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호남행 '대선특급열차'를 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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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호남행 '대선특급열차'를 타라
  • 박근홍 기자
  • 승인 2016.04.06 15: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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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더민주, 길게 보고 넓게 생각해야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박근홍 기자)

▲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 ⓒ 뉴시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의 호남행 여부를 둘러싼 논란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김종인 대표가 문 전 대표의 호남행에 잇따라 제동을 걸면서 친노(친노무현)계와 김 대표를 위시한 비노계의 갈등이 격화되고 있는 것이다.

4·13 총선을 불과 일주일 앞둔 시점에서 터진 이번 사안은 더민주와 문 전 대표의 한계를 명확하게 보여준다.

우선, 더민주는 이번 사태를 통해 호남 지역 유권자들을 얕보고 있음을 은연 중에 드러냈다.

문 전 대표는 지난 대선에서 제1야당의 후보를 지낸 당의 얼굴이다. 그리고 정치권에서 가장 유력한 차기 대권 주자이기도 하다. 어느 지역에 출마한 후보든 SOS를 쳤다면 응당 나서서 그들에게 힘을 실어줘야 하는 위치에 있다.

전남 여수을에 출마한 더민주 백무현 후보와 전북 전주을에 출마한 최형재 후보는 최근 문 전 대표의 지원 유세를 직접적으로 요청했다. 두 후보는 국민의당의 매서운 돌풍 속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럼에도 김 대표와 당 지도부는 "어느 특정인을 위해 (문 전 대표가 유세를) 가는 게 전체 호남 투표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문 전 대표 스스로 판단하리라고 생각한다"며 사실상 문 전 대표의 호남행에 비토를 걸었다.

당 지도부가 뚜렷한 이유 없이 곤경에 처한 후보자의 요청을 거절하는 건 분명한 '해당행위'다. 나아가 그 후보자를 지지하는 지역 유권자들을 무시하는 행위다.

더욱이 문 전 대표는 호남을 제외한 전 지역을 순회하면서 지원 유세를 펼치고 있다. '문재인 호남 파견'을 저어하고 있는 당 지도부의 행태는 또 다른 '호남 차별'과 다름아니다.

물론, 호남에서의 반(反)문재인 정서가 심각한 건 분명한 사실이다. 문 전 대표의 호남행을 계기로 이 같은 반감이 폭발해 전세가 완전히 기울 것을 염려하는 당 지도부의 입장도 십분 이해가 간다.

하지만 바꿔 말하면 이는 더민주의 한계다. 성난 민심을 돌리는 유일한 길은 피하는 게 아니라 직접 부딪히고 진정성 있게 사죄하는 것이라고 인류 역사는 말한다. 더민주는 이를 기억해야 한다.

호남의 지지를 받지 못한 야당이 어떻게 제1야당이 될 수 있으며, 수권정당의 자격을 확보할 수 있겠는가. 문 전 대표의 호남행만이 더민주가 가야 할 유일한 길이다.

게다가 문 전 대표의 '석고대죄'에 호남이 어떻게 반응할지는 아무도 알 수 없는 일 아닌가. 국민의당에 돌아선 야권 지지층에게 다시 한 번 고민하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고, 부동층에 남은 유권자들의 표심이 움직일지도 모른다. 주사위는 던져봐야 안다. 타이밍을 놓치면 던져볼 수조차 없다.

문 전 대표 입장에서도 자신의 한계를 돌파하기 위해서 호남행 열차를 늦기 전에 타야 한다. 그가 탈 열차는 '대선특급열차'가 될 수 있다.

문 전 대표 역시 이를 잘 알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는 6일 "호남의 지지를 받아야 대선주자 자격이 있다는 말에 공감한다. 호남의 지지를 받고 바깥 민주화 세력 등 국민들로부터 폭넓게 지지받을 수 있을 때 비로소 대권에도 도전할 자격이 생기고 정권교체를 할 능력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문 전 대표는 과감한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진정한 대권주자로 거듭나고 싶다면 두렵더라도 결단해야 하고, 반대 목소리는 과감히 일축해 호남에 발을 디뎌야 한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지난해 물세례와 거친 욕설을 받아가면서도 5·18 광주 민주항쟁 기념식과 故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6주년 행사에 참석했다. 통합적 리더십을 선보인 고도의 정치행위였다. 문 전 대표가 기억해야 할 대목이다.

민심이 무서워 총선 지원 유세에도 나서지 못한 대권주자를 과연 어느 지역 주민이 환대하겠는가. 타이밍을 놓치면 문 전 대표는 더민주의 차기 대선 후보에 이름을 올릴 수 없을지도 모른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번 논란의 배경에 김종인 대표를 위시한 비노계와 문재인 전 대표를 위시한 친노계의 차기 당권을 둘러싼 갈등이 깔려있다는 말도 돈다.

김 대표가 호남의 대변자를 자처하고 있는 건 당권 장악 청사진의 일환이며, 문 전 대표가 호남행을 타진하고 있는 건 이를 저지하기 위한 시도라는 후문이다.

더민주는 기억해야 한다. 야권 지지자들은 '김종인 당대표', '문재인 대통령'을 보고 싶은 게 아니다. 그들의 숙원은 오로지 총선승리와 정권교체뿐이다. 그리고 선거 목전에 이 같은 논란이 확산되고 있는 것 자체에 큰 실망감을 느끼고 있다.

길게 보고 넓게 생각해야 한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隨緣無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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