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윤리도 뉘우침도 모르는 옥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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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윤리도 뉘우침도 모르는 옥시
  • 김인수 기자
  • 승인 2016.05.02 16: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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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수많은 사상자 내놓고 뻔뻔한 포상휴가 그리고 거짓말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김인수기자)

현대판 가스실 나치 히틀러의 환생 살인기업 / 기업 윤리도 없고 제품의 자존심도 없는 OOO 집단들….

2일 오전 아타 울라시드 사프달 옥시레킷벤키저 대표가 서울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옥시 제품을 사용한 피해자를 대상으로 보상안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하자 쏟아진 비난이다.

이날 옥시의 사과는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가 발생한지 5년 만이다. 그동안 피해자들의 호소에 눈과 귀를 닫았던 옥시다. 그런데 올 초 검찰 조사가 본격화되면서 영국 본사에까지 확대되고, 소비자 불매 운동이 가시화되자 등 떠밀려 사과한 것이다.

그런데 5년 만에, 그것도 대표가 나와서 사과한다는 내용을 살펴보면 분노가 치밀 정도다.

“정부 조사에서 1등급과 2등급 판정을 받은 피해자 가운데 자사 제품을 사용한 피해자를 대상으로 보상안을 마련한다. 이 외에도 가습기 살균제로 고통 받은 다른 분들께는 지난 2014년과 올해 각각 출연한 50억 원 등 총 100억 원의 기금을 쓰겠다.”

사고가 발생한지 5년 만에 내놓은 사과가 겨우 돈으로 때우겠다는 심산 아닌가. 그것도 고작 100억 원이다. 최근 보상안을 발표한 롯데마트도 100억 원의 기금을 내놓았다. 롯데의 와이즐렉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해 숨졌다고 추정되는 인원은 32명이다.

이번에 피해를 본 옥시 제품 ‘옥시싹싹 New 가습기당번’는 옥시가 2001년부터 판매했으며,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이 가장 많이 사용한 제품이다. 정부가 공식 인정한 피해자 221명 가운데 이 제품을 사용한 피해자는 177명이다. 94명 사망자 중 옥시 제품으로 인한 사망자는 70명이다.

롯데마트보다 3배 정도의 사망자를 낸 옥시의 보상금은 동일한 100억 원이다. 보상에서도 ‘눈가리고 아웅’식의 생색내기 아닌가.

게다가 보상을 위해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전문가 패널을 오는 7월까지 구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고가 발생한지 5년이 지나서야 사과에 나선 배경에는 “충분하고 완벽한 보상안이 마련될 때까지 기다린 것”이라고 말했다.

사고가 발생하고 지난 5년간 준비했다는 사과문과 보상안이 고작 A4 두 장이다. 지난 5년간 충분한 보상안을 마련한 것이 A4 두 장이라는 것이다. 이해할 사람이 몇이나 될까.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만 끄자는 식의 눈가리고 아웅 아닌가.

그나마 구체적인 내용도 없다. 단지 위원회를 통해 피해자들의 의견을 수렴하겠다는 것이 전부다. 영국 본사에서도 끝내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이날 피해자들은 더욱 분노케 한 것은 사과하겠다는 대상이 피해자들이 아닌 기자들에게 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사프달 대표는 동선까지 짰다. 하필이면 이같은 모습이 피해자들에게 걸린 것이다. 결국 기자회견장은 소동이 일어나 잠시 중단되기도 했다.

유가족 연대 관계자는 “그간 옥시코리아에 100번도 넘게 전화를 했지만 아무도 대응해주지 않았다”면서 “왜 지난 5년간 우리에게 사과를 하지 않고 지금에 와서 언론에 사과를 하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수많은 희생자를 발생시키기도 이들은 뉘우침이 없이 버젓이 전 직원이 포상휴가를 갔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피해자는 물론 네티즌들까지 분노가 들끓고 있다. 그것도 올 초 검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와중인 지난 3월24~27일에 전체 임직원이 태국 파타야로 관광을 다녀왔다. 옥시가 매년 2500억~2800억 원 수준의 매출에 200억 원 넘는 영업 이익을 올린 데 대한 포상 차원이란다.

더욱 황당한 것은 휴가에 앞선 3월21일 신현우 전 옥시 대표 소환을 앞두고 ‘책임을 깊이 통감한다’는 내용의 사과문을 발표했었다.

옥시가 내놓은 사과는 “책임을 통감한다”, “충분하고 완벽한 보상안이 마련될 때까지 기다렸다”이다. 그러면서 전 직원이 포상휴가를 다녀왔다. 수많은 사상자를 내놓고도 한 이들의 뻔뻔한 행동에 아연실색할 뿐이다. 옥시가 한 이같은 행동이 인면수심이 아니고 무엇이랴.

그런데 오늘(2일) 사프달 대표는 또 앞뒤가 맞지 않는 이상한 말을 했다. “정부의 조사 외엔 그간 자체적인 피해 조사를 하지 않아 따로 집계한 피해 규모가 없다”고 밝힌 것이다.

분명 오늘 사프달 대표는 “회사 내부적으로도 사실여부를 파악하기 위한 자체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같은날 다른 말을 하고 있다. 대한민국 국민을 상대로 대놓고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이다.

옥시는 전대미문의 대참사를 유발한 살인기업이나 다름 아니다. 마치 세월호를 연상케하듯 말이다. 이런 반인륜적 기업이 우리나라에 버젓이 생존하고 있다는 것에 분노가 치민다.

피해자 유가족들의 울부짖음에 가슴이 먹먹하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피해자를 한 명 한 명 찾아가 ‘자식을 죽인 것은 당신(부모)이 아니라 우리(옥시)다’라고 말해주는 진심어린 사과다. 피해자들이 납득할 때까지 진심어린 사과를 하라.”

 

 

담당업무 : 산업2부를 맡고 있습니다.
좌우명 : 借刀殺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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