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사건 은폐 의혹 '옥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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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 사건 은폐 의혹 '옥시'
  • 김인수 기자
  • 승인 2016.04.18 13: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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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은폐·매수·법인해산…은밀하고도 조직적으로 '조롱'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김인수기자)

▲ 옥시레킷벤키저가 만든 '옥시싹싹 뉴 가습기 당번' 제품. ⓒ환경보건시민센터

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건 5년이다. 가해자들은 사과도 보상도 않고 있다. 국가도 뒤늦게 수사에 나섰다. 이 사이 영국계기업 '옥시레킷벤키저'(옥시)는 사건을 은폐하려는 은밀하고도 조직적인 행동을 진행했다. 우리 정부는 알아차리지도 못했다. 뒤늦은 수사 중에 전모가 드러났다. 

2011년 4월 급성 호흡부전 임산부 환자 잇따라 입원→2011년 5월 10일 입원환자 중 34세 여성 사망→…→피해자 1500여 명, 사망자 239명(지난해 4월 검찰 조사결과 사망 95명 등 221명 피해). 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건 첫 피해로부터 5년이 지난 2016년 4월 현재까지의 피해상황이다.

가습기 살균제의 살균제 성분은 주로 폴리헥사메틸렌 구아니딘(PHMG)과 염화 올리고-(혹은 2-)에톡시에틸 구아니딘(PGH)이고, 메틸클로로이소치아졸리논(MCI; MCIT)을 이용하는 경우도 있다.(위키백과)

5년 전 수많은 인명피해를 입힌 유해 가습기 살균제 제품과 판매사는 △옥시싹싹 가습기 당번(옥시레킷벤키저) △와이즐렉(롯데마트) △홈플러스(홈플러스) △세퓨(버터플라이이펙트) △애경가습기메이트(애경) △이플러스(이마트) △가습기 클린업(코스트코) 등이다.

이들 중 한빛화학, 홈플러스, 버터플라이이펙트, 아토오가닉 등 4개 업체는 ‘인체에 안전하다’는 내용으로 광고해 공정거래위원회에 의해 고발됐고, ‘안전하다’는 표현을 하지 않은 롯데마트와 코스트코는 고발되지 않았다.

반면 옥시레킷벤키저는 대형로펌 김앤장을 통해 정부가 실시한 동물실험 및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소송에 대해 타당성에 문제를 제기하고, 자사의 행위에 위법성이 없다는 주장을 폈다.

옥시레킷벤키저는 영국에 본사를 둔 레킷벤키저가 2001년 동양화학그룹 계열사이던 옥시 생활용품 사업부를 인수했다. 이 때부터 옥시레킷벤키저는 문제가 된 PHGM 성분이 든 살균제를 제조·판매했으며, 2011년 11월 수거 명령이 날 때까지 10년간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

검찰은 최근 폐손상과 살균제 간 인과관계가 있다고 결론을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법리를 검토 중이고, 가해 업체에 대한 형사처벌이 점쳐지고 있다.

이를 미리 예측했을까. 옥시는 사건이 발생한 직 후부터 민·형사상 책임회피를 위해 조직적으로 움직였다. 가습기 살균제 성분과 피해자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는 검사 사실을 은폐하는가 하면, 이를 감추기 위해 검사기관을 대상으로 돈으로 매수한 정황도 포착됐다. 급기야는 처벌을 면키 위해 가습기 살균제를 생산·판매해 온 기존 법인마저 해산시켜 버렸다.

우선 검사사실 은폐다. 옥시는 서울대와 호서대 등에 자체 의뢰해 가습제 살균제의 독성 실험을 실시했다. 질병관리본부가 인체 유해성을 시사한 2011년, 2012년 실험 결과 발표를 반박하려는 취지였다. 실험 결과는 ‘가습기 살균제 성분과 피해자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는 결론이 나왔다. 옥시는 문제가 불거질 것을 우려해 이같은 실험 결과를 은폐했다 이는 지난 2월 검찰이 극비리에 진행한 압수수색 결과 원본이 나오면서 드러났다. 검찰은 이같은 단서를 포착해 불리한 증거를 조직적으로 은폐한 정황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특히 옥시 실험결과 은폐를 위해 실험기관을 돈으로 매수하려 했다는 정황도 포착된 것으로 전해졌다. 옥시는 당시 자사 조건에 맞게 실험하는 대가로 각 연구팀에 2억여원의 용역비를 지급했다.

옥시는 여기에 더해 소비자가 홈페이지에 올린 부작용 관련 글을 검찰 수사 전 의도적으로 삭제한 정황도 나왔다. 검찰은 디지털 포렌식으로 삭제된 글을 대부분 복구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책임을 피하려 기존 법인을 해산시키고 새로운 법인을 설립한 의혹도 제기된 것이다. 시점은 사건 직 후인 같은해 12월 12일에 일어났다. 주식회사를 유한회사로 바꿔버렸다. 주주·사원, 재산, 상호는 그대로 남겨둔 채 법인만 변경시켰다. 형사책임을 져야 할 법인이 없어지면 회사는 처벌을 면할 수 있다는 편법을 동원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다.

옥시의 조직 변경 사실이 지금까지 외부로 전혀 공개되지 않았던 이유는 외부감사 및 공시 의무에서 벗어나는 유한회사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은밀하고도 갑작스러운 조직 변경. 과연 무엇을 의미할까.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의 책임에서 벗어나려는 의도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옥시는 사건이 발생한 5년이 지난 현 시점까지도 사과나 보상은 하지 않고 있다. 법적 책임도 피해가려고 숱한 꼼수도 쓰고 있다는 정황도 속속 나오고 있다.

같은 가해 업체인 롯데마트와 비교돼도 너무도 비교된다. 롯데마트는 오늘(18일) 김종인 대표가 직접 나서 시판했던 ‘와이즐렉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해 폐손상을 입은 피해자 및 그 가족들에게 사과와 피해 보상의 뜻을 밝혔다. 사건을 일으킨 업체 중 처음이다.

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피해자는 임산부와 영유아들이다. 인류가 보호해야할 대상들이다. 여기서 의문점이 하나 생긴다. 외국에서는 기업들이 인류에 큰 재앙을 일으켜도 돈만 벌면 된다는 것인지, 아니면 피해 대상자가 자국민만 아니면 된다는 것인지.

담당업무 : 산업2부를 맡고 있습니다.
좌우명 : 借刀殺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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