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광의 풍수야화>그믐밤의 묘지 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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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광의 풍수야화>그믐밤의 묘지 이장
  • 조광 풍수연구가
  • 승인 2010.07.16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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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이 보름이라고는 하나 먹구름이 잔뜩 끼어서 칠흑 같은 그믐을 연상하게 한다.

어둠 속에서도 조심스럽게 각자의 위치에서 인부들은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작업을 한다.

만일 조금이라도 풀래시 불빛이 새어나가 마음 사람들에게 알려지는 날엔 모든 일이 수포로 돌아가기 때문에 오로지 달빛 하나에 의지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특히 강 국장의 부친이 묻혀 있는 선산은 마음의 중심부에 있다시피 해서 자칫 집안의
어른인 큰 형님이 알게되면 불호령이 날게 뻔한 일이다.

강 국장은 그동안 내게서 풍수 지리를 누구보다 열심히 배우면서 발복에 대한 확신을  갖게 되었고 그래서 부와 명예를 위해 거사를 치루기로 한 것이다.
 
읍내에서 한참을 벗어난 이곳은 50여 호가 옹기 종기 모여 살고 있는 전형적인 시골 마을이다.

발자국 소리 하나 삽질  소리 하나하나에 온 촉각을 곤두 세우고 있는 나는 인부들 처럼
몸은 움직이지 않지만 등 줄기며 이마에 진땀이 흐르고 있다. 이렇게 야밤을 틈타 밀장을 하는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지만 일을 할 때마다 긴장되는 것은 어쩔수 없는 일이다.
 
더구나 강 국장의 부친은 지금 냉혈에 묻혀 있어 관을 열면 시신이 육탈되지 않고 그대로 퉁퉁 불어서 얼어 있을 텐데 그 모습에 인부들이 놀랄 생각을 하니 난감할 수 밖에 없었다.
 
지난번 묘지 감정을 부탁받고 왔을 때 내가 이 묘의 시신은 지금 냉혈에 묻혀 있어서 몇십년이 지나도 썩지 않고 그대로 있을 거라 말했지만 강 국장 외에는 그 말을 아무도 믿으려 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이 자리는 하루 종일 햇볕이 드는 언덕으로, 겨울에는 눈이 제일 먼저 녹는 그야말로 양지바른곳이기 때문이다.                                     
 
인부들의 삽질 소리가 잦아들고 마침내 관을 연 박씨가 기겁을 하며 한 발뒤로 물러섰다.

먹구름 속에 삐죽이 얼굴을 내민 은은한 달빛이 관 속을 뿌옇게 조명한다.

나는 하나라도 놓칠세라 시신의 상태를 유심히 관찰했다. 묘지를 감정한 것이 그대로 적중한 걸까.
 
시신은 썩지 않고 불어서 그 육중한 체구는 관을 꽉 채우고 있었다. 게다가 머리는 길게 자라 있었다

마치 냉장고에 성에가 낀 것처럼 시신의 상태는 최악이다. 이럴 경우 그 집안의 자손 중에는 틀림없이 벽혈병 환자가 나온다.
 
그렇지 않아도 강 국장은 집안에서 비밀로 해왔던 것을 내가 말하자 더욱 확신을 갖고 이장을감행했다.
 
시골 동네에서 집안에 몹쓸 병으로 죽은 사람이 있다고 하면 결혼 등 대소사에 문제가 생기고 집안에 체통이 안 선다며 대처에 나가 대학을 다녔던 동생의 병을 쉬쉬 했다고 한다.
 
꽁꽁 얼어 있던 시신을 장정들이 달려들어 관에서 간신히 빼내 들 것에 싣고 먼저 산을 내려가게 한 후  나는 나머지 인부들이 끝마무리 하는 것까지 지켜봤다.

그야말로 귀신도 모르게 감쪽같이 파헤친 봉분을 그대로 만들어 놓아야만 뒤탈이 없기 때문이다.

먼저 봉분을 파헤치기 전 그 주변에 비닐을 쫙 깔아 겉과 안의 흙이 뒤섞이지 못하게 해야 한다.
 
작업을 마치면 포대에 담아 가져온 잔디로 때를 입히고 널부러져 있는 비닐은 소리도 없이 둘둘 말아 그 포대에 담아 산을 내려오는 것이다.

육탈이 안 된 시신, 특히 냉혈에 있어서 꽝꽝 언 시신은 무겁기가 이루 말할수 없을 정도다.

인부들도 웬만한 담력이 없으면 야밤 산일을 하지 못한다.
 
나는 잰 걸음으로 앞서 가는 인부들과 합류하고 산 모퉁이 길가에 세워놓은 봉고차에 시신을 실었다.
 
새로 이장할 장소로 가려면 1시간은 족히 가야 한다. 나와 인부들 모두 우선은 한시름을 놓았다

그리고 나서 피워 무는 담배 한 개비가 사랑하는 여인과의 농염한 키스에 견줄 만큼 달콤했다.
 
서서히 동이 터왔다. 운전기사는 차에 시동을 걸어 천천히 동네 골목길을 빠져나갔다. 국도로 접어들자 마침내 속력을 내기 시작했다. 피로에 지친 나는 안도의 숨을 쉬며 의자에 몸을 깊숙히 기댔다.

그러자 풍수 지리에 미쳐 있던 나의 지나온 과거가 차창 밖 풍경 스쳐치듯 불현듯 떠 올랐다
 
(조광의 자연풍수 http://cafe.daum.net/mirpoongs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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