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발 금융 위기와 우리의 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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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발 금융 위기와 우리의 대응
  • 서상목(인제대학교 석좌교수)
  • 승인 2008.12.03 14: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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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제위기
▲     © 시사오늘

 
작년 초부터 연기를 뿜어내던 미국의 주택담보대출 부실문제가 드디어 대폭발 했다.

미국 재무부가 양대 모기지 업체인 패니메이와 프레디맥에 대해 2천억 달러의 공적자금을 투입했는데도 불구하고 미국의 5대 투자은행이 인수 또는 도산되거나 그 형태가 상업은행으로 전환되는 일이 단기간에 발생하였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 정부는 금융기관의 부실자산 매입에 7천억 달러를 투입하고, 국채발행 한도를 11조 3천억 달러로 늘리는 안을 만들어 우여곡절 끝에 의회의 승인을 받았다.

이러한 미국 정부의 조치에도 불구하고 상황이 진정되기는커녕 오히려 전 세계로 급속히 확산되었다. 미국과 주요 선진국은 물론 중국, 한국 등 신흥개발도상국들 모두에서 주식과 부동산 가격이 곤두박질을 하였고, 주요 금융기관들은 심각한 자금난을 겪었으며, 주요 기업은 물론 미국의 주정부마저 부도 위기에 처하게 되었다.

미국의 주택담보대출 부실문제가 전세계 금융위기로 확산된 것이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과 EU 등 주요 선진국 중앙은행이 공동으로 금리를 인하하였고, G7재무장관 모임에 이어 G20회담도 개최되었다.

또한, IMF는 신용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공공부문에서 약 2조 달러의 지출이 필요하다고 진단하면서, 파키스탄, 아이슬란드 등 국가부도위기를 겪고 있는 국가들에 대해 긴급지원책을 강구하고 있다.

이에 더해, 지난 13일에는 미국, 일본 및 유럽 중앙은행들이 금융회사에 달러 자금을 ‘무제한’ 공급할 것이라고 발표하였고, 각국 정부들은 대규모 구제금융안을 잇따라 마련하고 있다. 그 결과, 세계금융시장이 다소 진정국면으로 진입한 것은 그나마 다행한 일이다.

이 과정에서 위기해결의 선두주자는 미국이 아닌 영국이었다. 현대 금융의 종주국이라 할 수 있는 영국은 예금보호 한도를 무제한으로 확대함은 물론, 정부가 은행에 돈을 대주는 대신 주식을 사들이는 방법을 제시하여 현 위기해법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가고 있다.

위기대책 마련의 주역인 사회당 출신 브라운 영국 총리는 ‘금융위기의 해결사’로 부상하고 있다. 반면, 미국의 부시 행정부는 초기에 리먼브러더스 등 일부 금융기관을 구제대상에서 제외하였고 긴급지원법안도 처음에는 하원에서 집권당인 공화당 의원들의 반대로 부결됨으로써 시장불안을 가중시켰다는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러한 일련의 사태는 위기 대응을 하는 방법에 따라 그 결과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교훈을 주고 있다. 미국에서 주식 대폭락사태가 일어난 1929년 ‘검은 화요일’ 당시 위기 발생 후 3년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못해 위기가 대공황으로 확산되었고 세계경제가 이로부터 벗어나는데 20년이나 걸렸지만, 지금의 위기는 세계 주요 국가들이 신속한 대응책을 마련하고 국제적 공조도 원활히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현재의 금융위기가 대공황으로 확산되지는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이 시점에서 낙관은 금물이다. 우선, 각국 정부가 금융기관에 대해 ‘무조건적’ 보호를 하는 최후의 수단을 꺼냈다는 사실 자체가 현 상황이 매우 심각하다는 증거이다. 또한, 초강수의 처방으로 최악의 상황은 피했다 하더라도 위기상황이 종료된 것은 결코 아니다.

예를 들어, 이번 사태의 근원인 최근의 미국 주택시장의 침체는 현재도 진행되고 있으며, 주택가격은 앞으로 15% 정도 더 하락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럴 경우, 많은 금융기관들이 추가로 위기를 맞을 것이며 금융시장의 불안은 지속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또한, 미국 정부의 구제금융은 이미 심각한 수준에 있는 미국의 재정적자 문제를 더욱 악화시켜 세계 기축통화로서의 달러화 위상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

또한, 최근의 사태는 국제수지 적자를 겪고 있는 많은 국가들에게 외환관리상의 어려움을 초래할 것이고 이들 국가들 상당수는 IMF로부터 구제금융을 받아야 하는 위기상황에 처하게 될 것이다.

