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실에서 만난 정치인(62)>정대철, ˝유교적 ‘불평등 당위론’ 이 한국인 정치의식구조에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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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실에서 만난 정치인(62)>정대철, ˝유교적 ‘불평등 당위론’ 이 한국인 정치의식구조에 영향˝
  • 오지혜 기자
  • 승인 2015.10.15 13: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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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강오륜, 인간관계를 수직적으로 묘사…한국사회에 서열 및 계급의식 자리잡아"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오지혜 기자) 

▲ 정대철 새정치민주연합 상임고문 ⓒ 시사오늘

지난해 12월,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 지도부가 만난 자리에서 '각하' 논란이 일었다. '각하'라는 표현을 세 차례 사용한 이완구 당시 원내대표를 향해 과거 권위주의 정권 시절 수직적 정치문화에 근거한 게 아니냐는 비난이 쏟아진 것이다. 정치문화란 미국의 정치학자 G.A.알몬드가 <시민문화 The Civic Culture>(1963)에서 처음 언급한 개념이다. 알몬드는 사회 구성원이 지닌 정치적 인식과 태도 판단 가치관 등에 따라 다양한 정치문화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정대철 상임고문은 지난 13일 국민대학교 북악포럼 강연을 통해 유난히 수직적인 한국 정치문화의 기저에 깔린 정치의식구조를 분석했다. 또 앞으로의 발전을 위해 극복해야 할 과제도 제시했다.

정 상임고문은 한국인의 정치의식 구조의 배경으로 우선 유교 유산인 '불평등 당위론'을 꼽았다.

"공자와 맹자 등 유교 사상은 백성이 아닌 통치자 시점에서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즉 통치자가 국민을 위해 어떻게 일할 것인가에 대한 내용입니다. 또 삼강오륜(三綱五倫)에서 볼 수 있듯이 유교에서는 인간관계를 수직적으로 묘사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영향으로 한국사회에 서열 및 계급의식이 뿌리내리게 된 겁니다."

비슷한 맥락으로 그는 한국인의 정치의식에 영향을 끼친 역사적 요인에 농경문화와 샤머니즘을 들었다. 농경문화는 촌락을 구성해 대를 이어가면서 혈연에 집착하는 의식구조를 낳았다. 토속적인 종교관인 샤머니즘은 정치의식에도 스며들어 통치자에 신통력을 기대하는 경향으로 이어졌다. 정 고문은 샤머니즘과 독재의 관계에 대해서도 덧붙였다.

"정치의식에 샤머니즘이 끼어들면서 통치자 스스로가 '피지배층을 구원해주겠다'는 생각에서 장기집권을 시도하게 되는 것이죠."

정 고문은 빈번한 외세침략에 따른 '불안과 위축의 역사' 또한 한국 정치의식구조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봤다.

"우리나라는 668년 신라통일 이후 920여회의 외세침략을 받았습니다. 지배층은 연속된 외침에 따른 불안함을 민중에게 '가렴주구'식 내치로 해소했습니다. 이에 따라 지배층은 가학적 의식구조로, 피지배층은 피학적 의식구조로 이분화된 것입니다."

국내 정치의식 형성에는 수입된 사상의 영향도 있었다. 서구에서 들어온 기독교 문화는 자유 평등 권리 의무의 개념을 심어줬다. 특히, 서구 사상인 '평등 당위론'은 유교 유산인 '불평등 당위론'과 부딪쳐 오늘날 한국 사회에 갈등이 발생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정 고문은 앞서 이야기한 여러 요인에 따라 한국 정치문화 의식구조에 다음과 같은 특징이 보인다고 말했다. 우선은 강한 민족주의다. 신라통일 668년 이후 오랫동안 단일통일국가체제를 유지했고 이웃국가의 빈번한 침략에 시달리며 내부적으로 뭉치게 된 것이다.

"미국에서는 'I'의 개념이 강하지만 한국에서는 건방진 표현으로 느껴집니다. 대신 '우리'를 뜻하는 'WE'의 개념이 강하죠. 음식에도 영향을 미쳤는데 '탕' 문화가 그 예입니다. 이 같은 집단주의 의식은 다른 민족을 기피하는 외인공포증, 즉 제노포비아를 초래합니다." 

그러나 해방이후 우리나라에서 민족주의가 정치이념으로서 부각되지 못한 데에 대해 정 고문은 아래와 같이 설명했다.

"민족주의가 힘을 얻지 못한 까닭은 해방이후 김구와 김규식 등 민족주의자가 정치권력에서 배제됐고, 정치권력을 유지하는 방향이 오히려 외세 의존적이었기 때문입니다. 또 남북이 분단된 상황에서 민주주의와 사회주의로 대립하면서 민족주의를 내세우기에 자가당착이 생겼습니다."
정 고문은 그러나 민족주의가 국수주의로 흐르지 않는 한 민주주의 발전과는 무관하다고 말했다.

두 번째로 그는 유교와 샤머니즘, 농경문화 등의 영향으로 한국의 정치문화가 지도층에 대해 순종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제도가 아니라 권력 자체가 인격화 돼 권위주의가 강해졌다는 분석이다. 정 고문은 민주주의가 발전하기 위해서 권위는 세우되 권위주의는 배제돼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최근 국정화 논란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민주 국가의 조건은 다양성과 다수결 결정, 소수의견 존중, 그리고 법의 보장입니다. 최근 국정교과서에 대한 논란도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아 생긴 일 아닙니까."

정 고문은 또 한국 정치문화의 특징으로 명분주의와 정치적 감상주의를 꼽었다. 유교적 영향에 따른 명분주의는 막연한 목표를 세우며 사람에 대한 평가도 능력보다 원만한 성격을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 또 정치적 감상주의 또한 인정과 의리에 집착해 원칙과 준법정신을 약화시킨다.

"안대희 전 대법관의 수임 논란과 같은 맥락입니다. 대법관 하다가 변호사로 개업해 1년 만에 20억 쉽게 벌지 않았습니까. 선배가 사건을 수임했는데 후배인 검사가 알아서 대접해줘야 하는 전관예우가 정치적 감상주의의 대표적인 예입니다. 민주 국가로서 발전하기 위해서는 수정 및 보완돼야 합니다."

정 고문은 이외에도 농경문화의 유산인 배타성이 한국 사회에 흑백 논리가 만연하게 된 근본 원인이며 지역대결주의로 정치발전을 저해하고 있다고 말하면서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서 치유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얘기했듯이 한국 정치의식구조를 살펴보면 민주주의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특징도 있지만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 수정 또는 극복되어야 하는 부분도 분명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단기적으로 법률과 제도를 민주적으로 고쳐야 하고, 장기적으로는 의식구조 자체를 보완 또는 치유할 수 있도록 노력이 필요합니다."

담당업무 : 국회 및 야당 출입합니다.
좌우명 : 本立道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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