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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정, "당직자에서 의원·장관까지…운이 좋았다"
김희정 여가부장관
"정치의 매력은 '서포팅'…처음부터 정치인 꿈꿨다"
2015년 11월 27일 (금) 오지혜 기자 sisaon@sisaon.co.kr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오지혜 기자)

   
▲ 김희정 여성가족부 장관 ⓒ 여성가족부

'알파걸(Alpha girl).' 사회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엘리트 여성의 모습은 더이상 낯설지 않다. 그러나 그들은 여전히 '일과 가정' 사이에서 고민한다. 영화나 드라마에서도 수많은 알파걸 캐릭터가 등장하지만 고민의 끝은 대개 어정쩡한 타협이다. 

국내에도 수많은 알파걸이 있다. 김희정 여성가족부 장관도 그 중 한 명이다. 19대 국회의원에 재선된 후 여성가족부 수장까지 맡고 있는 김 장관은 7살 된 딸과 4살 된 아들을 슬하에 두고 있는 '워킹맘'이다.

<시사오늘>은 11월 19일 정부 서울청사를 찾아 김 장관의 얘기를 들어봤다. 장관실 벽에는 깨알 같은 글씨로 가득 차있는 주요 정책과제 추진 일정표가 붙어있었다. 김 장관은 "어느 여성학자가 '세상에 슈퍼우먼, 알파걸은 없고 피곤해하는 여성만 있을 뿐'이라고 말하던데 공감한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지친 표정인 아닌 또렷한 눈빛으로 질문에 대해 거침없이 답변했다. 그렇게 인터뷰는 시작됐다.

-정치를 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어릴 때부터 정치인이 꿈이었다. 정치인이 돼서 인재를 발굴하고 '서포팅'하는 일을 하고 싶었다. 평소 예로 많이 드는 게 장영실과 콜롬버스다. 장영실이 세종대왕을 만나지 않았으면 과학자로서 꿈을 펼칠 수 없었을 거다. 콜롬버스도 마찬가지다. 그가 신대륙을 찾으러 떠나겠다고 했을 때 미쳤다고 한 사람도 있었지만 그의 모험을 지지해준 여왕도 있었다. 나 또한 그런 눈을 가진 정치인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다른 사람을 돕기 위해 정치를 하겠다는 건데 무척 독특한 것 같다.

"솔직히 내가 하고 싶은 게 많다. 하지만 그 모든 걸 혼자 다 할 수는 없다. 그래서 나 대신 다른 누군가가 각각 그 역할을 잘해낼 수 있도록 돕는 방법을 찾은 것이다. 그게 훨씬 효과적이다. 이처럼 함께하는 정치 행태를 앞으로도 계속 추진할 것이다."

-대학을 졸업 후 곧바로 한나라당 사무처 직원으로 일했다. 이 점도 좀 특별한 것 같다.

"그 당시에는 사업에서 성공하거나 공무원이나 변호사를 했던 사람들이 정치권에 들어왔었다. 그러니까 다른 분야에서 성공한 다음에 정치권으로 넘어오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그렇게 돌아서 정치권에 들어가는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처음부터 정치를 할 수 있는 방법이 뭘까 생각해 봤는데 정당이 답이었다. 학교에서 배운 의회정치, 선거정치 등이 모두 정당에 녹아있었다. 그래서 정당사무처에 공채시험을 봤다."

"대학 때 정외과 동기 중 '정치인 되겠다' 나밖에 없어"

이처럼 하나의 목표에 집중하는 김 장관 스타일은 대학 입학 때에도 나타났다. 

"내가 대학에 들어갈 때는 대학과 해당 학과를 먼저 선택하고 시험을 보는 방식이었다. 나는 연세대 정치외교학과를 지원해 시험을 보고 입학했다. 입학 후 지도 교수님이 면담 시간에 학생들에게 정외과에 지원한 이유를 물어봤더니 동기들 90% 가 외무고시를 본다고 그러더라. 나머지는 사법고시, 행정고시, 기자 정도였다. '정치를 하겠다'고 대답한 건 나뿐이었다." 

