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평등의 길③/좌담회]“채용 공고부터 성차별”…한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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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평등의 길③/좌담회]“채용 공고부터 성차별”…한숨
  • 서지연 기자
  • 승인 2016.05.01 09: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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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서지연 기자)

“취업 준비 시 남녀차별을 당해본 적 있느냐”는 질문에 대한 대부분의 취업준비생(이하 취준생)들은 “글쎄요…”라고 반응했다. 현재 취업 준비생 대부분은 1993년 이후 출생자로, 과거의 남녀 차이에 대해 이해하기 힘든 세대다. 아직까진 특별한 차별대우를 받은 적이 없어 심각성을 느끼지 못하면서도 어깨너머로 들은 사회의 성차별 얘기들은 참혹하기만 하다. 이들은 사회에 나가면 나도 그러한 일들을 겪을까 하는 두려운 마음이 앞선다.

▲ 26일 남녀차별에 대해 대학생들이 생각하고 겪은 경험을 듣기 위해 안양의 한 도서관에서 취준생들이 모였다.ⓒ시사오늘

4월 26일 오후 경기도 안양의 한 도서관에 취준생들이 모였다. 이들은 모두 각자의 방법으로 취업을 앞두고 있는 대학생들이다. <시사오늘>은 이들과 함께 남녀차별에 대해 대학생들이 생각하고 겪은 경험에 대해 얘기 나눠봤다.

경기도의 한 4년제 대학 졸업을 앞두고 있는 장문정(25·여)씨는 언론사와 출판사 등의 문을 두드리다 결국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장 씨는 “처음 대학교에 입학했을 때는 인문대 특성을 살려 다양한 곳에서 일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면서 “공무원은 어떠한 차별도 없이 오직 시험성적으로만 뽑아 도전하게 됐다”고 말했다.

최근 공무원 사회에선 여성들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1990년대 말만 해도 여성 공무원은 20만 5531명으로 전체의 24.5%에 그쳤다. 하지만 2013년 공무원 총 조사를 보면 전체 공무원 90만3148명 가운데 여성이 41.25%인 37만2520명까지 늘었다. 행정·기술직 8급, 9급은 남자 공무원과의 차이가 2000명에 그칠 정도로 바짝 따라붙었고, 교사를 포함한 교육공무원은 여성이 남성의 2배를 웃돈다. 높은 경쟁률에서 볼 수 있듯이 공무원이란 직업은 매력적이고 장점이 많은 직업이다.

장 씨는 “특히 요즘은 민간기업보다 육아휴직 등의 처우가 낫다는 점에서도 여성 취준생 사이에서 공무원에 대한 인기가 높아요. 결혼 시 남자가 선호하는 여자 직업이기도 하고요. 제 주변에도 많은 여대생들이 안정적인 공무원을 희망해요”라고 말했다.

졸업 후 취업준비와 아르바이트를 병행하고 있는 노수호(27·남)씨는 오히려 대학 내에서는 여학생들의 활약이 크다고 말한다.

노 씨는 “학과 특성상 여자가 많아 학회장과 부학회장 모두 여자였어요. 성적 상위권도 항상 여자 학우들이 차지했기 때문에 여자들이 차별받는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죠. 오히려 남자 학우들은 군대를 다녀온 후 다시 적응해 나가야 하니 불리한 부분이 있다고 생각해요”라고 전했다.

실제 요즘 대학에서는 ‘알파걸’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알파걸이란 용어의 등장이 말해주듯 최근엔 여학생들이 남학생들보다 바쁜 대학생활을 하고 있다. 학점 상위권부터 공모전 입상, 기업 인턴십 기회까지 여성에게 돌아가는 경우가 많고 예전에는 남성이 주로 맡았던 총학생회장 자리도 여성이 꿰차는 경우가 많다. 입학 후 1~2년 안에 군대를 다녀오는 남학생들은 군 복무를 마치고 후배들과 학교를 다니게 되면 아무래도 학내 및 대외활동에서 적극적으로 나서기 힘든 부분이 있다고 말한다.

