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점 空約 전쟁②>公約이 空約되나?…관세청도 손 놓은 면세점 공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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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세점 空約 전쟁②>公約이 空約되나?…관세청도 손 놓은 면세점 공약
  • 박수진 기자
  • 승인 2015.10.31 12:1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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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청 “면세점 선정 이후, 이행 여부 검토 안 한다”…요란한 ‘빈수레’ 우려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박수진 기자)

다음 달 초 선정될 시내면세점 3곳의 사업권을 둘러싼 대기업들의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정작 이를 심사하고 해당 업체를 선정하는 관세청(청장 김낙회)의 허술한 관리 체계가 드러나 논란이 예상된다. 화려한 선거공약을 내세우고 지키지 않는 정치인들에게 신물이 난 국민들이 이젠 재계인들의 이런 노림수까지 지켜봐야 한다니 기가 차고 코가 막힐 지경이다. ‘황금알을 낳는 사업’으로 불리는 면세점 특허권을 놓고, 각 기업들은 어떤 속빈 강정을 꺼냈는지 들여다봤다.  

▲ 중국 최대 명절인 춘제와 국경절을 맞아 한국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들이 지난 4일 서울의 한 면세점에서 쇼핑을 하고 있다. ⓒ뉴시스

너도나도 ‘사회공헌·상생’ 경쟁

면세점 특허권을 놓고 각 기업이 경쟁이라도 하듯 주변 상공인들과의 ‘상생’을 외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사회공헌’ 여부가 면세점 특허권 심사에서 중요한 평가 대상이기 때문이다.

평점 1000점 가운데 상생 점수는 300~450점이다. 이 가운데 기업이익의 사회 환원과 상생협력을 위한 노력 150점, 중소기업 지원 방안의 적정성(중기 제품 판매실적 및 매장 크기)과 지역경제 발전 기여도150점, 지역 관광 인프라 구축을 위한 노력도 주변 환경요소 150점이 평가 대상이다.

문제는 이렇게 세심하게 짜인 입찰 심사 항목과 달리 정작 관세청에서는 겉만 신경 쓰고 속은 들여다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시사오늘>이 취재한 결과 관세청에서는 심사할 당시에만 사업 계획서를 검토할 뿐, 이후에는 계획서 이행률에 대한 재검토는 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관세청 관계자는 “각 기업들이 공약 이행을 했는지 후에 확인하는 것과 관련해 아직 정해진 바가 없다”며 “5년 후 다시 진행될 면세점 입찰에 현재 공약 이행이 영향을 미치는 것 역시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또 지난 30일 <관세청, “면세점 선정 이후, 이행 여부 검토 안 해”> 보도 이후 관세청 홍보팀 관계자는 <시사오늘>과 통화에서 "모두 알 수는 없다"고 반박했다.

이에 <시사오늘>은 "그렇다면 이행 여부 담당하는 해당부서에 확인 후 알려달라"고 말했지만 이 홍보팀 관계자는 "전화를 받지 않는다"는 말만 지속할 뿐 여전히 무책임한 태도를 보였다.

실천 가능성엔 ‘물음표’

관세청의 이런 허술한 체계를 알기라도 하듯, 각 기업들은 너도나도 수천억 원대의 사회공헌 및 지역투자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면세점 특허권 입찰에 뛰어든 기업들은 특허 기간 많은 매출과 영업이익을 자신하고 있다.
지난 28일 업계에 따르면 오는 2020년까지 5년간 총 매출액에 대해 신세계디에프는 10조 원, SK네트웍스는 8조7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두산그룹은 면세점 첫해 매출 8000억원, 2년차에 약 1조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로 5년간 영업이익 5000억 원을 낼 것으로 보고 있다. 롯데면세점은 2020년까지 외화 29조 원을 벌어들이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해당 기업들은 관광객 유치를 통해 대규모 일자리 창출을 계획했다. 시내면세점을 통해 롯데는 9만6000여명, 신세계 14만 명, SK 6만7000명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롯데·신세계·SK네트웍스는 이를 통해 각각 19조 원, 7조5000억원, 7조원 경제적 부가가치를 창출할 것으로 내다봤다.

기업들은 지역·중소상인과 상생 협력에도 발 벗고 나섰다. 면세점 특허권을 획득할 경우 SK는 2400억 원을 사회에 환원하고 신세계는 2700억 원을 지역에 투자하겠다고 했다. 두산은 ‘지역 상생형 면세점’을 자처하며 면세점 이익의 10%를 기부금 형식으로 사회에 공헌하겠다고 설명했다. 롯데 역시 향후 5년간 1500억 원 규모의 사회공헌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관세청의 이런 무책임한 관리 체계 속에서 과연 이 공약들이 지켜질지는 미지수인 상황이다.

앞서 지난 26일 신세계는 이날 간담회 자리에서 신세계디에프가 만약 하반기 시내면세점 특허 획득에 실패하더라도 사회공헌이나 관광활성화 방안에 대한 약속 이행은 지속하라 것이라고 밝혔다.

서영목 신세계디에프 사장은 “지난 7월 시내면세점 입찰 당시 탈락했지만 사회공헌이나 지역상권 활성화와 관련한 공약들은 계속 추진해 오고 있다”면서 “이번에도 특허권 획득 여부와 관계없이 약속들은 지켜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아직 신세계만의 생각일 뿐, 해당 중구청과의 논의는 진행된 바가 없다.

두산 역시 면세점 브랜드 유치와 관련해 업계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샤넬’, ‘루이비통’ 등 명품업체들로부터 입점의향서(LOI)를 이미 받았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명품브랜드인 ‘샤넬’과 ‘루이비통’이 고급 상권도 아닌 동대문에 입점을 약속하지 않았을 것으로 업계는 분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도 지난 2010년 인천국제공항 내 면세점에 루이비통을 입점 시키기 위해 루이비통모엣헤네시(LVMH)그룹의 베르나르 아르노 회장을 직접 만나는 등 3여년에 걸쳐 공을 들인 바 있다.

이에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은 “가짜가 있을 수 있겠냐”며 “글로벌 패션지 ‘보그’를 비롯해 내가 직접 5개 패션지를 상당 기간 발행했다”며 “20여년 간 명품 브랜드와 인연을 맺어오며 한국에서 패션 관련 콘텐츠는 두산이 최고라는 인식을 심어줬기에 LOI를 단기간에 받을 수 있었다”고 해명했다.

롯데 역시 정작 함께 가야할 소상공인협회 측에서 지난 27일 대전광역시에 위치한 관세청에 방문해 롯데 면세점 특허권 연장 심사 과정에서 엄정한 심사를 촉구하는 서안을 제출하는 등 상생은커녕 갈등을 빚고 있다.

같은 날 발표한 SK네트웍스의 ‘동부권 관광벨트’ 구상의 경우 워커힐 면세점을 지키고, 동대문에서 추가로 특허를 따야 실현 가능한 공약으로 두 곳의 특허를 동시에 따기가 어려워 보여 해당 공약 역시 지키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업계 한 관계자는 “면세점은 국가가 특허 기간 동안 신규 사업자의 진출을 제한해 기업에 독점적 사업과 이윤을 보장하는 사업이다. 특정 기업들만 허가를 받고 운영할 수 있기 때문에 무엇보다 정부의 사업자 선정 과정에 공정성이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담당업무 : 백화점·대형마트·홈쇼핑 등을 맡고 있습니다.
좌우명 :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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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11-01 06:56:27
두산이 되라 그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