이에 더해, 주식과 부동산 가격의 급락은 소비 침체와 투자 부진을 가져와 위기 발생 이전에 이미 하락국면으로 진입한 선진국 경제가 심각한 경기하락의 길을 가게 됨은 물론 회복하는 데에도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예를 들어, IMF는 최근 보고서에서 세계경기는 잘해야 내년 말부터 회복될 수 있을 것이며, 회복의 속도 역시 매우 완만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파급효과와 우리의 대응
 
미국의 투자은행이 몰락한 것은 상업은행에 비해 정부의 감시가 느슨한 틈을 이용하여 레버리지를 통한 신용의 창출과 파생상품을 기반으로 하여 막대한 이익을 올리려 했기 때문이다.

문제가 된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정치인들은 상환능력이 취약한 가계에게도 대출을 해주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주었고, 관련 금융기관들은 주택대출을 기반으로 하여 새로운 금융상품을 발행하는 방법으로 10배의 새로운 금융을 일으켰다.

주택가격의 거의 100%까지 담보대출을 해 준 서브프라임모기지가 주택가격의 하락으로 어려움에 봉착하자, 이를 기반으로 금융을 일으킨 투자금융회사 모두가 부도 위기에 처하게 된 것이다. 국제결제은행에 의하면 금년 초 기준으로 파생금융상품의 규모는 전 세계 GDP의 10배에 달하는 600조 달러에 이른다.

그 결과, 국제금융거래규모는 무역거래규모의 50배가 넘으며, 금융분야 CEO의 보수는 제조업 CEO 보수의 수십 배에 이르게 되었다. 현대 금융이 실물경제 수준을 훨씬 넘어 자신만의 게임에 몰두하였던 것이다.

결국, 실물을 떠난 금융시장은 시장원리에 의해 무너져버린 것이다. 따라서 작금의 금융위기는 시장의 실패라기보다는 오히려 시장을 악용한 일부 금융전문가들의 탐욕과 이를 방치한 금융통화당국의 무능력에 대한 시장의 보복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경제대공황이 1차 산업혁명과 자유무역의 확대로 인한 1차 세계화에 찬물을 끼얹졌던 것과 같이, 최근의 금융위기는 정보화 혁명과 금융의 세계화에 힘입어 지난 15년간 전례 없는 호황을 누리던 세계경제 기관차에 급제동을 걸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의 결과는 금융부문에서 불안요인 증가로 인한 신용경색으로, 실물경제부문에서는 소비와 투자 부진에 의한 경기하락으로 나타나고 있다. 또한, 파생상품과 헤지펀드로 상징되는 국제 금융시스템의 취약성과 불안전성에 대한 근본적인 개선책을 마련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대공황으로 케인즈 경제학으로 요약되는 정부 개입주의가 급부상한 것과 같이, 현 위기의 수습과정에서도 시장원리를 존중하는 보수주의(미국의 부시 공화당 정부)는 공격의 대상이 되는 반면, 정부개입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진보주의(영국의 브라운 노동당 정부)는 새롭게 힘을 발휘하고 있다.

경제대공황 이후 최대의 금융위기로 지적되는 현 사태는 세계경제는 물론 한국경제에도 많은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 첫째는, 미국의 부실채권을 보유한 한국 금융기관의 부실화이다.

그러나 다행히 이 문제는 미국 등 주요 선진국 정부의 신속한 개입에 의해 감당할 수준에 그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둘째는, 외국투자가들의 한국시장 기피현상이다. 이는 이미 발생하고 있는 사안으로 국내금리를 상승시키고 원화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부작용을 야기하여 왔다.

외국금융기관과 투자가들의 신뢰를 잃지 않기 위한 정부차원의 특단의 대책과 노력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셋째로, 신용경색이 전세계로 확산되면서 외화자금의 조달이 어려워지고 비용이 증가하는 것이다.

이 역시 현재 진행되고 있으며 그 피해를 줄이기 위해 미국. 일본, 중국 등과의 국제공조를 포함한 적극적인 대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넷째로, 현재의 금융위기는 전세계적 경기 둔화로 이어질 것이다.