휴학계를 내고 한 중소기업에서 인턴을 한 경험이 있다고 밝힌 강수지(27·여)씨는 막상 사회에 진출하면 여성들이 차별을 실감하게 되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강 씨는 “대기업보단 중소기업이 더 심한 것 같다. 어떤 상사를 만나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커피심부름은 기본이었고 옷 입는 스타일까지 지적을 당했다. 회사생활을 해보기 전까지는 직장 내 여직원 차별이 있는 줄 몰랐는데 실제로 있었다”고 말했다.

아울러 강 씨는 드라마 <미생>을 보며 크게 공감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재작년 방영된 드라마 <미생>을 공감하며 본 기억이 난다. 여직원 무시에 성희롱 발언이 심해 보는 내가 억울해서 눈물이 날 정도였다”며 “아직 사회경험이 없는 친구들이 실제 회사생활에서 여직원이 저런 대우를 받냐며 우려하며 묻는 친구들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드라마 <미생>에서 자원팀 신입 인턴사원 안영이는 여자라는 이유로 남자 상사들로부터 눈총을 받아야 했다. 특히 임신한 여직원이 쓰러지자 남자 직원들은 안영이 보고 들으라는 듯 “여자들은 진짜 이기적이다”, “대체 몇째까지 낳으려고 하나. 첫째, 둘째 때도 그렇게 배려를 해줬는데”라며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는 등의 장면들이 있었다.

또 다른 대학생 조재연씨(25·남)는 “취업시뿐만 아니라 아르바이트 채용에서도 성차별은 분명히 존재한다”고 말했다.

그는 “채용공고사이트를 수시로 들어가 보는데, 모집채용 공고에서 ‘병역필한 자에 한함’이나 ‘연구직(남성)’, ‘여성 임시직’이라고 적힌 것들을 본적이 있다”며 “이러한 자격제한을 두는 부분도 엄연한 성차별”이라고 주장했다.

실제 자신의 성별 때문에 불이익을 당한 적이 있는지를 물은 결과 알바몬 설문 응답 대학생의 약 83%가 ‘있다’고 했다. 특히 여성의 약 84%, 남성의 약 80%가 ‘성차별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아르바이트 현장에서 성차별은 대부분이 공감했다. 장 씨는 “영화관에서 아르바이트를 한 적이 있었는데 여자는 화장을 반드시 해야 했고 안경을 쓰는 것도 지적을 받은 경험이 있다”고 전했다.

이러한 관행들은 엄연한 성차별 행위로 규정된다. 고용노동부 권고문에 따르면 모집·채용공고에서 △여성을 배제하거나 여성만을 대상으로 하는 경우 △남녀를 분리 모집하거나 남녀별 모집인원을 다르게 하는 경우는 성차별에 해당한다. 병역을 마친 사람만 지원할 수 있다거나 성별을 남성으로 못 박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남성 환영’ ‘여성 환영’이란 표현 역시 성차별 행위가 된다.

조 씨는 이 같은 사회현상에 대해 여성들이 조금 더 적극적으로 나서길 바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여성과 발표준비나 아르바이트를 같이 하다보면 나서길 꺼려하고 소극적으로 뒤에 숨는 경우가 많다”며 “발표와 조장은 남자가 하는 분위기도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일갈했다.

조 씨의 의견에는 모두가 공감하는 분위기였다. 강 씨 역시 “여성들도 나는 여자니까 이정도만 하면 되겠지 하는 의식에서 변화가 선행돼야 한다”며 “사회에 여성이어도 잘 할 수 있다는 믿음을 줄 수 있도록 강점과 역량 개발에 최선을 다하고 우리가 먼저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담당업무 : 은행, 보험, 저축은행 등을 담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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