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와 호남 그리고 양날의 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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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와 호남 그리고 양날의 칼
  • 오지혜 기자
  • 승인 2016.05.07 20: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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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자동차 생산기지·아시문화중심도시…대선후보 '리스크'에도 '지역기반' 지키나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오지혜 기자)

▲ 안철수 국민의당 상임 공동대표가 지난 4일 중소기업 간담회에서 경청하고 있는 모습 ⓒ 뉴시스

지난 4·13 총선에서 호남의 선택을 받은 국민의당은 지역 민심을 붙잡는 데 총력을 다하는 모양새다.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가 '호남 연정론'을 주장하는 한편, 장병완 의원은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을 앞두고 <임을 위한 행진곡> 기념곡 지정을 공론화했다. 또 박주선 최고위원은 호남지역의 면세점 유치를 주장했다.

이처럼 호남 의원들이 녹색 돌풍의 여세를 이어가려고 애쓰는 가운데, 국민의당 유력 대선후보인 안철수 대표가 유독 조용하다. 안철수 대표는 천정배 공동대표를 비롯한 호남 의원들에게 지역을 맡기고 한발 물러선 모습이다. 

그러나 대선을 앞두고 안철수 대표가 직접 호남 무대에 올라서야 하는 때가 다가오고 있다. 이르면 이달 중순, 본격적으로는 오는 6월이다. 5·18 기념곡 지정 문제와 자동차 100만 대 생산기지 조성 사업,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사업 추진 등 대선 후보로서 입장을 표명해야 할 지역 현안들이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우선 <임을 위한 행진곡> 기념곡 지정 문제다.

이 노래는 5·18 민주화운동이 국가기념일로 지정돼 정부 주관으로 첫 기념식을 연 지난 1997년부터 2008년까지 12년간 기념곡으로 제창됐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 때인 지난 2009년부터 제창이 공식 식순에서 제외됐다. 국가보훈처는 <임을 위한 행진곡>이 북한 영화에 사용됐다는 점 등을 이유로 별도 식순에서 참석자 전원이 부르는 것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안철수 대표는 민주화운동과는 동 떨어진 인물이다. 야권 대선후보로서는 큰 흠결이 될 수 있다. 그러나 호남의 정치적 정체성을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5·18 민주화운동 문제에 전면에 나선다면 그 흠결을 메울 수 있다. 특히, 지역 대표성을 내세운 호남 의원들도 동일한 입장이기 때문에 국민의당이 기념곡 문제 해결에 선두로 나설 경우, 제1야당을 대체할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사실상 고비는 그 뒤에 있다. 바로 광주시 최대 현안인 '자동차 100만 대 생산기지 조성' 사업이다. 국책사업으로, 광주지역 자동차 생산규모를 현재 62만 대에서 100만 대로 확대해 자동차산업 전용 국가산단을 조성하겠다는 게 그 골자인데, 정부 차원의 지원이 신통치 않다는 지역 여론이다.

현재 한국개발연구원(KDI)가 이 사업의 예비타당성조사를 실시, 오는 7월 발표가 될 것으로 알려져있지만 통과 여부가 불투명하다. 다음 달 상임위에서 두 야당의 전폭적인 지원이 필요한 때다.

문제는 자동차 산업의 경우, 타 지역에서도 신성장동력으로 취급, 그 발전 기반인 생산기지 조성에 욕심을 내고 있다는 점이다. 즉, 광주의 자동차 생산기지 조성을 공약으로 걸었던 두 야당이 KDI 예타 통과에 매달릴 경우, 전국적인 인기를 이끌어내야 하는 안철수 대표에게는 리스크가 생기는 셈이다.

그러나 자동차 생산기지 조성 사업은 지난 총선에서 화두가 됐던 삼성전자 자동차 전장(電裝) 사업과도 연결되는 문제로, 우물쭈물거렸다가는 호남 표심이 떠날 수 있다. 이때문에 호남 의원들과 안철수 대표 간 긴장감이 고조될 가능성도 크다.

이는 지난 2002년 노무현 정부가 호남지역을 배려하는 차원에서 추진한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사업과도 닮은 꼴이다. 박근혜 정부는 사업의 일환인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 지난해 말 개관하는 데 예산과 조직면에서 비협조적이었다는 논란이 일었다.

문제는 전체적인 사업을 완료하기 위해서는 오는 2023년까지 국비 1조7350억 원, 민간 1조6847억 원의 투자가 더 필요한 상황인데, 타지역의 견제가 가시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일례로 지난 총선을 앞두고 대구 동구을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공천에서 제외된 이재만 전 대구 동구청장은 유승민 의원을 겨냥, "유 의원의 독단적 결정으로 야당에 통 크게 양보하면서, 광주에 아시아문화전당이 설립되고 매년 800억 원의 운영비가 지원되는 등 2026년까지 5조 원 이상의 국민세금이 들어가게 됐다"면서 "저는 유승민 의원이 대구를 위해 이러한 큰 기여를 했던 적이 있었는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사업을 바라보는 다른 지역의 불만이 반영된 목소리다.

안철수 대표는 지난해 말 더민주 탈당 의원들과 손을 맞잡으면서 '호남 구애론'을 펼쳤다. 호남 지역은 이번 총선을 통해 긍정적인 신호를 보냈다. 이 관계가 대선까지 신뢰를 바탕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내달이 고비다.

안철수 대표는 대권가도의 리스크를 감수하고서라도 '호남의 적자' 타이틀을 지킬까. 아니면 지역 의원들 뒤에 숨어 명확한 입장 표명 없이 전국적 지지를 노릴까. 지켜볼 일이다.

담당업무 : 국회 및 야당 출입합니다.
좌우명 : 本立道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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