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원 국회, 조건이 있어서는 안된다
스크롤 이동 상태바
개원 국회, 조건이 있어서는 안된다
  • 김재한 대기자
  • 승인 2008.08.09 13:5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여·야가 새 지도부 출범과 함께 국회 개원 협상을 벌이고 있다. 국회를 정상화해야 한다는 원칙엔 여․야 모두 공감하고 있다. 그러나 당장 '등원'을 합의하기에는 여․야의 입장차가 아직은 커 보인다. 
 
쇠고기 수입을 규제하는 가축전염병 예방법의 개정 수위를 놓고 팽팽히 맞서고 있다. 한나라당은 통상마찰을 야기하지 않는 선에서 가축법 개정을 논의하자고 주장한 반면, 민주당은 정부가 추가협상의 성과라고 내세운 30개월 이상 쇠고기 수입금지 등이 가축법에 반드시 담겨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쇠고기 국정조사 특위 구성에 관해서도 한나라당은 의석수에 따른 배분을 주장한 반면 민주당은 여야 동수 구성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는 "국회 등원이야말로 민주당의 새 지도부가 처리해야할 가장 긴급한 과제"라며 “국회의원이 국회 가는데 무슨 조건이 필요한가. 그것은 의원의 기본적인 의무이다.”라며 국회 등원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와 달리 야당인 정세균 민주당 대표는 여당이 먼저 가축법 개정에 나서 야당이 국회로 들어갈 명분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또 18대 국회 첫 임시국회에서 야권의 등원 거부로 인해 국회의장단을 선출하지 못함에 따라 법사위원장 양보안을 비롯해 통상절차법 제정, 쇠고기 국정조사권 실시 등을 포함한 13∼14개 협상안도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측은 가장 큰 쟁점인 가축법 개정안 처리에 대한 한나라당의 명확한 입장표명이 전제되지 않는다면 나머지 협상안은 ‘부수적’인 부분인 만큼 크게 개의치 않는다는 입장이어서 양측 간 개원협상을 둘러싼 힘겨루기가 팽팽하게 진행되고 있다. 
 
당 대표로서 첫 집무에 들어간 정세균 대표는 라디오와 가진 한 인터뷰에서 “한나라당이 가축전염병예방법의 개정에 동의하지 않고 논의만 하자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며 “검역주권은 국민들의 최소한의 요구인 만큼 그냥 넘어갈 수 없으며 따라서 가축법을 수용하지 않으면 등원은 없다”는 강경 입장을 고수했다.
 
그는 특히 “등원은 시급한 문제여서 야당의 심정도 타들어간다”면서도 “하지만 국민적 요구를 도외시한 채 그냥 들어갈 수 없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민주당이 들어갈 수 있게 (한나라당측에서) 최소한의 요구는 들어줘야 한다”고 한나라당의 양보를 촉구했다. 민주당은 재협상 결의안과 가축전염병예방법에 대한 합의가 전제되지 않는 한 국회 등원은 국민의 뜻을 거스르는 것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민주당 국회의원 81명이 등원을 하여 도대체 무엇을 할 수 있다고 등원을 하느냐는 강경의 목소리도 민주당 내부에 있다.

특히 지난 6일 전당대회를 끝으로 대표직에서 물러난 손학규 민주당 전 대표는 올림픽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전당대회에서 “이제 정정당당하게 국회에 들어가 따질 것은 따지고 고칠 것은 고쳐야 한다.”며 국회 등원을 주장했다. 
 
손 전 대표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해서도 “18대 국회에서 자신을 갖고 처리해야 할 것”이라며 “국민의 뜻을 능동적으로 받들어 실천하는 야당이 돼야 한다. 국회의원의 책임과 권한을 적극 행사하는 야당이 돼야 한다.”며 FTA협정을 국회에서 비준해야 한다는 자신의 소신을 끝내 굽히지 않았다. 
 
무엇보다 국회 등원은 국민의 뜻 이전에 국회의원의 도리요, 책무이다. 중요한 것은 18대 개원 문제는 어떤 조건이 선행되어서는 안 된다. 개원은 국회의원으로서 첫 임무의 시작이라 할 수 있다. 18대 개원 국회에서 의원선서도 하지 않은 국회의원들이 자신들의 의무와 책임을 다하지 않으면서 권한과 행사를 하겠다고 한다면 그것 또한 정도(正道)를 벗어난 행동일 것이다. 

가축전염병예방법 개정안 처리가 국회 등원의 전제조건이 되어서는 안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국회등원에는 그 어떤 조건이 있어서도 안 된다. 국회에서 법안이든 현안이든 그 어떤 것이든지 여야 간에 머리를 맞대고 논의하는 것이 상식이요, 순리이다.
 
국회의원의 국회등원은 헌정질서가 부여한 의무이자 국민의 요구이다. 현재 개원이 되지 못해 국회의장 선출은 물론 상임위 배정도 하지 못한 국회가 올 스톱된 상황으로 긴급한 민생현안에 대해서 속수무책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한 책임은 누가 져야 하는 가? 
 
민주당은 일부 여론에 떠밀린 명분 없는 등원은 바람직하지 않지만 정부의 발목을 잡는 인상을 줘서도 안 된다. 여당과의 협상과 타협으로 조속히 국회를 정상화시켜야 한다. 국회에 들어가 따질 것은 따지고 고칠 것은 고쳐야 한다. 
 
국회가 허송세월하는 사이 나라경제는 하루하루 깊은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국제 유가만 해도 연일 급등세에 있는데다 얼어붙은 건설경기로 하루에 한곳 꼴로 주택건설업체들이 쓰러지는 실정이다. 또 일부 강성 노조 주도의 ‘정치파업’ 연례행사로 생산현장과 지역경제에 골병이 들 지경이며, 쇠고기 시위 및 시국집회 여파로 죄 없는 자영업자, 소상공인들도 직격탄을 맞고 있다. 그 이 와중에 가장 큰 피해를 입는 계층은 서민들이다. 
 
민주당은 일단 등원해 국회를 정상화해야 한다. 더 이상 국회를 등져선 안 될 것이다. 야당의 매운맛을 보여주기 위해서도 마찬가지다. 민주당이 원내보다 장외를 선호하는 속사정을 모르지 않지만 10년을 집권했던 이른바 민주세력이라면 국회의사당을 외면한 채 촛불민심에 묻혀가려는 행태는 당당하지 못하다. 
 
무엇보다 국회의원의 수적 유·불리에 따라 민의가 오락가락 하는 것은 아니다. 국민을 위한 진정한 노력은 국회 등원을 둘러싼 갈등이 아니라 의정단상에서 당당히 자신들의 주장을 국민들에게 설파하는 데 있다. 민주당은 오로지 국민의 뜻을 존중하고 실현하는 길을 통해서만 국민의 지지를 회복할 수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분명히 자각해야 한다. 
 
끝으로 상시 국회를 위한 국회법 개정도 검토해야 한다. 그렇게 될 때 지금과 같은 여·야간의 불필요한 등원 협상이 사라질 것이다. 또한 법안 심의와 처리에 있어서도 보다 더 높은 효율이 기대될 수 있을 것이다.
 
국회의원은 국민이 피땀 흘려 낸 세금으로 보수를 받는 공복이다. 그러므로 국회의원은 공복으로서 법을 지키고, 국민의 뜻을 헤아려 열심히 일해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 나라가 어려운 이 시기에 국민이 뽑아준 대표의 역할을 잘 감당하는 것이 국민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길일 것이다. 법을 만든 국회가 법을 지키지 않는 모순을 범하지 않고, 하루빨리 개원하기를 간절히 바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