김 장관은 당직자에서 의원으로 당선된 데에 '운이 좋았다'고 말했다. 실제로 그는 당 기획조정국 직원으로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었다. 특히 기획안을 작성해 발표할 기회를 가지면서 주목받았다.  

"처음 기획조정국에 부서배치를 받았다. 여당의 기획조정국이다 보니 청와대 및 의회와 관련된 일을 해볼 수 있었다. 선거 기획서를 비롯해 다양한 기획서를 쓸 기회가 생긴 거다. 특히 당시는 대통령 직선제가 생긴 지 얼마 안 되었기 때문에 새롭고 참신한 기획이 필요했던 시절이다. 그러다 보니 젊은 내 기획안도 비교적 받아들여질 수 있는 분위기였다. 또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시대가 변하고 있었던 것도 도움이 됐다. 전자당원관리 시스템, 당 홈페이지 개설, 온라인 대변인 제도 등 시대 변화에 발맞추는 기획서를 냈고 좋은 반응을 얻었다."

-'정치 신예'가 된 17대 총선 출마를 물어보지 않을 수 없다.      

"출마를 하는 데도 앞서 이야기한 당의 시스템 변화가 아주 좋은 기회를 줬다. 소위 과거의 '밀실 공천' 분위기였다면 나는 절대 출마하지 못했다. 17대 공천의 타이틀은 '밀실에서 광장으로'였다. 즉 공개 공천을 한 거다. 심사위원들이 서류를 통과한 후보자들로 하여금 공개토론을 하도록 했는데 이 장면이 일반 당원과 언론에 공개됐다. 그러다 보니 그 결과에 대해서도 모두가 납득할 수 있었다. 내 입장에서 매우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김희정 여성가족부 장관 ⓒ 여성가족부

"정치는 '팀플레이'…생각 없는 계파와 달라"

김 장관은 2004년 17대 총선을 앞두고 한나라당이 개혁 공천의 일환으로 도입한 면접토론에서 두각을 나타낸다. 자연스럽게 공천으로 이어졌고 33세로 당선, 우리나라 의정사상 최연소 여성 국회의원이 된다. 그는 당선 후 정당 시스템을 첨단화하는 데 적극적이었고, 국정감사에서 동영상과 파워포인트를 처음으로 도입했다. 그는 또 한나라당 개혁소장파 그룹인 '새정치수요모임' 등에 참여하는 등 외연을 넓혀갔다.

-17대 의정활동부터 폭넓은 인맥이 주목받았다.

"의원이 되기 전부터 정당에서 일하다 보니까 아는 분들이 정치권에 많았다. 예를 들어 우리 정당에 출입하는 기자라든지 좋은 정책을 제안했던 교수들이라든지 시민단체 활동가라든지. 그런데 정치는 절대로 혼자서는 할 수 없다. 행정부는 독임제 기관이기 때문에 혼자서 할 수 있겠지만 의회는 합의제다. 법안을 제안하는 것도, 통과시키는 것도 혼자서는 불가능하다. 그래서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끼리 규합하고 생각이 다른 사람도 계속 만나고 설득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의회는 어느 조직보다도 팀플레이가 필요하다."

-계파가 필요하다는 것으로 들릴 수 있다.

"아니다. 계파는 자기 생각 없이 그냥 우르르 몰려다니는 거다. 내가 말한 것은 어떠한 목표를 놓고 서로 토론하며 방법을 찾는 것이다. '새정치수요모임'의 경우도 국민과 함께 새 정치를 하고 싶다는 목표로 모인 것이다. 예를 들어 당론에 구애받지 않고 크로스보팅(Crossvoting)도 할 수 있는 그런 정치 말이다. 당시 수요모임에는 손학규 지지자, 원희룡 지지자, 이명박 지지자, 박근혜 지지자가 따로 있었다. 그러니까 사람이 아니라 정치개혁이라는 목표를 중심으로 모인 것이다."

