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심판론 과 뉴 DJ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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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심판론 과 뉴 DJ론
  • 김병묵 기자
  • 승인 2016.04.11 11: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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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뉴 DJ는 어디로…反文 함정에 빠진 광주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김병묵 기자)

▲ 故 김대중(DJ) 전 대통령(왼쪽)과 이희호 여사 ⓒ뉴시스

지난 주 정가의 최대 이슈는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호남 방문이었다. 호남지역에 팽배한 것으로 알려진 ‘반(反) 문재인’ 정서를 정면돌파 하겠다는 취지였다. 방문 효과가 선거에서 나타날지는 이제 개표 결과로 확인해야 하는 상황이다.

세간의 관심이 증명하듯 문 전 대표는 호남 선거 최대의 변수로 떠올랐다. 기자가 급히 광주 출장기간을 연장해야 했을 정도다. 그런데 여기에 묻힌 한 가지 이슈가 있다. 바로 ‘뉴 DJ론’이다.

김대중(DJ) 전 대통령이 호남에서 갖는 의미는 몇 마디로는 정리조차 힘들 만큼 크다. 지역 출신의 걸출한 정치인으로, 정권교체까지 성공하며 한국정치에 한 획을 그었다. 호남인들이 느꼈던 소외감과 한(恨)을 일부나마 해소시켜 준 상징적 인물이다.

그런데 DJ 이후 호남은 상당부분 구심점을 잃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정권을 이어갔지만 끝내 호남은 다음 주자를 찾지 못한 채로, 이번 총선에선 결국 야권분열이라는 극한의 현상을 목도한다.

그런 판국에 나왔던 것이 ‘뉴 DJ론’이었다. 호남의 중량급 인사인 천정배 국민의당 공동상임대표는 새로운 DJ를 키워야 한다며 바람을 몰고 왔다.

그러나 선거가 눈앞에 다가온 지금, 호남에서 ‘뉴 DJ론’은 간데없고 ‘반 문재인론’만 가득하다. 이 구도의 가장 큰 이익을 보고 있는 것은 천 대표가 몸담고 있는 국민의당이다.

국민의당은 현역을 대거 공천하며 물갈이보다 안정론을 내세우고 있다. 오히려 더불어민주당이 정치신인들을 내보내며 ‘뉴 DJ 육성’에 가까운 행보를 보였다. 이번 총선에서 천 대표와 맞붙는 양향자 전 삼성전자 상무는 각계 전문가들로부터 ‘성공한 영입’이라는 평을 들으며, 일각에선 ‘뉴DJ’ 후보군에 가장 근접한 인물이라는 평을 받았다. 광주 북구갑에 나선 정준호 변호사 역시 ‘청년 DJ’라는 이야기를 들을 정도의 신선한 인재로 지목됐었다.

광주가 반문정서에 삼켜지면서 ‘뉴 DJ론’은 뒷전으로 밀렸다. 더불어민주당은 반문정서와 함께 사투에 돌입했고, 국민의당은 녹색 바람이 불면서 기세를 올렸다. 그러나 이 과정서 DJ 얘기도, 호남을 대표할 차기 인재를 만든다는 얘기도 듣기 어려워졌다.

혹시 천 대표 자신을 비롯한 현역 인사들 중에서 뉴 DJ를 탄생시키겠다는 복안이라면 모르겠으나, 그게 아니라면 자신이 내세웠던 ‘뉴 DJ론’은 상당부분 궁색해진 셈이다.

광주에서 취재하는 내내 기자가 가장 많이들은 이름은 ‘김대중’이나 ‘노무현’이 아닌 ‘문재인’이었다. 이미 대표직마저 내려놓은 문 전 대표에 대한 평가와 심판이 호남 정치의 미래라는 ‘뉴 DJ’를 키우는 일보다 훨씬 중요하고 시급한 일일까. 광주의 민심은 어떻게 답할 것인가.

 

담당업무 : 게임·공기업 / 국회 정무위원회
좌우명 : 행동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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