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박근혜 갈등의 끝은 어디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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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박근혜 갈등의 끝은 어디인가?
  • 김재한 대기자
  • 승인 2008.12.01 14: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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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청와대 회동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박근혜 전 대표에게 당 대표직을 제의했느냐'를 둘러싸고 양측의 진실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청와대측은 "분명히 했다"는 것이고 박 전 대표측은 "그런 일 없다"고 주장한다.

특히 청와대의 발언을 정면으로 반박했던 박 전 대표 측 관계자가 13일 “박 전 대표가 ‘대통령으로부터 제안을 받았다’고 말했다”고 밝힌 데 이어 청와대가 “이 대통령이 박 전 대표에게 구체적으로 ‘당을 맡아 달라’고 제안했다”고 공개하는 등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한나라당 내에선 이를 두고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를 가리켜 “화성남 이명박, 금성녀 박근혜”라는 농담까지 나왔다. 다른 언어라도 쓰는 듯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는 남녀 간의 차이와 관계를 다룬 베스트셀러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에 빗대 두 사람 관계를 표현하고 있다.

앞으로 이명박과 박근혜의 회동에서는 통역(通譯)이 필요하다는 자조 섞인 말이 나올 지경이다. 설령 통역은 아니라도 양자간에 합의된 이야기가 아니면 언론에 발표를 하지 않아야 할 정도로 최소한의 신의와 신뢰조차 갖추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의 대화는 늘 삐걱댔다. 지난해 대선 직후인 12월 29일 회동 후에도 두 사람은 독대를 했고, 그 이후 이 대통령 주변에서 “총리직을 제안했다”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그러나 박 전 대표 진영에서는 “처음 듣는 소리”라고 불쾌해했다.

또 1월 29일 박 전 대표가 특사 자격으로 중국에 다녀온 뒤에도 두 사람은 만났다. 이 자리에서 둘은 “‘공정 총선공천’에 합의했다”고 입을 모았지만 공천 결과가 나오자 서로 “내가 속았다” “나도 충격 받았다”고 주장했다.

'당 대표 제의' 논란은 지난 12일 청와대 핵심 관계자가 "이 대통령이 박 전 대표에게 '당의 구심점이 돼 달라'는 취지의 말을 했고, 이 말은 사실상 당 대표를 제의한 것"이라고 말한 것이 발단이었다.

지난 10일 회동 이후 언론을 통해서 흘러나오는 이야기에 따르면 당초 이 대통령은 ‘당의 구심점’이 돼 달라는 정도가 아니라 ‘당을 맡아 달라’는 식으로 더 구체적으로 제안했다고  알려지고 있다.

당을 맡아달라는 의사 표시는 대표에 출마하면 자연스레 과반 이상의 지지를 얻어 친박세력의 입당문제를 해결할 수 있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에서이다. 무엇보다 이명박- 박근혜의 회동은 친박세력의 총선 공천 탈락에 불만을 품고 있는 박근혜 전대표를 끌어안겠다는 기본적인 생각이 깔려 있었다.

그러나 청와대 회동은 갈등 봉합이 아닌 갈등 노정상태를 드러났다. 심지어 일각에서는 아직도 대선 경선 중인가 하는 착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당대표 제의설을 둘러싼 양자간의 갈등을 보면서 최소한의 금도(襟度)는 갖추고 있어야 하지 않겠는 가 생각된다. 다시 말하면 상대 존중의 기본적인 예도 갖추지 않고 있으면서 상대의 신뢰를 구하겠다고 한다면 이는 어불성설인 셈이다.

박 전 대표가 11일 호주로 출국하는 길에 인천공항 간담회에서 “(친박 일괄 복당에 대해) 5월까지 가부간에 결정을 내려 달라”고 요구했다는 실로 충격적인 일로 받아들여진다. 입당 신청도 안 한 사람들을 5월 말까지 복당시키라고 하는 박근혜의 요구는 대통령에 대한 도를 넘어선 요구라고 보인다.

박근혜 전대표도 이제 이명박 대통령을 대선 경선의 라이벌인 아닌 일국의 대통령으로 예우를 갖추어야 한다. 이는 국가 지도자에 대한 최소한 기본적인 자세라 할 수 있다. 언제까지 요구만 할 것이며, 자신 스스로 변화될 생각을 하지 않는 가 묻고 싶다.

친박세력들이 상대방을 전혀 배려하지 하고 심지어 대통령을 능멸하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서로를 헐뜯고 비난하기만 한다면 우리 정치 수준은 달라질 수 없다. 무엇보다 자신들이 중요하면 상대도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박근혜는 이명박 대통령과 각을 세우는 것이 최고의 가치라는 것에서 벗어나야 한다. 박근혜 전대표 또한 친박 복당이라는 지협적인 문제에 매달리기보다, 국가적인 대사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것은 정치인으로서 기본적인 자세라 할 수 있다.

이명박 대통령 또한 마찬가지이다. 한.미 FTA 협정과 광우병 논란을 보면서 국민들의 분노를 읽을 수 있어야 한다. 국민들이 광우병에 대해 오해를 하고 있다면 그 원인을 국민을 설득시키지 못한 집권층에 책임이 있음을 알아야 한다.

책임을 전가하고 회피하고자 한다면 복지부동의 구태를 답습하게 되고 만다. 일을 하고자 하는 사람은 그 성취감과 더불어, 책임까지 공유해야 하는 것은 기본이다.

여권 일부에서는 광우병과 관련하여 전정권인 노무현 세력의 발목 잡기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아니다. 정권이 이미 바뀌었다면 그 모든 책임은 현 정부인 이명박 정권에게 그 책임이 있다는 사실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국민들은 지금도 “대통령 못 해먹겠다”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자조 섞인 발언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무엇보다 법과 질서가 중시되어야 한다. 원칙과 민주적인 절차가 선행되어져야 함은 당연한 일이다.

지난 10일 청와대 회동 이후, 청와대 일각에서 나오는 박근혜 당 대표 제안설은 민주적인 절차인 경선 자체를 무산시키는 행위이다. 다시 말하면 대통령이 당대표를 지명하는 제왕적인 리더십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을 보여준 사례라 할 수 있다.

당 대표는 이명박 대통령이 지명하는 것이 아니라, 한나라당 당원들의 자주적인 의사결정에 의해 전당대회에서 선출하는 것이 기본이다. 그런데 이러한 민주적인 기본질서를 무너뜨리는 발상을 하고 있다는 데 심각한 우려를 갖는다.

끝으로 아무리 원수지간이라도 한 배에 탄 이상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 서로 운명을 같이할 수밖에 없는 상황, 피치 못하게 협력하게 된다는 뜻의 오월동주(吳越同舟)라는 고사성어를 생각하게 된다.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대표는 오월(吳越)이기를 자처하지 말고, 동주(同舟)의 자세로 협력하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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