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여의도 복귀’...민주당 ‘요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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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학규 ‘여의도 복귀’...민주당 ‘요동’
  • 최신형 기자
  • 승인 2010.07.09 10: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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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학규 당권, 대권주자 1위...정세균, 정동영 '긴장'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의 여의도 복귀가 가시화되고 있다. 지난 18대 총선에서 낙선한 뒤 춘천 칩거를 통해 장고에 들어갔던 손 전 대표의 복귀 시점이 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둔 시점과 맞물리자 당권 도전을 염두해둔 사전 포석이라는 관측이 제기되면서 ‘손학규 대안론’이 급부상할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그의 복귀를 두고 민주당 관계자는 “한나라당에 박근혜 전 대표가 있다면 민주당엔 손학규 전 대표가 있다”는 말을 하며 민주당 내 상당한 변화를 예고케 했다.

세종시 수정안 부결 이후 부쩍 정치적 보폭을 넓히고 있는 박 전 대표가 정치권 판도를 바꿨듯 손 전 대표의 복귀도 민주당 권력 지형의 판세를 뒤엎을 가능성이 있다는 말이다.

손 전 대표가 지난 4일 같은 당 박주선 최고위원, 6일엔 천정배 의원과 접촉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 같은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박 최고위원과 천 의원은 손 전 대표에게 일정 부분 역할을 해달라고 요청했고 손 전 대표는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지만 ‘당의 변화가 필요하다’면서 공감을 표시해 사실상 당 복귀를 기정사실화했다.

박지원 원내대표도 지난 8일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손 전 대표의 당권도전과 관련, “딱히 ‘당권에 도전하겠다, 안 하겠다’ 말은 안 했지만 여러 인사들을 만나면서 의견을 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만나보니 상당히 깊게 고민하고 있다.(전대에 나오는 걸로)해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대권을 꿈꾸는 인사들이 지도부 전면에 나서서 국민과 당원에게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게 좋다”면서 손 전 대표의 정치 복귀를 우회적으로 요청했다.

손 전 대표 측은 민주당 내 인사들의 구애의 손길과 민주당 대의원을 상대한 여론조사에서 차기 당권과 대권주자에서 1위를 차지한 것이 맞물려 자연스럽게 정치 복귀 수순을 밟고 있다고 전해진다.

지난 6일 여론조사기관인 <한국인텔리서치>가 민주당 대의원 3277명을 상대로 차기 당권주자 지지도에서 손 전 대표가 25.3%를 차지, 23.5%를 기록한 정세균 대표를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다.

그 뒤로 정동영 의원 19.7%, 박주선 의원 10.7%, 천정배 의원 5.9%를 기록했다.
또 당내 잠룡으로 분류되는 정세균-정동영-손학규의 3파전의 경우에도 손 전 대표가 30.6%, 25.1%에 그친 정 대표를 따돌리며 1위를 고수했고 정 의원은 24.6%를 기록하며 3위를 그쳤다.

2012년 대선 후보 적합도에서의 손 전 대표의 지지율은 더 상승했다. 손 전 대표가 32.8%를 기록해 18.8%에 그친 정 의원을 14%차이로 따돌렸고 당권주자 2위 자리를 지켰던 정 대표는 13.8%를 기록하며 2위 자리도 내줬다.
▲ 지난달 2일 오후 방송3사 출구조사가 김문수 한나라당 후보와 유시민 국민참여당 후보가 4.2% 차이로 나타난 가운데 유시민 후보와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오른쪽)가 긴장된 표정으로 대화를 나누고 있다.     ©

그러자 ‘두 鄭씨’, 주류 측에선 정세균 대표가 비주류 측에선 정동영 의원이 동시에 긴장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특히 정 대표 측은 그야말로 ‘사면초가’다. 지난해 재보선과 6.2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에 연이은 승리를 안기며 차기 전대에서 당권을 잡는데 이견이 없어 보였던 정 대표 측은 손 전 대표의 등장으로 그야말로 초긴장 상태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당내 486그룹과 친노그룹 등의 지지를 받고 있는 정 대표는 최근 486그룹 중 일부 인사들과 반(反)정세균을 외쳤던 비주류 측도 손 전 대표 쪽으로 갈아탈 움직임을 보이자 차기 전대 수성에 빨간불이 커졌다.

정 대표뿐 아니라 정동영 의원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반(反)정세균, 비(非)486’인 당내 비쥬류 그룹의 핵심 축인 정 의원은 민주당 정풍운동을 주도하고 있는 쇄신모임 측 인사들이 잇따라 손 전 대표와 접촉한 것으로 알려지자 겉으론 말을 삼가고 있지만 상당히 불편해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또 손 전 대표도 당내 약한 지지기반 때문에 당 변화를 고리로 당내 비주류 측과 손을 잡고 보폭을 넓힐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정 의원으로선 악재다.

정 의원의 지난 2007년 민주당 대선 경선 당시 발언, ‘손학규 DNA는 한나라당’, ‘한나라당 3위 후보로는 필패’ 발언 이후 손 전 대표와 감정적인 골이 깊어져 둘은 동거 체제를 꾸리기 힘들다는 게 중론이다.

당초 ‘반(反)정세균’ 연대를 통해 차기 당권 장악, 2012년 대권 행보 가시화라는 전략을 세운 정 의원 측은 전대 전략 수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손 전 대표와 정 대표간 지지층이 겹치는 맘큰 표가 분산되면 정 의원에게 불리할 게 없다는 관측도 조심스레 제기되고 있다.

‘정동영 대안론’ 카드를 가지고 있었던 비주류 측은 왜 손 전 대표에게 손을 내밀었을까.

그간 쇄신모임 내부에서는 모임이 정 의원에게 집중되고 정 의원 중심의 모임으로 비춰지는데 상당한 부담감이 있었다고 전해지고 있다.

쇄신모임 측은 당내 정풍운동을 위해 손 전 대표를 끌어들여 자신들이 원하는 건 정동영 중심의 지도 체제가 아닌 민주당 쇄신이라는 명확한 메시지를 당 지도부에 알릴 수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최종 변수는 남아있다. 그것은 바로 7.28재보선 결과다.

7.28 재보선을 앞두고 복귀하더라도 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정치행보를 확대하는 것은 당내 권력쟁취에만 골몰된 정치인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기에 당분간 재보선 승리를 위한 행보에만 집중할 가능성인 높다.

7.28재보선에서 민주당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결과를 얻을 경우 지난해 10.28 재보선과 지난 6.2 지방선거와 마찬가지로 손 전 대표가 ‘구원투수 역할론’을 들고 나와 당 쇄신을 요구에 앞장설 가능성이 높다.

지난 2년여 동안 춘천 칩거를 통한 탈정치화를 보여주며 당내 권력 쟁취라는 단기적 목표가 아닌 구원투수 역할에 머무르며 때를 기다릴 줄 아는 정치인의 이미지를 구축한 손 전 대표가  여의도 정치 복귀를 통해 2012년 대권을 향한 거침없는 행보를 보여줄 수 있을까. 정가의 집중이 주목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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