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특별전]역사의 파노라마…'한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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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특별전]역사의 파노라마…'한눈에'
  • 오지혜 기자
  • 승인 2016.03.15 17: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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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나무통 투표함과 역대 대통령 포스터…볼거리 '가득'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오지혜 기자)

'민주주의의 꽃'으로 불리는 선거. 이 기간이 되면 색색깔의 포스터가 거리마다 붙고, 유세에 나선 후보들이 중독성 있는 '개사송'을 배경으로 투표를 호소한다.

우리나라 첫 선거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1대 대통령 선거에는 붓으로 직접 쓴 선거벽보와 나무통 투표함이 등장했다.

20대 총선까지 한 달도 남지 않은 가운데, 선거의 역사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전시회가 열렸다.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은 지난 14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함께 '선거, 민주주의를 키우다' 기획 특별전을 개최했다.

역사박물관은 이번 전시에서 1948년 5월 10일 총선거 이후 70년 가까이 이어진 대한민국 선거의 역사를 자세히 보여주는 역대 선거 홍보물과 선거 용구 등 관련 자료 300여 점을 소개하고 있다.

◇우리나라 첫 선거 '5·10 총선'…붓으로 쓴 선거벽보와 나무통 투표함

개최 다음날인 15일 오전, 역사박물관 내부는 한가로웠다. 개학 기간인 탓이었다. 박물관 관계자는 주말에 아이들을 동반한 가족 관람객이 많다고 설명했다. 또 외국인 관람객도 단체 예약을 통해 전시회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3층 기획전시실에 들어서자, 우리나라 첫 선거인 5·10 총선의 배경과 진행과정에 대한 설명과 자료가 배치돼 있었다.

우리나라는 1945년 8월 15일 해방과 함께 독립된 민주국가를 세울 수 있으리라 생각했지만, 세계 냉전과 함께 독립 정부 수립안은 실현되지 못했다. 남한에서 새 정부 수립을 위한  5·10 총선거에 대한 국민의 관심은 매우 높아 당시 투표율이 95.5%에 달했다. 선거 결과, 초대 대통령에 이승만, 부통령에 이시영이 선출됐고 1948년 8월 15일 대한민국 정부 수립을 선포했다. 

▲ 우리나라 첫 선거인 1948년 5·10 총선 당시 전라남도 강진군 성전면 제3투표소 ⓒ 시사오늘

당시 선거에 나섰던 후보들의 선전물 대부분이 직접 붓으로 쓰인 것이었고, 투표소 간판과 투표함 역시 지금과 달리 나무통을 사용한 것이었다. 

◇선거제 첫 '위기'…3·15 부정선거와 4·19혁명

제2대 국회의원 선거에는 지난 5·10 총선에 불참했던 여러 정치 세력들이 출마해 당선됐다.

6·25 전쟁 중 야당은 내각제 개헌을 추진한 반면, 정부여당은 대통령직선제 개헌을 추진해 갈등이 심화됐다. 이승만 당시 대통령은 직선제와 양원제 등을 도입하는 제1차 헌법 개정을 단행했다.

또 자유당은 1954년 제3대 민의원 선거에서 승리하자 초대 대통령에 한해 중임제한을 철폐하는 개헌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때 그 유명한 '사사오입 사건' 발생한다. 이승만과 자유당은 사사오입이라는 억지논리를 적용, 정족수 미달의 헌법개정안을 불법통과시킨 것이다. 

▲ 1956년 대선 당시 민주당의 '못살겠다 갈아보자' 선거 포스터 ⓒ 시사오늘

일련의 사건을 계기로 정부여당에 대한 실망감이 확산됐고, 이는 1956년 정·부통령 선거에서 야당 후보들에 대한 지지로 표출됐다. 이때 민주당이 내세웠던 '못 살겠다 갈아보자'라는 선거 구호는 국민적 인기를 끌었다. 치열하게 경쟁하던 민주당 신익희 후보가 유세 도중 서거하면서 이승만은 3선에 성공했지만, 부통령에는 민주당의 장면이 당선됐다. 민의가 선거에 반영된 셈이었다.

위기감을 느낀 이승만 정권은 1960년 3월 15일 정·부통령 선거에서 부정선거를 자행했다. 투표장에서 야당인 민주당 참관인이 쫓겨났고 투표함도 바꿔치기 당했다. 

이에 분노한 시민들이 마산 등지에서 부정선거 항의 시위를 시작, 4·19혁명으로 이어졌다. 전국적 저항에 직면한 이승만은 결국 대통령직을 사임했다. 4·19혁명은 국민의 권리를 빼앗기지 않겠다는 민주주의 정신을 일깨운 계기였다.