이는 수출에 의존하는 한국경제에는 치명적인 타격을 줄 수 있기 때문에 내수경기를 진작하는 등의 보완대책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끝으로, 투자은행의 몰락을 계기로 글로벌 금융시스템의 대전환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국제금융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이에 걸맞은 방향으로 새로운 금융시스템 구축을 포함한 주요 정책과제에 대한 전면적인 재점검 작업도 병행시켜야 할 것이다.

현 시점에서 한국경제가 당면한 과제는 매우 어렵고 심각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제까지 정부의 대응을 지켜보면 많은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우선 정부는 최근의 사태에 대해 지나친 낙관론으로 일관하여 왔으며, 대응방안 마련에 있어서도 사전예방보다는 사후수습에 급급하였다.

이에 더해, 경제사령탑의 부재로 해당 부서 간 긴밀한 공조체제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예를 들어, 위기수습의 중심에 있는 기획재정부 장관은 몇 달 동안 외환보유고를 활용해서라도 환율을 잡겠다고 공언하였으나, 실제로 환율은 주요국가의 통화 중 가장 높은 작년 말 대비 30% 이상의 급등세를 보임으로써 시장의 신뢰를 완전히 잃어버렸다.

심각한 금융위기 상황에서도 국내금융의 총책임자인 금융위원장의 역할은 눈에 띄지 않고 있으며, 한국은행 역시 아직도 물가불안을 염려하여 금리인하와 국내유동성 확대에 대해 매우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경제전문가 출신인 국무총리의 얼굴은 잘 보이지 않은 반면, 금융이나 거시경제정책 분야의 문외한인 대통령은 사태의 심각성을 잘 모르는 듯한 발언을 하고 있다. 한 마디로, 미국 월가에서 시작된 불길이 한국으로 번지고 있는데 우리 소방관들은 우왕좌왕하고 있어 국민들을 더욱 불안하게 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 시점에서 가장 시급한 것은 현재의 위기상황이 상당기간 지속된다는 전제 하에 효율적 위기관리 시스템을 확립함과 동시에, 패러다임 전환이라고 할 정도로 급변하는 세계 경제상황에 걸맞은 방향으로 경제정책의 틀을 새롭게 재정립하는 것이다.


효율적 위기관리체제의 구축
 
현 시점에서 가장 시급한 과제는 효율적 위기관리체제를 하루 속히 구축하는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첫 번째 문제는 위기관리의 사령탑이 없다는 사실이다.

1960년대 이후 한국이 ‘한강의 기적’을 이룬 요인 중 하나가 경제부총리를 중심으로 경제정책이 일관성 있게 추진되었다는 사실이다. 그런데 새 정부가 출범하면서 ‘작은 정부’ 구축의 상징으로 경제부총리 제도를 폐지하였다.

이에 더해, 금융을 국내금융과 국제금융으로 이원화하여 전자는 금융위원회에, 후자는 기획재정부에 그 기능을 분산시켰다. 그 결과, 현재와 같이 국제금융위기로 인해 발생한 위기상황에 대처할 사령탑이 없게 되었고, 이는 정부가 현재의 위기를 효율적으로 대처하지 못하는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경제부총리 제도의 부활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관련 법 개정에 시간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있을 수 있으나, 정부조직 전체를 다루지 말고 기존의 기획재정부 장관을 경제부총리로 하는 정부조직법 개편안만을 추진한다면 빠른 시일 내에 여야합의를 도출할 수 있을 것이다.

경제사령탑이 제도적으로 확립되고 경제팀을 이끌어 갈 전문성과 리더십을 갖춘 인사가 경제부총리로 임명된다면, 현재 문제로 지적되고 있는 국제금융과 국내금융의 분리, 그리고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의 갈등 등은 조직개편보다는 경제부총리의 리더십으로 운영의 묘를 살려 해결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위기가 한창 진행 중인 상황에서 새로운 정부조직 개편과 이에 따른 혼선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이다. 위기관리체제를 구축함에 있어 중요한 것은 기획재정부 장관, 금융위원장, 한은 총재, 경제수석 등 주요 경제정책 팀원들의 자질과 팀워크이다.

