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의 非상식적 프레임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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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의 非상식적 프레임 전쟁
  • 오지혜 기자
  • 승인 2016.03.23 10: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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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친노·운동권 프레임'에 가려진 '상식의 목소리'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오지혜 기자)

▲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대위 대표 ⓒ뉴시스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20일 발표된 비례대표 후폭풍에 휩싸인 가운데, 김종인 더민주 대표의 거취 향방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중앙위원회가 후보자 명단과 칸막이 투표방식 등에 반발하자, 김 대표는 "그따위로 대접하는 정당에서 일할 생각 없다"며 그 다음 날 오전부터 당무를 거부했다. 

가장 큰 논란은 김 대표가 본인의 이름을 남성 최우선순위인 2번에 올린 것이었다.

김 대표는 이제껏 비례대표설에 대해 "그런 욕심 추호도 없다" "총선에서 지면 당을 떠날 수밖에 없다"며 그 가능성을 일축해 왔기 때문에 후보자 명단을 받아든 중앙위는 즉시 반발했다.

이상한 것은 김 대표의 반응이었다.

그는 "이야기를 하려면 정직하게 해야지"라며 "내가 자기네들 정체성에 맞지 않는 게 핵심인데 자꾸 다른 소리를 하느냐"고 역정을 냈다. 모든 게 친노(盧) 세력의 흔들기라는 뜻이다.

비례대표제는 사회적 약자 계층의 목소리를 정치권에 담아낼 수 있는 주요 통로다. 더민주가 19대 총선에서 노동운동가인 전태일 열사의 여동생 전순옥 의원을, 새누리당이 다문화가정을 대표하는 이자스민 의원을 비례대표로 공천한 것도 이같은 맥락이다.

물론 사회적 약자 말고도 정책적 도움을 줄 수 있는 전문가 그룹도 비례대표 대상이 된다. 경제민주화를 주창한 경제전문가인 김 대표의 '셀프공천'의 근거이기도 하다. 

그러나 김 대표는 현재 총선 준비를 전두지휘하고 있는 당의 리더다. 그런 위치에서 비례대표 최우선 권에 본인의 이름을 올린 것은 아름답게만 보이지 않는다. 총선에 대한 책임감도, 소수계층에 대한 배려도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중앙위의 반발은 상식적인 수준의 문제 제기였다. 당시 김종인 대표는 셀프공천 배경에 대한 설명도 하지 않았다. 당무 거부를 결정한 후에야 "내가 나가면 당이 돌아가겠느냐"고 말했다. 대선까지 이끌기 위해서 비례대표직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중앙위 파행 다음 날 신문사설 대부분이 김종인 대표를 겨냥하고 있었다. 누가 봐도 '노욕(老慾)'의 여지가 보였던 선택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유독 눈에 띈 것은 보수성향의 한 신문이 이같은 사태를 '김종인 대 운동권' 대결구도로 그린 점이었다. 김 대표 역시 애초부터 비례대표 공천 논란에 대해 친노·운동권 프레임으로 대응했다. 

이같은 프레임은 '셀프공천'에 공개 반발한 정청래·김광진 의원 등이 친노 또는 운동권 출신이라는 이유로 만들어졌다. 그러나 컷오프 칼날에 주로 희생된 게 그들이다. 능력이 없었건, 정치적 색채의 문제이건 본인을 자른 사람이 비례대표 자리를 최우선 순위로 챙기려고 했다면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친노·운동권이라서 반발한 게 아니라, 상식적으로 반발할 수 있는 문제에 목소리를 높인 것이라는 얘기다.

친노·운동권 프레임은 다양한 목소리를 차단한다. 이는 김 대표의 태도와도 일맥상통한다. 앞서 그는 강성 의원들을 쳐내면서 "정무적 판단이니 내게 묻지 마라"고 일축했다. 또 "SNS에서 난리라고 내가 무서워할 줄 아느냐"고 말하기도 했다. 유권자에 대한 고려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사회적 소수계층에 대한 배려도 없다. 더민주 지도부는 청년비례제도를 두고 "후보자들이 수준 미달"이라며 "국회에서 한자리 주는 건 줄 아느냐"고 힐난했다. 당 홍보는 2030세대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는데 청년 정치참여는 '경력같은 신인'이 와서 하라는 말인가.

김 대표의 사퇴설이 불거진 전날 문재인 전 대표가 경남 창원에서 올라와 회동을 가졌다. 늦은 저녁에는 표창원 김병관 우윤근 박영선 등 비대위원들이 김 대표의 자택을 찾아 사퇴 의사를 밝혔다. 모두 '제대로 못 모셔서 송구스럽다'고 밝혔다. 계파 간 갈등을 봉합하고 김 대표의 명예도 회복하기 위한 제스쳐다.

그러나 이를 바라보는 유권자의 심정은 복잡하다. 단순히 내부 갈등으로 치환될 문제가 아니다. 더민주는 이제 상식적인 문제 제기조차 어려운 정당으로 바뀌고 있다.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 말대로 '60년 역사를 가진 민주당'은 붕괴하고 있다. 문 전 대표와 비대위의 행보에서 알 수 있듯이, 당장 총선 앞에 대표직 사퇴를 언급하는 이 말고는 대안도 없다. 지지층 이탈은 이제 당연한 수순이다. 

담당업무 : 국회 및 야당 출입합니다.
좌우명 : 本立道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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