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기노리는 낙선자 앞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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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기노리는 낙선자 앞날은?
  • 신민주 기자
  • 승인 2008.11.28 11: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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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학규 정동영 재보선 통해 정계복귀 타진
이해찬 유시민 악화된 여론 반전될때 복귀
안희정 민주당 최고위원직 도전…정치재개

‘낙선, 낙천’이란 단어는 정치인으로서 어쩌면 ‘정치생명’의 끝장을 알리는 단어다. 선수가 높은 이른바 ‘거물’로 불리는 정치인들은 낙선하면 거의 재기가 불가능하다. 때문에 낙선 또는 낙천이란 단어는 이들에게는 아마도 상상하기조차 싫은 단어다.

18대 총선에서 거물정치인들이 대거 낙선 또는 낙천을 했다. 이명박 정권 창출의 1등 공신도 ‘낙선’이란 두 단어를 받았다. 이른바 ‘6인회의’를 주도하며 정권실세로 평가받던 박희태 김덕룡 의원도 공천을 받지 못해 18대 국회로 진입하는데 실패했다.

야당으로 위치가 추락한 통합민주당도 예외는 아니다. 당 대표를 맡았던 손학규 대표는 한나라당 박진 의원에게 덜미가 잡혔다. 정동영 김근태 전 장관과 한명숙 전 국무총리도 고배를 마셨다. 참여정부의 핵심실세였던 이해찬 전 국무총리는 ‘불출마’를 선언, 18대 국회에 멀어졌다. 유시민 전 장관도 낙마했다. 안희정 참여정부평가포럼 상임집행위원장은 공천을 받지 못해 원내진입이 막혔다.

한마디로 18대 총선은 거물정치인의 ‘무덤’이 돼 버렸다. 어쩌면 이들은 18대 총선을 끝으로 정치무대를 떠날 가능성도 있다. 물론 타의에 의해서다. 하지만 호락호락 물러날 인사들은 아니다. 비록 낙선 낙천은 했지만 정치판에서 가장 중요한 ‘명분’을 챙겨 다시 도전의 기회를 노리고 엿보고 있다. 와신상담(臥薪嘗膽) 재기를 꿈꾸고 있는 이들의 앞날은 어떻게 될까. 추적해 봤다.
 

 
1. 손학규 정동영

당내 유력 차기주자인 손학규 정동영 두 사람은 이번 총선에서 낙선함으로써 자의반 타의반 일선에서 물러날 수밖에 없다. 손학규 대표는 낙선은 했지만 비례대표 등을 통해 다수의 당선자를 배출함으로써 당 내에 ‘손학규 계’를 만들어 놓았다. 때문에 7월 전당대회에 불출마를 하더라도 당 내 기반은 탄탄히 구축해 놓은 셈이다.

손 대표가 전대 이후에 마냥 때를 기다리지는 않을 듯하다. 내년쯤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에서 재보선이 있게 되면 도전할 가능성이 높다. 김재한 시사평론가는 “손 대표가 비례대표 등을 통해 손학규 계보를 확고히 만들어 놓았다. 그렇다고 해서 마냥 기다릴 수는 없다. 재보선이 있게 되면 언제든지 원내진입을 위해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에 반해 정동영 전 장관은 가장 답답한 시간을 보내야 할 것 같다.
정동영 계보로 불리는 원내인사들은 이번 총선에서 대거 낙선 낙천했다. 정 전 장관도 대선에 이어 총선에서도 패배해 선택해야 할 길은 그다지 많지 않다. 그는 일단 외국에서 한동안 체류할 예정이다. 정 전 장관 측은 “정 전 장관이 쓸 카드가 거의 없다. 정 전 장관은 해외에서 머물러 당분간 휴식을 취할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정 전 장관 역시 재보선 등을 통해 정치일선 복귀를 노릴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계보 자체가 와해된 상태여서 차기 대권도전이 여의치 않다는 게 정치권의 일반적인 분석이다.
 
2. 이해찬 유시민 안희정

참여정부의 핵심 실세였던 이해찬 전 국무총리와 유시민 장관, 안희정 참여정부평가포럼 상임집행위원장의 행보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18대 총선에서 불출마 한 이해찬 국무총리는 지난해 경선 때 전국적으로 모인 조직들을 활용해 재기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이 총리 측은 지지자 모임이었던 ‘광장’을 대선이후 재단법인으로 전환했다. 참여정부에서 중책을 맡았던 인사들이 대거 참여하고 있어 언제든지 정치세력화 할 수 있다는 게 정치권의 분석이다. 따라서 노무현 정부에 대한 악화된 여론이 반전될 경우, 이 전 총리가 다시 정치 전면에 다설 것으로 보인다.

