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원형과 문고리 권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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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원형과 문고리 권력
  • 윤명철 기자
  • 승인 2016.05.16 16: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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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청와대 비서실장이 떠난 이유는?"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윤명철 기자)

요즘 공중파 TV 사극인 <옥중화>에는 조선 역사상 악명을 떨친 문정왕후와 윤원형 남매가 나온다. 문정왕후는 파평(坡平) 윤(尹)씨 출신으로 윤지임(尹之任)의 딸이며 명종의 어머니이다. 윤원형은 문정왕후의 남동생으로 누이를 등에 업고 전횡을 저지른 희대의 간신이었다.

실제 문정왕후는 권력의 화신이었다. 그녀는 1517년(중종 12) 왕비에 책봉됐으며, 1545년 인종이 재위 8개월 만에 죽고, 12살에 명종이 즉위하자 모후(母后)로서 수렴청정을 했다. 이 때 그녀의 남동생 윤원형이 권력의 핵심으로 등장하면서 피비린내 나는 정쟁이 벌어졌다. 윤원형을 비롯한 소윤(小尹) 일파는 이른바 대윤(大尹)이라고 하는 윤임(尹任) 일파를 대거 사사하는 을사사화를 일으켰다.

윤원형의 권세는 하늘을 찌를 듯했다. 다음은 조선왕조실록 <명종 20년 11월 18일> 기록이다. “(중략) 명종이 친정을 하게 되었지만 문정왕후의 제재를 받아 자유롭지 못했는데, 윤원형은 무슨 일이고 할 일이 있으면 반드시 문정왕후와 내통하여 명종을 위협하고 제재하여 임금의 우분(憂憤)이 언사와 안색에까지 나타나게 했다. (중략) 하루는 상이 내수에게 ‘외친이 대죄가 있으면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가?’라고 하였는데, 이는 대개 윤원형을 지칭한 것이었다. 이 말이 마침내 누설되어 문정왕후에게 알려졌는데 문정왕후가 이를 크게 꾸짖어 ‘나와 윤원형이 아니었다면 상에게 어떻게 오늘이 있었겠소’ 하니, 상이 감히 할 말이 없었다."

지난 휴일에 청와대 비서실장이 교체됐다. 이번 정권 들어 청와대 인사개편 때마다 나오는 단골 메뉴는 문고리 권력이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병기 실장이 사퇴하면서 이재만 총무비서관, 정호성 부속비서관, 안봉근 국정홍보비서관 등 이른바 ‘청와대 3인방’을 비롯한 핵심 참모들에게 둘러싸여 제 역할을 찾지 못했다는 후문이 나돌고 있다.

특히 이 전 실장은 청와대 인사위원장을 겸하고 있지만 자신도 모르는 인사가 발표되는 경우까지 있었고, 박 대통령에게 소통 확대 등을 건의하기도 했지만 의견이 적극적으로 반영되진 않았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만약 피보다 더 진한 문고리 권력이 청와대에 있다면 누가 박 대통령을 위해 충성을 다할 수 있겠는가? 생각해 볼 일이다.
 

담당업무 : 산업1부를 맡고 있습니다.
좌우명 : 人百己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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