-그렇게 정치개혁을 위해 모였지만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주류가 아니었다(웃음). 그러나 나는 레코딩(Recording)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레코딩은 단순히 기록을 말하는 게 아니고 정치발전을 위한 시도가 쌓여가는 과정을 뜻한다. 발전이라는 게 사선형만 있는 게 아니라 계단형도 있다. 어떤 시점에서는 아무런 발전도 없이 계속 제자리인 듯 보이지만 어느 순간 수직으로 쑥 올라가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나는 계단의 폭이 넓을수록 높이도 높아진다고 믿는다. 지금 당장 체감할 수 없다고 해서 포기하는 게 아니라, 누군가는 계속해서 시도해야 한다. 내가 공개토론회라는 방식을 통해 소위 현역 의원을 꺾고 17대 의원으로 당선된 것도 앞서 정치개혁을 시도한 사람들의 노력이 쌓여서 그렇게 된 것이다. 이번 새누리당의 청년비례대표제 도입도 마찬가지다. 이전에 누군가의 노력이 있었기 때문에 청년이 목소리를 낼 기회가 생긴 것 아닌가."

김 장관은 이 대목에서 정치개혁을 위해서는 국민들이 정책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들이 실제 삶과 직결되는 정책에 관심을 가져주었으면 한다. 이상하게 생활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정책을 아무리 많이 강조해도 이슈화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유권자들이 이런 문제에 관심을 가지면 곧바로 정치이슈가 되고 정치권이 여기에 집중하게 된다. 여가부 장관 입장에서 말하자면, 일·가정 양립과 관련해 힘들어하는 사람은 많지만 사실 한 번도 중요한 정책 의제로 정당에서 다뤄진 적이 없다. 달리 말해 가족이나 육아 문제가 표의 향방을 가른 적이 없다는 거다. 그런 점이 안타깝다." 

   
김희정 여성가족부 장관 ⓒ 여성가족부

"박근혜 대통령, 여성 경제활동 질적전환 이뤄"

정책 얘기가 나와서 박근혜 정부의 여성 정책 쪽으로 주제를 돌렸다. 김 장관은 박근혜 정부가 여성 경제활동의 균형 발전과 질적 전환에 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정부의 여성정책의 특징은 무엇인가?

"박 대통령은 이전 정부와 비교해 여성 경제활동의 균형 발전에 큰 관심을 쏟고 있다. 여성의 전 생애에 걸친 경제활동은 4개의 고리(4R)로 이뤄져 있다고 말할 수 있는데, 바로 사회진출(Recruit)과 경력유지(Retention), 경력단절 이후 재취업(Restart), 여성 대표성(Representation)이다. 그동안의 여성정책이 1번(사회진출)과 4번(여성 대표성) 고리에만 초점을 맞췄다면 박근혜 정부에서는 2번(경력유지)과 3번(경력단절 이후 재취업) 고리를 강화하는 데 노력하고 있다.”

-자세한 설명이 필요할 것 같다.

"예를 들어, 1번(사회진출)은 여성의 취업률, 4번(여성 대표성)은 여성 대표자 수를 따지는 거다. 그러다 보니 여성교육이 인턴십과 리더십 쪽으로만 맞춰져 왔다. 그런데 이번 정부는 이미 취업한 여성들의 경력유지와 실패한 경우 재도전 기회 등도 살펴봐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에 따라 2번(경력유지)과 3번(경력단절 이후 재취업)의 고리를 강화하면서 균형을 맞추게 됐다. 2번에 관련된 정책은 '워킹맘·워킹대디 지원센터', 3번은 고용복지플러스센터' 등을 생각하면 된다."