무소속으로 대구에서 출마해 낙선한 유시민 전 장관의 행보도 관심거리다. 대구 경북에서 무소속으로 30%대의 득표율을 기록해 정치권을 놀라게 했던 유 전 장관도 때를 기다리며 재기를 노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 총선에서 통합민주당에 공천신청을 했다가 탈락한 안희정 참여정부평가포럼 상임집행위원장은 7월 전당대회에서 최고위원에 도전키로 했다.

이해찬 유시민 두 정치인보다는 발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들이 정치전면에 나서기에는 아직까지 참여정부에 대한 여론이 좋지 못해 이들의 복귀시점을 점치기는 쉽지 않다. 민주당 내 한 고위관계자는 “지난 대선이나 총선은 노무현 정부에 대한 심판의 성격이 컸다. 그런데 이들이 반성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정치일선에 다시 나서려고 한다면 국민의 저항을 받을 것이다”고 설명했다.
 
3. 박희태 김덕룡

한나라당의 대표적 낙천 인사를 꼽으라면 단연 박희태 의원과 김덕룡 의원을 꼽을 수 있다. 이들은 똑같이 5선으로 6선 고지를 바라봤지만 낙천했고 불출마를 선언했다. 그러나 불출마 선언과 함께 한나라당 총선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아 당의 공천 개혁의지를 받아들였으며 총선 후 모종의 역할을 맡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었다. 때문에 국회 입성에는 실패했지만 당과 정부, 청와대에서 이들의 필요를 느끼고 있다는 것.

가장 부각되고 있는 인물은 박희태 의원이다. 박 의원은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손학규 대표도 원외인사”라며 오는 7월 3일 한나라당 전당대회에서 차기 당 대표 경선에 나갈 뜻을 내비쳤다. 당 내외의 분위기도 박 의원의 당 대표 출마를 기정사실화하는 듯하다. 박 의원 자신의 의지에 박 의원을 필요로 하는 정국 지형이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박 의원은 지난 7일 한 라디오에 출연, "지금까지 당의 갈등과 불협화음을 수습하고 화합된 당을 만드는 것이 차기 당 대표의 할 일이다. 이번에는 관리형이 적당한 적임의 시기"라며 차기 당대표의 역할에 대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박 의원은 각 계파를 두루 아우르는 포용력을 지니고 있는데다 정치적 경륜까지 더해져 전형적인 관리형 대표에 적합한 인물로 손꼽힌다.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도가 급락하고 내각과 청와대 수석 비서관 인선과정에서 불거져 나온 인사파동이 사그러들지 않는 시국에서는 관리형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중론으로 당 내외에 자리 잡고 있다. 그러나 한나라당의 주류를 형성하고 있는 친이계에서는 `박희태 대세론'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게 제기하고 있다. 원외 대표가 원내 153석의 거대 여당을 진두지휘 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인식 때문이다.

박 의원이 70대 고령인데가 과거 ‘민정계’출신으로 새로운 정치를 추구하는 한나라당 분위기에 어울리지 않다는 지적도 거센 것으로 전해진다. 국회의장 출마에 대한 강한 의지를 피력하고 있는 김형오 의원의 당 대표 기용설이 끊이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김형오 의원은 당 대표 출마를 일관되게 부인하고 있고 정 최고위원이 기대했던 친이계의 지지를 이끌어내지 못하면서 ‘박희태 대표 대세론’이 계속 힘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박 의원과 함께 공천에서 탈락해 18대 총선에 불출마했던 5선의 김덕룡 의원도 조만간 모종의 역으로 중용되지 않겠느냐는 조심스러운 관측이 정치권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청와대 수석급 인사들이 전반적으로 정치 현안에 대한 인식과 대처능력이 부족한데다 한나라당이 지향하는 가치를 무시하는 듯한 발언을 반복하면서 청와대와 당을 연결하는 정무장관이나 특임장관 신설이 논의되고 있는 것이다.

박근혜 전 대표가 지난 10일 이명박 대통령과 회동한 자리에서 "전반적으로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많이 떨어져 있는 상황에서 민심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신뢰를 회복하는 게 중요하다"며 대통령이 민심을 사실대로 보고 들을 수 있는 가교역 신설이 필요함을 건의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와 더불어 이번 쇠고기 파동에서 각 부처 사이의 원활하지 못한 업무협조로 국민의 비판이 더욱 거세졌다는 점을 감안할 때 각 부처 간 정책조정 기능을 할 ‘컨트롤타워’의 역할을 누가 담당할지를 분명히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한 당직자는 11일 한 언론과의 통화에서 "현재 당정 간 소통이 원활하지 않다. 그 역할을 하는 정무수석이 있긴 하지만 너무 기능 중심으로만 흐르면서 정무 기능은 약화된 측면이 있다"면서 "정치적 무게감도 있고 연륜도 있어 정무적 기능을 잘 발휘할 수 있는 정무장관이나 특임장관을 두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주장했다.