우선 자질과 관련하여 중요한 것은 현재의 위기가 금융부문에서 시작되었고 그 해결방안의 마련에 있어 국제적 공조가 필수요건이기 때문에 금융부문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경험이 있으면서 주요 선진국의 경제정책 수립자들과 효율적인 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을 동시에 갖추고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또한, 경제철학 측면에서도 시장만능주의나 정부개입주의 등 이념적으로 한 쪽으로 치우친 인사보다는 보다 현실적인 관점에서 시장과 정부개입의 적절한 조화를 이룰 수 있는 ‘열린 사고’의 소유자가 바람직하다는 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주요 경제정책 팀원들 간의 원활한 팀워크 역시 효율적인 위기관리체제의 주요 요소이다.

이를 위해서는, 경제철학이 비슷함은 물론, 인간적인 차원에서도 경제부총리의 리더십에 호흡을 같이 할 수 인사들로 경제팀을 구성해야 할 것이다. 위기관리팀이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은 조기경보체제를 효율적으로 가동시켜 문제를 사전에 감지하여 적기에 대응책을 마련하여 추진하는 것이다.

분야로는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금융분야가 최우선이겠으나 금융불안이 조만간 실물경제로 번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주택, 건설, 조선 등 산업별 조기경보체제도 동시에 마련하여 가동시켜야 할 것이다.

또한 위기대응책이 실효를 발휘하려면, 지난 번 외환위기 극복과정에서 경험한 대로, ‘단호하고(decisive)’, ‘선제적이며(preemptive)’, 그리고 충분한(sufficient)’ 수준의 정책을 마련하여 추진한다는 원칙이 지켜지도록 유념해야 한다. 예를 들어, 현안으로 부각되고 있는 단기 유동성 불안 문제, 건설회사 부도 문제, 가계 및 중소기업 부채 문제 등도 시기를 놓치지 말고 선제적이며, 단호하고, 충분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경기부양을 위한 거시경제정책의 추진과 규제완화


위기관리체제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신용경색이 발생하지 않도록 유동성을 적절히 관리하면서 글로벌 경기침체에 대비하여 실물경제의 활력이 유지될 수 있도록 거시경제정책을 효율적으로 전개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거시정책기조를 확고히 해야 한다. 전세계적으로 장기적 경기침체와 이로 인한 원유 등 원자재 가격의 하락이 예상되는 현 시점에서 거시정책의 기조는 당연히 물가안정보다는 경기진작에 두어야 할 것이다.

경기진작을 위해서는 금리인하와 충분한 유동성 공급을 통해 기업의 생산과 투자활동이 원활히 이루어지고, 가계의 소비도 적정수준에서 유지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일이 시급하다. 최근 한은이 미국과 EU의 뒤를 이어 금리를 인하하였으나, 국제적 보조를 맞추어 추가적 금리인하와 유동성 확대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다.

그 동안 쟁점이 되어온 환율정책은 환율시장의 안정을 중요시하는 정책당국의 의지는 충분히 이해하나 이를 위해 외환보유고를 탕진하는 우(愚)는 범하지 말아야 한다. 현재와 같이 국제적 금융불안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외환보유고의 감소는 오히려 환율시장에서 불안심리를 가중시키는 원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1997년 외환위기과정에서 외환보유고를 사용하여 환율을 방어하려 했던 한국은 외한보유고의 고갈로 IMF의 구제금융이 불가피해진 반면, 무리한 환율방어를 포기한 대만은 위기를 피할 수 있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지금은 환율안정을 위해 외환시장에 적절한 규제를 임시적으로 발동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된다.

정부가 지난 13일 뒤늦게 나마 ‘외환시장안정책’을 발표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또한, 환율상승의 근본적인 원인이 되고 있는 무역수지와 경상수지 적자는 원화가치의 하락으로 해소될 수 있다는 경제원리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다시 말해, 중장기적으로는 경상수지의 개선만이 환율을 안정시키는 지름길이라는 인식을 바탕으로 경상수지 개선을 위한 보다 근본적인 대책을 꾸준히 추진해나가야 한다.

경기부양을 위해 대공황 이후 뉴딜과 같은 재정확대정책을 추진해야 한다는 논리가 제기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노무현 정권의 무리한 재정확대로 건전재정기조가 이미 크게 훼손되었기 때문에 경제효율성을 떨어뜨리는 재정지출의 확대는 보다 신중을 기하면서, 민간부문의 소비와 투자의 확대를 유도하는 감세정책을 먼저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히, 현재 극도의 침체현상을 보이고 있는 부동산시장의 정상화를 위해 부동산 거래세와 양도세를 인하하는 방안이 우선적으로 검토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노무현 정부에서 추진된 부동산 시장에 대한 과다한 규제조치들을 과감히 완화하고, 현재 심각한 수준인 미분양 아파트문제에 대한 해결대책이 조기에 마련되어야 한다.