김 장관은 박근혜 정부에서 여성 차관 수가 역대 최고임을 강조하기도 했다.

"박근혜 정부에서도 여성 장관 수는 여전히 적다고 하지만 여성 차관 수는 역대 최고다. 즉 여성이 장관으로 올라갈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됐다는 거다. 또 남성들만 임명되던 자리에 여성을 기용, 성공모델을 만들어 줬다. 조윤선 전 정무수석이 좋은 사례다. 청와대 정무수석에 여성이 기용되기는 이번 정권이 처음이다. 또 검찰 창설 67년 만에 첫 여성 지검장이 탄생하기도 했다. 바로 올해 2월 제주지검장에 임명된 조희진 지검장이다. 이런 것들은 단순히 숫자에 그치는 게 아니라 질적인 전환을 보여주는 것이다."

"일·가정 양립정책 '복지' 아냐…소득 수준 상관없이 이용해야"

김 장관은 "나 자신이 워킹맘이다 보니 박근혜 대통령이 일·가정 양립과 관련해 현장성 있는 정책을 잘 세워달라고 했다"고도 말했다. 곧바로 관련 질문을 던졌다.

-어린 자녀를 둔 워킹맘으로서 일·가정 양립정책을 펴는 심정이 남다를 것 같다. 특별히 중점을 두는 부분은 무엇인가.

"우선 일·가정 양립정책과 관련해 회사 분위기가 정말 중요하다. 그래서 여가부는 일·가정 양립제도를 모범적으로 실천하는 기업을 대상으로 '가족친화인증'을 부여, 가족친화 직장문화를 조성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다음으로 중점을 두고 있는 사업은 '아이돌봄서비스'다. 기존 보육시스템은 시간과 장소에 어느 정도 한계가 있다. 반면 여가부는 24시간 촘촘한 보육을 목표로 한다. 만 12세 이하 아동을 둔 가정이 맞벌이 등 양육 공백이 발생하면 이 서비스를 활용할 수 있다. 나아가 여가부는 '워킹맘·워킹대디 지원센터' 운영을 통해 일하는 엄마·아빠에게 일·가정 양립 관련 고충 상담과 육아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아이돌봄서비스'와 '워킹맘·워킹대디 지원센터'는 저소득층만 사용할 수 있는 게 아닌가. 그래서 보통 맞벌이 부부들은 별 관심이 없다.

"아니다. 부모 중 어느 한쪽이 일하면 모두 이용할 수 있다. 소득수준에 맞게 사용료만 달리 내면 된다. 이 같은 점에서 일·가정 양립정책은 복지와 구분된다. 복지정책으로 바라보는 순간 위기 가정만 돌보게 된다. 그러나 일·가정 양립에 대한 고충은 현재 생활 수준과 상관없이 누구나 아이를 양육하는 시기에 경험하는 것 아닌가. 그렇기 때문에 해당 사업들은 복지와 시혜의 개념이 아니다."  

인터뷰를 시작한 지 30분 정도가 지났다. 김 장관은 다른 일정 때문에 자리에서 일어나야 했다. 마지막으로 물어봤다.

-하루에 수면 시간은 얼마나 되나.

"시간보다 한번 잠들면 누가 엎어가도 모를 정도로 잔다(웃음)."

국회의원을 겸임하고 있는 김 장관은 여가부 공식 행사가 없는 주말에는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자신의 지역구를 찾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장관직을 열심히 해서 성과를 내는 것도 자신을 뽑아 준 지역구민들에 대한 보답이라고 생각하며 매사 최선을 다한다는 자세로 임한다고 한다.

김 장관은 인터뷰가 끝나자 시간에 쫓기면서도 "찾아와줘서 고맙다"며 일일이 악수를 청했다. 알파걸의 미래, 명확한 목표를 가지고 나아가는 김 장관에게서 답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오지혜 기자 sisaon@sisaon.co.kr이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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