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호군, "과학기술, 국가경쟁력 이끄는 견인차"
스크롤 이동 상태바
박호군, "과학기술, 국가경쟁력 이끄는 견인차"
  • 오지혜 기자
  • 승인 2016.05.13 15: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강의실에서 만난 정치인(79)>박호군 전 과학기술부 장관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오지혜 기자)

정부는 지난 12일 과학기술전략회의를 주재, 연구개발(R&D)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뜯어고치겠다고 밝혔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어려운 상황을 극복해낼 해답은 결국 과학기술에 있다"며 "과학기술 혁신 정책을 범국가적으로 선도해 나갈 국가전략 프로젝트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박호군 전 과학기술부 장관이 지난 10일 국민대학교 북악포럼을 찾아 "과학기술은 국가경쟁력의 원천"이라면서 "국내 과학기술 발전을 위해 중장기적인 관점이 필요하다"고 주장한 것과 일맥상통하다. 

박 전 장관은 참여정부 시절인 지난 2003년 당시 과학기술부(현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을 역임했다. 또 지난 2013년에는 안철수 의원의 신당 창당 준비 기구인 '새정치추진위원회' 공동위원장으로 선임된 바 있다.

▲ 박호군 전 과학기술부 장관 ⓒ 시사오늘

박 전 정관은 이날 '세상을 바꾼 과학기술'이라는 주제로, 역사적인 과학기술 사례를 통해 기술혁신과 국가경쟁력의 연관성을 강조하면서 "과학기술이 경제를 이끄는 견인차 역할을 해야 한다"고 설파했다.

연단에 나선 그는 "다들 과학기술에 대해 어렴풋이 아실 것"이라면서 "석유·석탄 등 부존자원이 부족한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국가경쟁력의 원천"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역사적으로 과학기술력이 뛰어난 나라가 세계를 제패하고 강대국으로 자리매김했다.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2015년 국가경쟁력 평가'를 살펴보면, 한국은 총 140개국 중 26위였다. 아시아권에서는 일본, 대만, 말레이시아에 밀려 4위이다"고 설명했다. 

박 전 장관은 "한국이 이처럼 순위가 낮은 것은 노동·금융시장 비효율성 때문"이라면서 "인프라 자체는 잘 갖춰져 있는데 사회제도적 부분에서 문제가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WEF 자료에서 국내 노동시장 효율성은 83위, 금융시장 성숙도는 87위였다. 반면, 과학기술 인프라는 10위권 안에 들었다.

"역사의 변곡점마다 과학기술 발전 있었다" 

박 전 장관은 "세계를 제패한 나라의 공통점은 지식을 창조, 활용해 가치를 창출했다는 점"이라면서 영국과 일본의 사례를 소개했다.

박 전 장관은 "14세기 영국이 프랑스와의 '100년 전쟁'에서 패배하면서 대륙으로 가는 발판을 잃었다. 그러나 이는 곧 전화위복이 됐다. 수출경로를 확보하기 위해 조선·해운업을 발전시켰고, 그 과정에서 해적선 약탈을 막으려고 무기 제조에 집중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영국은 16세기 후반부터 무기 대국으로 성공하면서 '해가 지지 않는 나라'가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본 역시 세계를 주름잡는 경제대국으로 도약할 수 있었던 데는 과학기술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이 있었다.

박 전 장관은 "메이지 유신 시기인 1871년, 일본은 서양문물을 체계적으로 습득하기 위해 구미시찰단을 구성했다. 이들은 1년 10개월 간 미국과 유럽 순방을 마치고 본격적인 인재 육성 계획을 세웠다. 수재들을 선출해서 독일과 영국, 미국 등에 유학을 보내 분기마다 학습내용을 보고하도록 한 것이다. 만약 정보 보고가 어려운 경우에는 결혼 등을 통해 기술을 빼오도록 계획했다"고 소개했다. 

박 전 장관에 따르면, 일본은 이외에도 외국 과학기술자까지 대량으로 초빙했다. 당시 영국의 수석 기술자인 카길 등에게는 2천 엔이라는 높은 급료가 지불됐다. 당시 정부 수상의 급료가 800엔이었다고 한다. 

▲ 박호군 전 과학기술부 장관 ⓒ 시사오늘

"부단한 노력이 예기치 못한 성과를 얻는다"

박 전 장관은 "특별한 과학적 발견은 그냥 이뤄지는 게 아니다"면서 "자신의 분야에서 부단히 노력을 기울이는 과정에서 예기치 못한 성과로 이어져, 결과적으로 세상을 바꾸게 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 전 장관은 그 사례로 X선, 페니실린, 헬리코박터균을 꼽았다.

영국의 미생물학자 알렉산더 플레밍은 1928년 9월 여름휴가를 마치고 실험실로 돌아왔다. 당시 플레밍은 포도상구균을 배양접시에 키우고 있었는데, 휴가 전 실수로 창문을 닫지 않아 곰팡이가 생긴 것을 발견했다.

박 전 장관은 "대부분은 실험이 망했다고 생각했을 텐데, 플레밍은 배양접시 속 푸른 곰팡이가 피어있는 부분에만 균이 자라지 못한 것을 집중했다"면서 "바로 최초 항생제인 페니실린의 발견이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플레밍이 애초에 포도상구균 실험을 하지 않았다면 페니실린도 발견하지 못했을 것"이라면서 "이로써 플레밍은 노벨 생리의학상을 공동 수상했고 수많은 환자들의 생명을 살려냈다"고 말했다.

"국내 과학기술 발전, 비판은 하되 인내가 필요"

박 전 장관은 "매년 노벨상 수상 시기만 되면 주변에서 왜 우리나라는 없느냐고 묻는다"면서 "과학기술 발전은 시간이 걸리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 사회통합지수를 살펴보면 창의항목이 27위, 기술이 8위, 재능이 24위다. 그런데 관용지수는 62위로 떨어진다"면서 모든 과학기술은 실패를 거듭하면서 성공할 수 있는 것임에도 불구, 사회적 관용이 부족한 것 같다고 말했다.

박 전 장관은 세계적인 발명가 토머스 에디슨의 명언을 인용했다. 에디슨은 '천 번의 연구 실패는 단순히 실패가 아니라, 이 연구를 실패하지 않을 천 번의 방법을 알게 됐다는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러면서 "과학기술 연구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은 견지하되, 비난과 무시는 하지 말아야 한다"면서 "격려와 보상이라는 유인책으로 주인의식을 가지고 연구를 지속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담당업무 : 국회 및 야당 출입합니다.
좌우명 : 本立道生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