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뀌지 않는 오너 중심의 그릇된 기업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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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뀌지 않는 오너 중심의 그릇된 기업 문화
  • 김인수 기자
  • 승인 2016.03.21 11: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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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사람 귀한 줄 모르는 경영방식에 아연실색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김인수기자)

오너의 성품과 기업문화는 쉽게 바뀌지 않는 모양이다. 아무리 국민들의 공분으로 인한 비난을 한 몸에 고스란히 받아도 흔들림 없는 오너를 중심으로 한 기업의 문화에 혀가 내둘러진다.

지난해 12월 23세 여 신입사원을 희망퇴직 대상에 포함시켰다가 국민들로부터 거센 비난에 시달린 기업이 있다. 두산인프라코어다. 당시 이 사건은 대한민국을 뒤흔들 정도로 엄청난 충격으로 다가 왔다.

문제가 커지자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은 “새벽에 신입사원을 대상으로 한 희망퇴직을 중단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새벽’이라는 말을 유독 강조했다. 사건은 희망퇴직자에 신입사원을 제외하는 것으로 일단락 됐다.

그런데 아직 이같은 고질병을 고치지 못한 듯하다. 두산그룹 계열사에서 또 이상한 방법으로 퇴직을 종용하는 사건이 벌어져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이번에는 경남 창원에 있는 유압·방산업체 두산모트롤이 그 주인공이다. 두산모트롤은 명예퇴직 대상자 중 40대 직원 1명이 명예퇴직을 거부하자 ‘면벽(面壁) 책상 배치’를 한 것이다.

사무실 구석에 사물함이 바라보이는 방향으로 책상을 배치하고 하루 종일 벽만 보게 했다. 별다른 업무도 주어지지 않았다. 인사대기자 준수사항이라는 지시를 내리면서 10분 이상 자리를 비우려면 팀장의 허락을 받아야하고, 인터넷과 통화도 못하며 졸아서도, 서적을 봐도 안된다고 규정했다.

개인 노트북을 들고 오자 ‘보안규정 위반’이라며 감봉 1개월의 징계까지 내렸다. 심리적 압박을 이용해 사직을 종용한 것이다.

해당 직원은 노동위원회에 부당 대기발령 구제신청을 했고, 두산 측은 “재교육을 위한 조치”라면서 해당 직원만을 대상으로 한 1인 교육을 실시하고, 경력과 무관한 직무로 발령을 냈다. 경력과 무관한 인사 역시 부당 인사조치다.

직원을 일회용처럼 취급하는 기업체는 비단 두산그룹 만이 아니다.

올해 초에는 파리바게뜨, 던킨도너츠, 파리크라상 등을 운영하는 SPC그룹이 도마에 올랐다. SPC그룹의 계열사 중 하나인 파리크라상이 특정 직원을 내보내기 위한 상시부서 ‘시장조사팀’을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져 또 다시 국민들의 공분을 샀다. 이 부서에 배치되면 ‘투명인간’으로 취급하는 방식으로 스스로 회사를 그만두게 한 것이다.

시장조사팀 또한 두산모트롤처럼 업무가 주어지지 않는다. 업무용 책상은 물론 사무용 PC도 지급되지 않으며, 영업직 사원의 경우 노트북과 태블릿PC도 반납해야 한다. 어떠한 사내 문서도 볼 수 없다. 심지어 출퇴근 체크도 하지 않는다. 말 그대로 투명인가 취급해 심리적 압박을 이용해 사직을 유도하는 방식이다. 모든 방식이 두산모트롤과 쏙 빼닮았다. 문제가 불거지자 SPC 측은 “퇴직한 직원을 제외하고 모두 복직시켰다”고 해명했다.

지난달에는 서울 압구정역 근처에 위치한 종합스포츠센터인 극동스포츠센터가 자사가 운영하는 Well SPA(이하 웰스파) 사업장을 일방적으로 폐쇄해 논란이 일었다.

센터 측은 웰스파 피부미용사들이 ‘불법행위’를 했다는 이유를 들었지만 관할관청인 강남구청에서는 “위반사실을 확인할 수 없었다”고 밝혀 웰스파 폐쇄에 대한 의혹이 커졌다.

물론 어느 회사나 경영악화에 따른 희망퇴직이나 업무평가에 따라 대기발령 형태로 퇴직을 유도하는 경우는 있다. 하지만 인격을 모독하면서까지 도를 지나친 퇴직 유도를 어떻게 받아들여야할지, 이들의 방식에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까지는 필요할 땐 채용해 사용(?)하다 필요 없어지면 바로 내치는 ‘사람 귀한 줄 모르는 경영방식’이 통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시대를 역행하는 이같은 구태한 방식이 과연 옳은 것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두산모트롤의 직원 해고방식을 접한 한 누리꾼의 글이 귓가를 맴돈다.

“사람이 미래라더니...당신들에게 사원은 닳고 닳도록 쓰고 버리는 ‘일회용품’인가 봅니다.”

담당업무 : 산업2부를 맡고 있습니다.
좌우명 : 借刀殺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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