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의 해방과 김무성의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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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민의 해방과 김무성의 과제
  • 김병묵 기자
  • 승인 2016.03.24 10: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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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쫓겨난 劉, 왜 여론 옹호 받는지 생각해야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김병묵 기자)

▲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오른쪽)와 유승민 의원 ⓒ뉴시스

유승민 의원의 막판 탈당으로 긴박했던 새누리당의 ‘공천 드라마’는 23일 막을 내렸다. 후보자등록일 전날인 이날까지 당내에서 가해진 강력한 압박에, 결국 유 의원은 무소속 출마의 길을 선택했다.

유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시대착오적 정치보복”이라며 “권력이 저를 버려도 저는 국민만 보고 나아갈 것”이라고 탈당 및 무소속 출마의지를 알렸다.

여론은 일제히 유 의원을 옹호하고 나섰다. <조선일보>부터 <한겨레신문>까지, 보수와 진보를 가리지 않고 언론 사설들은 새누리당에 강한 비판을 쏟아냈다. 유 의원의 지지자들은 눈물을 흘리며 '유승민!'을 연호했으며, 야권에서조차 유 의원에 대한 동정과 호감을 표할 정도였다.

반면,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비판의 대상이 됐다. 사실상 유 의원의 탈당에 수수방관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막판에 최고위에서 유 의원 공천을 끝까지 주장했다고 밝혔으나, 결국엔 또 다시 물러선 꼴이 됐다.

결과만 놓고 생각할 때 유 의원은 명분을 챙겼다. 공천을 못 받았지만 일약 ‘전국구’ 유명인사로 자리매김했으며, 보수의 포지션을 놓지 않으면서도 박근혜 정부와 선을 긋는 데 성공했다. ‘소신’과 ‘올곧음’이라는 이미지도 챙겼다.

김 대표는 실리를 챙겼다. 공천작업 내내 사실상 침묵을 지켜온 김 대표다. 그리고 김 대표의 측근 인사들은 서슬퍼런 공천 칼날 아래서도 모두 생존했다.

그러나 김 대표가 잃은 명분은 보기보다 훨씬 커 보인다. 정치권의 한 원로 인사는 23일 낮 기자와의 만남에서 “김무성은 유승민을 자기 사람이라 생각하며 지켰어야 했다”며 “존재감이 흐려진 마당에 유승민이가 이대로 내쳐지면 그(유승민)가 크고, 김무성은 작아진다. 김무성의 대권은 물건너 가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리고 몇 시간 뒤, 김 대표는 사실상 백기를 들고 유 의원을 지키는데 실패한다.

물론 유 의원은 무소속 출마라는 만만찮은 도전을 앞두게 됐고, 오는 7월 전당대회에 나서기 어렵다는 핸디캡을 짊어졌다. 그러나 지금의 분위기로 봐선 유 의원의 생환률은 무척 높아 보이는데다, 파문 이전보다 훨씬 더 많은 지지를 이끌어냈다. 지역을 대표할 새로운 정치인에 목말랐던 TK(대구경북)의 민심이 한방에 유 의원에게 쏠릴 가능성도 있다.

김 대표는 이런 사태가 오기 이전에 훨씬 더 강력한 리더십을 보여줘야 했다. 최소한 청와대에 휘둘리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진박 내려꽂기’는 대표직을 걸고 막아야 했다는 말이 나온다. 이번 공천논란이 불거질 당시 새누리당의 한 당직자는 기자를 만나 “(김무성)대표에 대한 비박계 의원들의 신뢰가 많이 떨어진 상태”라고 귀띔한 바 있다.

카리스마와 리더십으로 이름을 떨친 김영삼(YS) 전 대통령의 적자를 자임한 김 대표지만, 그간 거대여당 대표로서의 면모는 간 데 없었다. 김 대표가 보여준 것이라곤 끝모르는 인내와, 친박계에 대한 항복에 가까운 타협뿐이었다. 정계 일각에서 ‘김 대표가 친박계에 약점이라도 잡힌 게 아니냐’는 루머가 돌 정도였다.

김 대표는 지금이라도 유 의원이 왜 이런 주목을 받으며, 뜻밖에 폭넓은 지지여론을 이끌어냈는지 고민해봐야 한다.

유 의원은 당에서 쫓겨나며 정치적으로 곤경에 처했지만, 동시에 자신을 옭아매던 공천의 굴레로부터 해방됐다. 김 대표는 실리도 챙기고 여전히 대표직을 유지하고 있지만, 많은 과제를 떠안은 셈이다.

 

담당업무 : 게임·공기업 / 국회 정무위원회
좌우명 : 행동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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