지만 은평을 지역에서 15대에서 17대까지 내리 3선을 지낸 바 있는 이 위원장이 꾸준히 지역관리를 해 오고 있어 승부를 미리 점치기는 어려운 상태다.
정치전문여론조사기관 RcCOM의 정호성 대표는 “단순한 수치계산으로 볼 때 이번 재보선이 이 위원장에게 불리한 것은 틀림없다. 하지만 이 위원장은 그동안 자전거 투어를 하면서 지역민심을 깊게 파고 들어, 쉽게 결과를 예측하기는 어렵다. 물론 18대 총선에서 이 위원장은 문국현 창조한국당 대표에게 덜미를 잡히기는 했지만 당시 선거판은 박근혜 지지표가 대거 문국현한테 쏠렸기 때문이다. 이번 선거에서 박근혜 변수가 작용하기는 힘들기 때문에 이 위원장의 승리도 조심스럽게 점쳐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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