◇5·16 군사정변…'선관위 창설'에도 국민의 선거권은 '무용지물'

5·16 군사정변 이후 대통령직선제가 재도입됐고, 선거관리위원회가 독립적인 헌법기관으로 창설됐다. 그러나 관권·금권선거는 여전히 만연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1967년 대통령 선거에서 야당의 윤보선 후보를 제치고 당선됐다. 이와 함께 집권당인 공화당은 제7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선거법시행령을 고쳐 대통령, 국무총리, 국무위원 등 별정직 공무원의 선거운동을 허용했다. 중앙선관위에서 공무원의 선거운동은 불가하다는 유권해석을 내렸지만 소용 없었다.

공화당은 또 1969년 대통령 3선 개헌안을 통과시키고, 통일주체국민회의를 통한 간접선거제를 택했다. 국민의 선거권은 허울만 남은 셈이었다. 그러나 국민들은 제한된 선거에서라도 적극적으로 의사를 표현했다. 제9대, 제10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야권은 여당의 득표율을 앞질렀다.

박정희는 1971년 대통령 선거에서 김대중 후보를 94만여 표차로 이겼지만, 직전 선거와 비교할 때 서울, 부산 등에서 지지율이 하락했다. 또 국회의원 선거에서도 야권 득표율이 앞지르자, 위기감을 느낀 박정희 정권은 1972년 비상계엄령을 선포, 유신체제로 전환했다.

박정희 정권은 통일주체국민회의를 통한 간접선거제와 국회의 대통령 탄핵권 및 국정감사제도 폐지 등 절차적 민주주의를 부정하면서 1972년 제8대 대통령 선거에 단독 출마, 재차 당선됐다. 이에 대한 국민적 거부감이 일었고, 1979년 부마항쟁과 10·26사태 등으로 이어졌다.

◇신군부와 '6월항쟁'…문민정부 출범과 절차적 민주주의의 '회복'

그러나 암흑기는 도통 끝날 것 같지 않았다. 전두환 계엄사령관을 중심으로 신군부가 12·12사태를 일으킨 것이다.

전두환은 1980년대 5·18 광주민주화운동 등을 무력으로 진압한 뒤, 1980년 통일주체국민회의를 통해 대통령에 당선됐다. 이후 헌법 개정 후 간접선거를 통해 1981년 다시 대통령에 당선됐다.

그러나 1987년 박종철 고문치사사건 조작과 시위학생 이한열 사망사건이 발생하면서 6월 민주항쟁으로 이어졌다. 이에 집권당 대표이자 대통령 후보였던 노태우가 6·29선언에 나서 대통령직선제가 부활됐다.

1987년 제13대 대통령선거에서 민주화운동 세력을 이끌던 김영삼 후보와 김대중 후보가 후보 단일화 실패, 노태우가 36.6%로 당선됐다. 13대 대선 이후 선거를 통한 평화적 정권교체가 정착됐다. 또 1993년 문민정부 출범에 이어 1998년에는 최초의 여야 정권교체가 이뤄졌다.

◇"김영삼 대선 슬로건 '新한국창조' 시대정신 따른 것"…"중국과 다른 韓선거역사 배울 수 있어"

이날 특별전을 찾은 관람객 중 눈에 띄는 무리가 있었다. 4·19세대를 중심으로 한 모임인 '사월회'였다. 이들은 전시회를 둘러보며 "그때 대선 포스터가 이랬었나" "아주 옛날이 돼버렸다" 등 추억에 젖은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었다. 

▲ 김영삼 전 대통령 대선 당시 포스터 ⓒ 시사오늘

사월회 구성원이자 4선 관록의 새누리당 이경재 전 의원은 이날 기자와 만나 김영삼 전 대통령의 대선 포스터에 얽힌 에피소드를 풀어냈다. 그는 YS정권에서 대통령비서실 공보수석과 청와대 대변인, 공보처 차관을 역임했다. 

이 전 의원은 대선 포스터에 적힌 '新한국 창조!'라는 슬로건을 가리키며 "박정희·전두환 정권 정경유착 등 '한국병'을 타파하자는 목적으로 만든 기치"라면서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아진다는 의미의 이 슬로건 아래에서 YS 정권의 여러 정책이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외국인 관람객도 마주쳤다.

홍콩에서 대학을 막 졸업한 '토마스 퀑'은 이날 기자와 만나 한국 역사를 배우기 위해 여행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의 선거제도는 한국과는 전혀 다르다"면서 "며칠전 판문점을 들렸는데, 이번 전시회까지 보고 한국의 민주주의 역사를 보다 깊게 이해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번 특별전은 6월 26일까지 열리며 관람료는 무료다. 매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개관하며, 수요일과 토요일은 야관 개관으로 오후 9시까지 관람이 가능하다. 휴관은 매주 월요일이다.

담당업무 : 국회 및 야당 출입합니다.
좌우명 : 本立道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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