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구벌 전투③]진박·비박 중심지, 민심은 "그들만의 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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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구벌 전투③]진박·비박 중심지, 민심은 "그들만의 얘기"
  • 대구=김병묵·정진호 기자
  • 승인 2016.03.04 15: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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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유승민 놓고 "똑똑한 사람" vs. "朴 배신하면 쓰나"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대구=김병묵·정진호 기자)

제 20대 총선에서 TK(대구‧경북) 지역은 유난히 조명을 받고 있다. 그간 ‘새누리당의 텃밭’으로 불리며 어차피 결과가 뻔한 곳이라던 TK는 현재 격전의 최전선이 됐다. 새누리당내 ‘친박 대 비박’의 대충돌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친박을 넘어선 ‘진박’이 여럿 등장했다. 일각에선 유승민 전 원내대표를 비롯한 비박계를 향한 친박계의 공습이라고 불렀다. 이재만 전 대구 동구청장, 정종섭 전 행정자치부 장관 등이 모두 ‘특명’을 받고 대구로 향했다. 여기에 수성갑에서는 김부겸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선전이 흥미를 끄는 중이다.

부슬비가 내리던 4일 새벽, <시사오늘>은 대구의 민심을 살피기 위해 대구행 열차에 몸을 실었다.

▲ 대구에 위치한 새누리당 유승민 의원의 선거사무실 ⓒ 시사오늘

“진박이니 뭐니 마 지들끼리 하는 얘기지, 우리는 먹고사느라 관심 없어요.”

류성걸 현 지역구 의원과 정 전 장관이 맞붙는 동구 신천동에서 만난 한 시민은 정치에 대한 혐오감부터 드러냈다. ‘진박 논란’으로 뜨거운 정치권과 달리, 민심은 “먹고살기 바쁜데 진박이면 어떻고 아니면 어떠냐”는 반응이었다.

“박(근혜) 대통령을 좋아한다고 막 아무나 내려 보내서 대통령 이름 팔고 그러면 되는 줄 아나. 대구 사람들 쫀심이 있는데...”

길에서 만난 시민들 중 류성걸 의원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지역 일꾼론’을 꼽았다.

“정 모 장관이 무슨 대통령을 돕는다 카는데, 어차피 새누리당이면 대통령 안 돕겠어요? 그리고 그 사람은 경주사람이라고. 경고(경북고)를 나오긴 했다는데, 이렇게 갑자기 나타나서 그간 있던 (류 의원)이 하던 거 뺏을라고 하는 게 보기 안 좋습니다.”

정 전 장관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박 대통령을 도와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19대 국회 이거 뭐 다 월급 도둑놈들 아니야. 대통령을 뽑아놨으면 도와를 줘야지. 장관하던 사람이니까, 대통령 돕겠다고 하니까 (정 전 장관을) 한번 찍어볼라 그래.”

동대구역에서 만난 시민은 이른바 ‘진박 마케팅’에 대한 거부감을 드러냈다. 대통령에 대한 신뢰는 변함없지만, 대구를 ‘쉽게 생각한다’는 부정적인 기류도 형성돼 있었다. 비전 없이 대통령과의 친분만 내세운다는 비판도 뒤따랐다.

“진박 마케팅인가 뭔가, 그거 꼴 보기 싫어요. 내가 뭐 하겠다 이런 게 있어야지 무조건 대통령이랑 찍은 사진만 걸면 다 되는 줄 아나.”

‘친박 대 비박’ 전선의 시발점이라고 할 수 있는 대구 동구을에선 유권자들 사이의 의견 대립이 발견됐다. 유승민 의원의 지역구인 이곳은 이재만 전 동구청장이 출사표를 냈다. 방촌역에서 만난 20대 남성은 유 의원에 대한 긍정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유승민이 깡(강단)도 있고 일관성도 있는 것 같아서 지지해요.”

방촌역 근처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던 한 시민은 박 대통령이 ‘대구의 아들’을 너무 쉽게 내쳤다며 아쉬움을 표시했다.

“유승민이 똑똑한 사람인데. ‘대구 아들’인데 박 대통령이 키워줬어야지 저렇게 내치면 되나.”

그러나 옆에 서있던 한 어르신은 기자를 향해 호통을 쳤다.

“유승민이 나쁜 놈이지. 박근혜가 유승민을 키워줬는데 유승민이 배신한 거지.”

지하철역으로 돌아오던 도중, 기자와 마주친 중년 여성은 정치권을 향해 당부의 말을 부탁하기도 했다.

“유승민한테 배신자니 뭐니 하는데, 배신을 했다고 해도 지들끼리 하고 말고 하는 거지 우리는 그런 싸움에는 관심이 없어요. 누가 되든 ‘하겠다고 한 일만 좀 제대로 해라’ 그렇게 전해주세요.”

담당업무 : 국회 및 국민의힘 출입합니다.
좌우명 : 인생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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