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S가 점찍은 깜짝 놀랄 만한 후보가 이인제라고?’…어불성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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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S가 점찍은 깜짝 놀랄 만한 후보가 이인제라고?’…어불성설
  • 정세운 기자
  • 승인 2015.10.10 23:42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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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S, “특정인을 지칭한 얘기 아니다” 증언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정세운 기자)

1995년 6월 김영삼(YS) 대통령은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과의 인터뷰에서 “차기 대통령은 반드시 세대 교체된 깜짝 놀랄 만한 젊은 인물이 등장할 것”이라고 강변했다.

이를 놓고 YS가 이인제를 차기 대권주자로 점찍었다고 추측했다. 당시 언론도 이를 대서특필했고, 여론은 그렇게 흘러갔다. 20년이 지난 2015년 이는 정설처럼 굳어졌고, 언론사의 데스크칼럼에 자주 인용되기도 한다.

YS가 이인제를 차기 대권후보로 점찍었다는 말은 사실일까? 2009년 필자는 YS와 만나 이 같은 질문을 해 본 적이 있다.

-1995년 당시 <타임>과의 인터뷰에서 언급한 ‘깜짝 놀랄 만한 후보가 이인제가 맞나.’
“(빙그레 웃으며)그건 사실관계가 맞지 않다.”

-그렇다면 누구를 염두고 두고 그런 발언을 한 것인가.
“딱히 누구를 지칭한 게 아니다. 세대교체가 돼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이었지.”

YS가 차기 대권후보로 이인제를 점찍었다는 것은 잘못 알려진 대표적 사례임에도 정치칼럼을 쓸 때 자주 인용된다. 사진은 YS와 이인제, 맨 우측에 김기수 비서실장의 모습도 보인다. ⓒ뉴시스

YS 발언은 DJ와 JP 견제용

YS의 발언은 차치하고서라도 사실 관계를 알아보기 위해 시곗바늘을 1995년 6월로 돌려볼 필요가 있다.

1995년은 YS가 집권한 지 3년째 되는 해다. 1992년 대선에서 패한 DJ는 정계은퇴를 선언한 후 외국으로 외유를 떠났다. 정국은 민정-민주-공화 등 3당 합당으로 탄생한 거대여당 민자당과 이기택이 이끄는 통합야당 민주당의 양당체제였다. YS 정권 출범 이후, 집권세력이 된 민주계는 부패세력 척결을 내걸고 JP를 내몰았다.

그해 6월 27일은 30년 만에 부활된 지방선거가 있는 날이다. JP는 집권세력인 민주계에 강력반발하며 자유민주연합(자민련)을 만들어 지방선거전에 뛰어들었다. DJ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귀국, 민주당 조순 서울시장 후보를 지원유세하며 선거판에 들어왔다.

JP는 핫바지론으로 무장한 채 충청권을 녹색(자민련)으로 물들였고, 대권 3수생이자 정계은퇴를 선언했던 DJ도 지역등권론을 앞세워 슬그머니 정치판에 복귀했다.

DJ와 JP가 지역주의를 앞세워 호남과 충청에서 표를 훑어 나가기 시작했다. 집권당인 민자당은 충청은 이춘구 대표를 내세워, 호남은 김덕룡 사무총장을 앞세워 이들을 막기 위한 배수의 진을 쳤다. 하지만 이들이 정치9단인 DJ와 JP의 행보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러던 차에 YS가 미국 시사주간지인 <타임>과의 인터뷰에서 ‘세대교체론’을 들고 나왔다. YS는 “차기 대통령은 깜짝 놀랄 만한 젊은 후보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누가 봐도 YS의 세대교체론은 DJ와 JP를 겨냥한 발언이었다.

당시 상황이나 YS의 증언 등을 종합해보면 ‘이인제를 점찍었다’는 얘기는 어불성설이다. 하지만 이는 지금까지도 정설처럼 회자되고 있다.

YS가 주창한 세대교체론은 차기 대권에서 DJ가 당선됨으로써 공허한 얘기가 돼 버렸다. 물론 5년 뒤 젊고 깜짝 놀랄 만한 후보가 대통령이 되긴 했다. 노무현이다.

이제 정치칼럼 등을 쓰면서 ‘YS가 깜짝 놀랄 후보로 이인제를 점찍었다’고 하는 인용은 삼가는 게 옳지 않을까?


 

담당업무 : 정치, 사회 전 분야를 다룹니다.
좌우명 : YS정신을 계승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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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윤식 2017-01-31 02:30:53
정기자님! 그렇다면 인면진씨가 설 연휴 지나면 나온다는 깜짝 놀랄 대선후보 얘기 역시!어느 누구를 지칭하지 않은 그저 인명진씨의 희망사항 일 뿐이라 보십니까?-김치맨 Tony Yoonsik Lim

정치쪼다 2015-10-11 16:44:14
정세운 기자님, 앞으로도 좋은 기사 많이 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