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그리고 경제민주화와 민주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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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 그리고 경제민주화와 민주주의
  • 정진호 기자
  • 승인 2016.04.25 10: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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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공당의 대표 되려면 민주적 절차 따라야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정진호 기자) 

▲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 ⓒ 뉴시스

“비대위가 끝난 뒤 당대표를 할 생각을 않는 것이 좋겠다. 당대표를 하면 상처를 받게 된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문 전 대표가 전당대회에 내가 출마하면 상처를 받게 될 것이라는 말을 한 적이 없다. 더 이상 개인적으로는 문 전 대표를 안 만날 것이다. 믿을 수가 없다. 낭떠러지에서 떨어지려는 것을 구해놨더니 문 전 대표와 친문이라는 사람들이 이제 와서 엉뚱한 생각들을 한다.”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

문 전 대표와 김 대표의 갈등이 점입가경(漸入佳境)입니다. 초점은 김 대표를 차기 당대표로 합의추대 할 것인지 여부입니다. 김 대표는 표면적으로 ‘당권에 관심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그동안의 발언을 종합하면 내심 합의추대를 통한 당대표 등극을 원하고 있다는 것이 중론입니다. 반면 문 전 대표는 ‘당의 문화상 합의 추대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양자 간의 갈등이 깊어지는 모양새입니다.

그런데 저는 이런 문제가 불거지는 것 자체를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민주주의 체제에서 정당은 반드시 민주적인 방식으로 운영돼야 합니다. 정당법 1조 1항도 ‘정당의 민주적인 조직과 활동을 보장함으로써 민주정치의 건전한 발전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규정해 놨습니다. 그리고 민주적인 정당 운영이란, 의사 결정 권한이 당원에게 있음을 자각하고 그들의 의사에 따라 정당을 이끄는 것을 말합니다.

하지만 수많은 당원들의 의사를 하나로 모으기는 어렵습니다. 정당은 같은 정치적 주장을 지닌 사람들의 집합이지만, 구체적인 방향이나 방법론은 제각각 다를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다양한 주장을 가진 사람들이 앞에 나서 자신의 뜻을 설파하고, 최대한 많은 당원의 공감을 얻은 사람이 지도자로 올라서는 것이 민주적 정당 운영의 기본 매커니즘입니다.

‘추대론’의 문제는 이런 민주적 매커니즘을 붕괴시킨다는 점입니다. 김 대표가 원하는 추대가 가능하려면 어떤 방법으로든 김 대표 이외의 당원이 전당대회에 나서는 것을 막아야 합니다. 저마다 생각이 다른 사람들을 인위적으로 봉쇄하는 것은 그 자체로 민주주의에 위배되는 행위며 정당법 위반입니다. 현실적으로 민주주의적 가치를 훼손하지 않고는 추대가 불가능하다는 의미입니다. ‘경제민주화’를 외치는 김 대표가 민주주의에 반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연출되는 셈입니다.

16세기 이탈리아의 역사학자이자 정치이론가였던 니콜로 마키아벨리는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한다”고 말했습니다. 최근 김 대표의 행보를 보면, ‘경제민주화’라는 목적을 위해서라면 과정이야 아무래도 좋다는 마키아벨리스트가 아닐까 싶은 의심마저 듭니다. 비효율성을 감수하더라도, 올바른 과정을 통해 결과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민주주의의 의미를 김 대표가 다시 한 번 새겨봤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담당업무 : 국회 및 국민의힘 출입합니다.
좌우명 : 인생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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