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종이호랑이 전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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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종이호랑이 전락?
  • 박세욱 기자
  • 승인 2010.06.29 11: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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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차 '쌩쌩'...정의선 ‘현대차 氣 살리기’ 중책
최근 국내 완성차 업계의 자동차 판매실적이 발표됐다. 결과는 현대자동차와의 대결에서 기아자동차가 승리한 것. 형제 기업간의 경쟁에서 아우가 맏형의 발목을 잡은 셈이다. 이미 업계에서는 기아차의 독주를 예상했다.
 
그동안 기아차는 끝을 모르고 차오르던 현대차의 발목을 잡더니 올해 처음 한 달 판매량 4만대를 넘어섰다.
 
▲ 현대차 정의선부회장이 기아차에 뒤지고 있는 현대차 기살리기에 나섰다.     © 뉴시스
하지만 기아차의 돌풍에 현대차는 마냥 즐거울 수만은 없다. 기아차의 폭발적인 성장세는 곧 현대차의 시장점유율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요즘 기아차는 훨훨 날고 있는 반면에 현대차는 판매 부진에 따른 탈출구를 마련해야 하는 딜레마에 빠져있다.
 
현대·기아차에 따르면 기아차의 중형세단 K5는 5월 한 달 동안 1만5782대가 계약됐다. 계약대수만 보면 10년 이상 1위 자리를 지켜온 현대차의 쏘나타를 제쳤다. 쏘나타는 같은 기간 1만1393대가 팔렸다.
 
같은 기간 준대형차인 기아의 K7은 3269대가 팔려 현대차의 그랜저(2358대)를 제치고 4개월 연속 1위를 차지했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도 기아차의 스포티지R이 4859대를 판 반면 현대차의 투싼ix는 3719대에 그쳤다. 기아차 쏘렌토R도 3234대로 2713대가 팔린 현대차 싼타페를 제쳤다.
 
기아차는 지난달 승용차(세단+RV) 부문에서 3만5500대를 팔아 3만3559대를 판매한 현대차를 처음으로 앞질렀다.
 
이제는 차급별 판매량에서 기아차에 뒤지면서 ‘종이호랑이’로 비쳐지고 있는 현대차를 챙겨할 처지가 됐다.
 
▲ 현대자동차의 YF쏘나타.     © 시사오늘
이 같은 현대차의 부진은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기아차 사장 시절 일궈놓은 '디자인 경영'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효과를 발휘하면서다.
 
현대차와의 차별화 포인트로 ‘디자인’을 택한 그는 ‘기아차가 살 길은 디자인’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세계 최고 자동차 디자이너 중 한 명인 피터 슈라이어를 기아차 디자인 총괄담당 부사장으로 영입하면서 디자인 경영을 완성시켰다.

기아차, 성장동력은 ‘디자인’

그해 내놓은 준중형 포르테가 아반떼를 위협했고, 독특한 디자인의 CUV 쏘울은 시장에 신선한 바람을 불러왔다.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해 가을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등장했던 현대차 신형 쏘나타 인기도 올해 5월 들어 맥을 주춤하고 있다. 출시 이후 매달 1만대 이상 판매했지만 5월에는 9000대 수준으로 떨어졌다. 하락세에 기름을 부은 것이 기아차 K5였다.
 
지난달 신형 쏘나타의 내수 판매는 9053대였다. 지난해 9월 출시이후 처음으로 판매량이 1만대 이하를 기록했다. 당시 쏘나타는 9월에만 9517대가 팔리며 돌풍을 몰고 왔다. 이후 지난해 10월 1만7906대, 11월 1만7464대, 12월 1만6368대를 기록하며 거침없이 달렸다.
 
▲ 기아자동차의 K5.     © 시사오늘
그러나 정 부회장이 지난해 10월 현대차로 옮긴 뒤 상황은 바꿨다. 업계에선 정 부회장의 복귀로 현대차의 시장 점유율 1위 탈환에 예의 주시하고 있다.
 
정 부회장은 ‘현대차 기 살리기’ 작업을 주도하고 있다. 요즘 정 부회장이 강조하는 대목은 ‘감성 품질’을 바탕으로 한 브랜드 경영이다.
 
그는 그동안 현대차가 고수하던 'H'마크형태의 CI를 올 하반기 3D형태로 탈바꿈하도록 지시했다. 또한 벤츠나 BMW와 같은 해외 명차에서 느낄 수 있는 고급스러움과 감성적 요인을 새겨 넣어 한 단계 도약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현대차 판매부진에 영업부도 비상이 걸렸다. 하지만, 정 부회장은 채찍 대신 당근 카드를 들었다.
 
일선 영업부서의 사기진작차원으로 외환위기 이전에 각 지역본부장 및 지점장에게 제공했던 업무용 차량을 다시 지원하는 등 영업인력 보강과 마케팅 강화에도 신경을 섰다.
 
현대차는 오는 8월로 예정된 신형 아반떼의 사전예약을 한 달가량 앞당기기로 했다.
 
당초 그랜저 후속모델과 더불어 하반기에 발표할 예정이었지만 기아차의 추격이 거세지자 회심의 카드를 꺼낸 셈이다.
 
기아차의 거센 폭풍을 잠재울 대안으로 현대차는 아반떼MD 모델을 다른 신모델보다 평균 10일 더 빠른 시점에 사전계약을 한 것이다.
 
이런 위기의 대안인 만큼 아반떼 후속모델은 여러 가지 파격적인 변화를 보이고 있다.
 
기존의 모범생 같던 디자인에서 탈피해 현대차의 패밀리룩화 된 플루이딕 스컬프쳐(Fluidic Sculpture)를 충실히 따랐으며, 여기에 준중형 감마 1.6 GDi 탑재, 전륜 6단자동변속기 장착 등 동력성능과 연비도 대폭 개선했고, 기본사양을 강화해 안전성과 편의성도 놓치지 않았다.
 
가격수준이 아직 변수로 남아있지만, 기존의 아반떼의 후광효과와 함께 신모델의 성능만을 놓고 보면 충분히 성공적인 데뷔를 이끌어 낼 것으로 보인다.
 
관련 업계에서는 현대차의 브랜드파워가 약해졌다고 하기보다는 기아차의 입지가 빠른 속도로 넓어지고 있는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중고차사이트 카즈에 따르면 “최근 3개월간 모델별 검색량을 살펴보면 여전히 TOP10에서는 현대차의 중고차가 인기를 모으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그러나 (기아차)K5와 K7의 중고차 문의가 계속 증가하는 추세이며, K7은 단숨에 검색순위 30위권 내로 진입했다”며 “최근 향상된 기아차의 브랜드이미지 효과를 보고 있다”고 덧붙었다.
 
기아차의 약진에 대해 현대차 관계자는 “다른 차종은 신차효과를 보고 있다. 현재 현대차는 신차효과가 떨어지는 시기”라며, “꼭 짚어 기아차 때문이라고만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기본적으로 영업 일선에서 조금 더 강력한 판촉활동을 해야 한다. 판매조건은 다르지 않지만 응집된 힘을 모아야 할 것"이라고 덧붙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내수시장의 80%를 현대차와 기아차 두 업체가 나눠 갖는 구조가 이제는 한계점에 달했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따라서 두 업체 사이에서 돌려막기 식으로 이뤄지는 경영 전략보다는 브랜드 차별화 전략이 더욱 절실해진 시점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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