쇠고기 파동이 확산되면서 청와대의 기능중심 시스템의 허점이 노출됐고 청와대 관련 수석 및 비서관들도 "정치, 사회적으로 발전하는 것에 대해 준비하지 못한 것은 유감스럽고 죄송스럽다. 정치사회적인 측면도 고려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다"고 자성한 데서 알수 있듯, 단순한 기능적 측면을 강조하기보다 전체적으로 정치, 사회 상황 전반을 체크하고 조정할 수 있는 직책이 청와대 내에 필요하다는 인식이 청와대 내에도 번져 있음을 알 수 있다.

총선 공천에서 탈락한 김덕룡 의원이 신설이 논의되고 있는 정무장관이나 특임장관 적임자로 청와대 안팎에서 조심스럽게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김 의원은 자신의 거취에 대해 김영삼 전 대통령과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4. 이재오 이방호 홍문표

한나라당 최고위원과 사무총장을 맡고 있던 이재오 의원과 이방호 의원의 낙선은 단순한 화젯거리를 넘어 여권의 권력구도 전반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됐다. 18대 총선 최대 낙선자라고 할 수 있는 이재오 의원과 이방호 의원도 총선 직후의 관측과 달리 정치 재개를 준비하고 있어 향후 이들의 행보에 정치권의 관심이 점점 커지고 있다.

총선 낙선후 지리산에서 20일 가까이 은둔생활을 해온 이재오 의원은 지난 11일 "패장은 군말을 하지 않듯이 장수는 전장을 떠나지 않는다"고 말해 정치 일선에서 물러나지 않을 뜻을 밝혔다. 이 의원은 지리산에서 내려온 다음날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편지글을 통해 "산은 내게 흔들리지 말라고 했다. 그냥 그대로 이재오로 살라고 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우리의 꿈은 오직 하나, 인간이 인간답게 사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라는 각오를 덧붙이기도 했다.

이명박 정권의 최고 실세로 통했던 이 의원은 지리산에서 체험한 변화무쌍한 기후에 비유하며 "정상은 언제나 오래 머물 수 없는 것"이라고도 했다. 이번 총선에서의 낙선이 끝이 아니라 변화의 한 과정일 뿐이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임기 초반부터 위기를 겪고 있는 이명박 정부에서 이 의원이 자신의 역할을 모색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경남 사천에서 민주노동당 강기갑 의원에게 불의의 일격을 당해 낙선하며 정치 생명에 위기를 맡고 있는 이방호 의원도 이번주 중 서울 방배동에 개인사무실을 열 예정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 13일 "서울에서 사람들을 만나고 연락할 곳도 필요해 사무실을 하나 구한 것"이라도 말하며 사무실 개소의 의미를 축소했다.

이 의원은 이달 들어 지역구(경남 사천)의 여러 행사자리에 얼굴을 드러내면서 지역구를 뒤늦게 돌보고 있다. 그는 "지역구 사람들을 만나보니 (총선 결과에 대해) 후회를 많이 한다. 지역에도 잘 안 보이고 해서 서운한 마음에 그렇게 투표했는데 의외의 결과가 나왔고, 결과적으로 지역 발전을 위해 아쉽게 됐다는 분위기가 많다"고 말했다. 이 의원이 정치 일선에서 물러날 뜻이 없음을 간접적으로 표현하는 것으로 보인다.

홍문표 의원은 이번 총선에서 패했지만 ‘명분’은 챙겼다. 당선을 위해 당적을 버리고 자유선진당으로 옮길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지만, 홍 의원은 끝까지 당에 남에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와 일합을 겨뤘다. 때문에 당에서는 홍 의원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는 게 지배적이다. 따라서 지금까지의 관례로 낙선 인사나 당의 공로가 많은 사람에게 돌아갔던 ‘국회 사무총장’ 직을 홍문표에게 줘야한다는 얘기가 돌고 있다.

또한 한나라당이 이번 총선에서 충청권에서 전멸, 지역적 배려차원에서라도 홍 의원에게 사무총장직을 줘야한다는 게 한나라당 내의 기류라고 할 수 있다. 이와는 별도로 농수산 전문가인 홍 의원은 농촌관련 연구단체를 만들어 농촌현안을 도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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