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계에 다시 부는 4-4-2 바람
스크롤 이동 상태바
축구계에 다시 부는 4-4-2 바람
  • 정진호 기자
  • 승인 2016.05.05 10:4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정진호 기자) 

▲ 축구계의 '개혁적 보수주의자' 디에고 시메오네 감독 ⓒ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공식 홈페이지

축구계에 4-4-2 바람이 불고 있다. 4-4-2를 주전술로 활용하는 레스터 시티가 프리미어리그 우승을 차지하고, 마찬가지로 4-4-2에 기반을 둔 아틀레티코 마드리드가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 진출권을 거머쥐면서 4-4-2 재평가 움직임이 일고 있기 때문이다. 성공에는 반드시 추종자가 따르는 법이다.

지난 2005년 개정된 오프사이드 룰은 4-4-2의 몰락을 가져왔다. 4-4-2가 본질적으로 지니는 구조적 문제 탓이었다. 공격자에게 유리한 쪽으로 개정된 오프사이드 룰은 이른바 ‘오프사이드 트랩’ 구사를 어렵게 만들었고, 감독들에게 종으로 길게 늘어서는 전술을 강요했다.

그러나 구조적으로 전문 수비형 미드필더를 둘 수 없는 4-4-2는 미드필드 라인과 수비 라인의 간격을 좁히는 수비를 펼칠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해 4-4-2를 쓰는 팀들은 넓은 배후 공간을 허용하거나, 미드필드 라인과 수비 라인 사이에서 상대 공격형 미드필더를 자유롭게 놔주거나, 상대에게 주도권을 내줘야만 했다. 감독들이 자연스럽게 4-4-2를 버리고 4열 포메이션으로 이동한 배경이다.

그런데 레스터와 아틀레티코는 4-4-2의 약점을 최소화하고 강점을 극대화하는 ‘마술’을 보여줬다. 앞서 언급했듯이, 4-4-2 수비 전술의 핵심은 최전방과 최후방의 간격을 좁혀 상대를 사각형 블록 안에 가두는 것이다. 문제는 최전방과 최후방의 간격을 좁히면 105m에 달하는 그라운드를 모두 커버할 수 없다는 데 있다. 4-4-2의 무게 중심이 앞으로 쏠리면 배후 공간이 위협당할 우려가 있고, 뒤로 밀리면 상대에게 경기 주도권을 내줄 위험이 있다.

레스터와 아틀레티코는 이런 약점을 강한 전방 압박과 신속한 공수 전환을 무기로 극복했다. 레스터의 투톱인 제이미 바디와 오카자키 신지, 아틀레티코의 투톱인 페르난도 토레스(혹은 루시아노 비에토)와 앙투안 그리즈만은 활동량이 풍부한 선수들이다. 이들은 상대 수비가 패스를 돌릴 때 강한 전방 압박을 가해 배후 공간으로 패스를 넣지 못하게 방해하고, 빠르게 볼 소유권을 찾아와 다시 역습을 전개했다.

전방 압박이 통하지 않았을 때는 신속하게 자기 진영으로 돌아와 그물을 만들었다. 레스터와 아틀레티코는 수비 라인과 미드필드 라인이 두 줄로 늘어서 상대가 공격할 수 있는 중앙 공간을 허용하지 않았고, 측면으로 공격 방향을 돌리면 빠르게 이동해 터치라인 근처에서 볼 가진 선수를 에워싸는 협력 수비를 구사했다. 이렇게 볼을 탈취하고 나면 역습을 통해 상대 배후 공간을 활용했다. 이번 시즌 내내 레스터와 아틀레티코를 다루는 뉴스에서 ‘압박’과 ‘역습’이라는 단어가 빠지지 않았던 이유다.

올 시즌 경기당 평균 볼 점유율은 레스터가 44.7%로 18위, 아틀레티코는 48.9%로 11위에 불과했다. “볼을 가져야 공격할 수 있고, 공격해야 득점할 수 있으며, 득점해야 승리할 수 있다”는 요한 크라이프의 철학에 정면으로 배치된 축구를 펼치고도 소기의 성과를 거둔 것이다. 스페인의 유로 2008 우승과 바르셀로나의 챔피언스리그 제패가 점유율 축구 유행을 불렀듯, 레스터와 아틀레티코의 선전이 4-4-2의 바람을 일으킬지 지켜볼 일이다.

담당업무 : 국회 및 국민의힘 출입합니다.
좌우명 : 인생 짧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