주택시장의 연착륙은 국내 발 금융위기의 추가 발생가능성을 차단함과 동시에 건설경기를 진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에 현 시점에서 최우선적으로 추진되어야 할 정책과제이다.

또한, 소비와 투자를 억제하는 각종 규제를 과감히 완화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되어야 할 것이다. 예를 들어, 의료법인 영리화 허용 등의 조치로 의료분야 투자를 활성화할 수 있을 것이며, 수도권지역에 대한 각종 규제도 선별적으로 완화하여 수도권 지역에서의 기업투자를 촉진하고, 골프장에 대한 각종 규제와 조세를 경감시켜 외화의 해외유출을 억제하는 방안 등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제주도에 대해 외교, 국방 이외의 분야에서 완전한 자치권을 부여함으로써 교육, 의료, 관광 등의 분야에서 새로운 투자와 경제활동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장기전에 대비하여 경제운용의 틀을 다시 짜자
 
이명박 정부는 ‘747목표’(7% 경제성장, 국민소득 4만 달러, 7대 경제 강국)를 내세웠고 국민들은 이명박 후보에게 ‘경제대통령’이 될 것을 기대하면서 지난 12월 대선에서 압도적인 지지를 보내주었다.

그러나 취임 후 현 정부의 경제실적은 매우 실망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성장목표만 달성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규제완화, 공기업 민영화 등의 개혁분야에서도 별다른 실적을 보여주지 못했고, 이명박 대통령의 핵심공약인 한반도 대운하 프로젝트는 아예 포기하였다.

경제정책기조 역시 물가안정이 필요한 시점에서 확대재정을 통한 경기부양을 추진하려고 하였고, 경기진작이 시급한 시점에서는 물가를 염려하여 과감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고유가 대책 마련에 있어서도 유연하고 시행이 손쉬운 유류에 대한 탄력세율 인하 방법 대신 경직적이고 행정적으로 복잡한 ‘유가환급제’를 도입함으로써 국제유가가 급락하는 현 시점에서 유가환급금에 대한 민원으로 국세청 업무가 마비되는 ‘희극적인’ 상황을 초래하였다.

이제 미국 발 금융위기로 세계경제가 대전환의 길로 가고 있고 한국경제도 이러한 소용돌이 속에서 큰 곤욕을 치르고 있는 현 상황에서 현 정부 경제운용의 틀을 새로 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위기상황인데 한가하게 경제운용의 틀을 생각할 여유가 없다는 반론이 있을 수 있으나, 위기일수록 여유를 가져야 하며 위기대응책 역시 확고한 경제철학과 분명한 경제정책의 틀 속에서 만들어져야 일관성과 실효성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이다.

새로운 여건에 걸맞은 경제운용의 틀을 짜는 역할은 매일 위기상황에 대처해야 하는 기획재정부보다는 1970년대 이후 한국 경제정책의 싱크탱크 역할을 해 온 한국개발연구원(KDI)과 대통령 자문기구인 국민경제자문회의가 주도적 역할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된다.

차제에 위의 두 기구를 통합하여 명실공히 정부 중장기 경제정책의 산실 역할을 담당하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중장기 대책의 대상기간은 이명박 대통령 임기와 일치해야 하고, 핵심적으로 다루어야 할 과제는 첫째, 새로운 전환점을 맞게 된 금융산업의 발전방향과 효율적인 감독체계 구축, 둘째, 토지이용이나 서비스업 등에서 과감한 규제완화를 통한 경쟁력 제고와 일자리 창출, 셋째, 경기의 경착륙(硬着陸) 완화를 위한 재정의 역할 제고 방안(한반도 대운하 사업의 단계적 추진 포함), 넷째, 경기 침체의 최대 피해자로 예상되는 계층에 대한 특별대책 등이 포함되어야 할 것이다.
 
 <서상목 이력>
   미국 스탠포드 대학 경제학 박사
   14,15,16 국회의원
   보건 사회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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