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평등의 길④/인터뷰]김난주, “경력단절 해결 없이는 임금격차 만년 꼴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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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평등의 길④/인터뷰]김난주, “경력단절 해결 없이는 임금격차 만년 꼴찌”
  • 안지예 기자
  • 승인 2016.05.02 09: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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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안지예 기자)

‘학창 시절 공부도 잘하고/ 특별활동에도 뛰어나던 그녀/ 여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입시에도 무난히/ 합격했는데 지금은 어디로 갔는가.’ 문정희 시인의 ‘그 많던 여학생들은 어디로 갔는가’의 일부다.

1997년 발표된 시지만 우리나라 남녀 임금 격차, 여성 임직원 비율 등을 놓고 보면 2016년에도 적용되는 상황인 듯하다. <시사오늘>은 지난달 27일 서울시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에서 김난주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을 만나 성별에 따른 고용·임금 격차 문제와 해결책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 김난주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 ⓒ시사오늘

-여성도 똑같이 교육받는데 주요 기업 남녀 임직원 비율을 보면 여전히 남성이 훨씬 많다.

"공공 부문의 경우 시험이라는 공평한 기준으로 여성들이 차별없이 채용의 문을 넘는다. 그러나 민간 기업에서는 아직도 여성에 대해 선입견이 있다. 시험을 통과해도 면접이라는 최종관문이 있는데 여기서 어떤 논리가 작동하는지 알 수 없다. 대졸 여성은 남성과 똑같이 공부했기 때문에 원하는 직장에 갈 수 있다고 여긴다. 거기까지는 ‘알파걸’의 생각이지만 취업 전선에 뛰어들면 절벽을 마주한다. 기업 입장에서는 ‘결혼하고 출산하면 그만 두겠네’라는 편견이 있기 때문이다. 금복주나 농협 등 사례를 봐도 알 수 있다. 금복주에 왜 기혼 여성이 없냐고 물으면 '우리는 50년 동안 없었다'고 답할 거다. 공공부문에서는 여성 비율이 높아진다는 건 민간과 공공에서 다른 힘의 논리가 작동하고 있다는 의미다." 

-여성 임원 비율은 처참한 수준이다. 기업 문화에 어떤 영향을 끼치나.

"기업은 항상 '여성 임원 시키려면 여성들이 없다'고 말한다. 여성 고용 문제는 분명하면서도 명확하고 간단하다. 경력 단절이 있는 이상 여성 임원을 보는 게 쉽지 않을 것이다. 이를 남녀차별이 아니라 다양성 문제로 접근하는 시각도 있다. 한 조직이 다양성 경영을 해야 한다는 의미인데 구글에서는 레즈비언, 게이, 바이섹슈얼, 트랜스젠더 등을 모두 뽑는다. 미국 교수들이 분석한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여성임원이 많은 기업은 회계 부정과 비리가 적었다. 여성들은 위험에 대해 적대적이기 때문에 사업 확장이 안 된다는 이야기도 있다. 그럴 수 있다. 남성은 모험적, 여성은 투명하고 안정적인 특성이 있다. 그렇다면 기업은 어느 한 쪽으로만 쏠려서는 안된다. 조직에서 견제와 균형이 작동해야 한다는 뜻이다. 남성들이 사업 확장하려하면 여성 임원들이 회계상 위험이 있다고 견제할 수 있는 조직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남녀 임금격차는 우리나라가 부동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위다. 원인은? 

"경력단절 탓이 가장 크다. 우리나라 30대 여성이 OECD 평균 고용률에서 격차가 제일 크다. 통계청 자료를 가지고 분석해본 결과 남녀 간 임금 격차를 설명할 수 있는 요소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근속년수였다. 결국 경단이 해결되지 않으면 OECD 회원국 최하위를 면치 못할 것이다. 여성 관리자 패널 조사 결과 7~8년차 정도인 과장급에서 여성들이 많이 탈락한다. 이 시기 남성은 직장에서 뿌리내리려고 치열하게 일하지만 여성은 출산, 육아가 집중된다. 이때 버티지 못하고 고위직으로 가는 사다리도 완전 끊어져 버린다. 재취업 땐 경단녀 꼬리표가 있어서 예전 그 지위로 갈 수 없다. 시장 논리는 너무나 당연하다. 9년 정도 쉰 여성이 대리급 혹은 과장급에서 그만뒀다고 해서 원래 직급으로 복귀할까? 남자들은 그동안 경력을 월등히 쌓았고 시장에는 젊은 청년들이 넘쳐난다. 결국 이도 저도 안 되는 신세다." 

-경력단절 문제를 해결할 가장 중요한 대책은 무엇인가.

"법대로 하는 게 제일 중요하다. 우리나라 육아휴직제도나 근로기준법은 굉장히 잘 만들어진 편이다. 육아 휴직을 유급으로 운영하는 나라도 별로 없다. 미국도 유급이 아니다. 제도는 우리나라가 훨씬 좋다. 그렇지만 미국에서 경단이라는 말이 나오나? 결국 법 집행에 달렸다. 정부가 중소기업 중심으로 육아근로시간단축제, 전환형시간제 등이 잘 이뤄지도록 유도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100인 미만 사업체가 전체의 99%, 경제활동 종사자의 80%가 100인 미만 사업체에서 근무한다. 또한 여성 10명 중 2명은 5인 미만 사업체에서 일하고 있다. 절대다수인 중소기업 환경이 바뀌지 않으면 효과가 없다."

-유리천장을 깰 분위기는 어떻게 조성해야 하나. 

"여성이 출산 후에도 경력을 유지하는 게 중요한데 그러려면 남성 중심의 경쟁적인 직장 분위기를 바꿔야 한다. 공공연히 ‘우리는 육아휴직 못 간다’고 하는 직장이 많다. 무엇이 급해서, 어디에 쫓겨서 그렇게 소모품처럼 일을 해야 할까? 차별에 민감해져야 하고 불편함도 감수해야 한다. 내 주위 여성 동료들이 배불러서 나와 일하는 것도 보면서 인정하고 일찍 퇴근해도 이해해야 한다. 본인도, 내 가족도 그럴 수 있다. 남의 일이라고 생각해선 안 된다." 

-여성관리자 육성하려면? 

"공공부문은 채용 비율 목표제를 세워서 효과를 봤다. 이처럼 공공 부문은 정부가 관리할 수 있는데 민간은 어렵다. 여성 임원 할당제를 전격적으로 도입해야 빠른 효과를 볼 수 있다. 이미 유럽 등에서는 임원 할당제를 도입해서 성과를 봤다. 우리나라 국회의원의 경우에도 할당제인 비례대표 선출로 여성이 많이 진출했다. 이를 봐도 할당제 효과는 분명하다." 

-‘알파걸’ 담론 속 요즘 젊은 여성들은 차별받지 못한다고 느끼기도 한다.

"젊은 세대가 차별을 못 느낀다는 건 다행스러운 일이다. 실제 우리나라 20대 여성 고용률은 해외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다. 문제는 30대 여성 고용률이다. 30대 이상에서 고용률이 올라갈 때는 대부분 비정규직 등으로 취업해 수치가 올라가는 형태다. ‘남성이 알파걸에 밀린다’는 말도 있는데 이는 능력이 안 되는 사람이 능력 있는 사람한테 밀린다고 해야 한다. 성별로 따질 게 아니다. 재밌는 건 여성이 많은 곳에 남성이 들어가면 남자가 여자 자리 빼앗았다고 하지 않는다. 그런 선입견이 잠재의식 속에 있는 셈이다." 

-향후 우리나라 기업이 성평등한 조직이 될 수 있을까.

"젊은 세대들의 교육 수준이 높아졌고 그들이 바꿀 거라고 생각한다. 기업 입장에서도 달라진 환경에 적응하려면 변해야 된다. 삼성의 경우 이건희 회장이 '마누라만 빼고 다 바꾸라'며 신경영을 선포했다. 어느 부분에서는 여성이 더 능력을 발휘하고 이윤을 창출하기 위해서는 유능한 여자들이 필요하다는 걸 깨달은 것이다. 롯데나 아모레퍼시픽 등의 경우 백화점이나 화장품 등 분야에서 여성 고객의 니즈를 생각해야 하기 때문에 여성친화기업으로 나아가려는 것이다. 남성 중심의 정글 같은 경쟁 사회는 남성도 피해자로 만든다. 누가 가르치지 않아도 결혼, 출산 휴가, 부부의 동등한 육아휴직이 물 흐르듯이 이어지는 사회가 돼야 한다."

담당업무 : 유통전반, 백화점, 식음료, 주류, 소셜커머스 등을 담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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