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혐오와 사회적 약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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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혐오와 사회적 약자
  • 오지혜 기자
  • 승인 2016.05.22 12:20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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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강남역 살인 사건은 '여성혐오' 범죄다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오지혜 기자)

▲ 강남역 10번 출구에서 피해자 여성을 추모하는 시민들 ⓒ 뉴시스

최근 '강남역 살인 사건'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뜨겁다.

지난 17일 새벽, 강남역 부근 공용 화장실에서 20대 여성을 흉기로 무참히 살해한 피의자가 범행 동기로 "사회 생활에서 여자들에게 무시당했다"고 밝히면서, 논의 대상은 '여성혐오'로 넘어간 모양새다.

당초 이 사건은 피의자 김 씨와 피해자가 일면식도 없다는 점에서 '묻지마 살인'으로 명명됐다.

그러나 김 씨가 해당 화장실에서 30여 분간 숨어있는 동안 6명의 남성은 드나들었지만 범행 대상에서 제외됐고, 그다음 여성이 피해자가 됐다는 점에서 '여성혐오 범죄'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강남역 10번 출구에서는 지난 21일 추모 행진이 열렸다. 참여자들은 피해 여성을 추모하는 피켓을 들었다. '단지 화가 나서 여자를 죽여선 안 된다' '불편하다고 외면말라. 여성혐오 범죄는 사회문제' 등 사건의 핵심을 여혐으로 보는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이 같은 해석에는 여성의 낮은 사회적 위치가 전제돼 있다.

현재 한국 사회에서 여성은 물리적인 측면에서도, 사회심리학적인 측면에서도 약자에 해당한다. 

물리적인 면이란 평균 성인 남성과 비교할 때 범행 과정에서 힘으로 제압하기 쉽다는 점을 말한다. 강남역 사건 피의자가 범행 대상을 물색하는 과정에서 앞에 들어온 남성 6명이 아니라, 홀로 들어온 여성을 선택한 맥락과 같다. 

실제로 법무연수원이 발간한 <2016 범죄백서>에 따르면, 2014년 기준 살인·강도·성폭력 등 강력범죄 피해자는 여성이 88.7%로, 남성보다 8배 정도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심리학적인 약자란 사회적 권력구도에 따라 실제 능력 여부와 상관없이 열등한 존재로 '인식'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가부장 문화를 바탕으로 남성 중심의 성(性)적 권력구도가 고착화돼 있다.

일례로, 사내 군대식 위계질서에서 여직원은 '부족한 사회성'으로 배제되고 주요 업무보다는 '꽃' 같은 보조 역할을 맡는 게 다반사다. 업무 능력보다 외모 관리에 대한 조언을 듣는 것 또한 평가 주체가 남성이라는 점을 방증한다.  

여성혐오는 바로 여기서 기인한다. '무시해도 되는' 상대는 곧바로 '분풀이' 대상이 된다.

서천석 소아청소년정신과전문의는 지난 19일 SNS를 통해 "강남역 피의자의 범행 동기에는 '여성혐오'라는 사회적 맥락이 있다"면서 "만약 우리 사회가 남자와 여자가 동등하고, 여자가 남자를 무시하는 것이, 남자가 남자를 무시하는 것에 비해서 특별히 남자들에게 더 기분 나쁜 상황이 아니라면 그런 말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더 큰 문제는 이 같은 약자 중심의 여론에 대해 기득권의 반발이 거세다는 점이다.

일부 남성들은 '남성 전부를 잠재적 가해자로 몰고 있다' '남자라서 피해를 입은 것도 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페미니스트가 세력를 불리려고 한다'고 반박하고 있다.

극우 성향의 온라인 커뮤니티 '일베(일간베스트)'는 지난 19일 강남역 추모 현장에 '남자라서 죽은 천안함 용사들을 잊지맙시다'라는 근조화환을 보냈다.

이들 주장의 공통점은 우리 사회에 실재하는 성적 권력구도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회적 약자인 여성이 주로 범죄의 대상이 된다는 문제의식보다, 기득권인 남성 역시 피해를 입고 있다는 데 초점이 맞춰진 이유다.

그러나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약자의 위치를 인정하지 않고, 오히려 정치적 세(勢) 불리기 등으로 흠집 내는 것은 결국 기존 권력구도를 유지하겠다는 의도가 깔려있다. 즉, 배려가 필요한 약자의 존재 자체를 없앤 새로운 약육강식의 단면인 셈이다. 

최성만 이화여대 교수는 전날 추모 행진에서 한 언론과 만나 "가부장 문화에서 내려온 여성혐오 인식이 지금까지 이어져오고 있다. 사회에 정당한 분노로 항의를 해야 하는데, 거꾸로 약자를 향해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이를 계기로 사회 전반의 반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담당업무 : 국회 및 야당 출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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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85너지 2016-05-22 19:35:23
밑댓글은 난독증인지ㅎㅎㅎ 여자가 배려받다가 게을러서 능력없다니ㅎㅎㅎ 술자리에서 성희롱하고 음담패설하면서 권력나누기하는 건 사회능력 아닙니다ㅎㅎ

정정당당 2016-05-22 18:48:02
여성 스스로 사회적 약자라고 주장할때 결코 평등한 사회가 될수없습니다.
배려을 요구하며 자신의 능력 항상에 게을러하는 대한민국의 여성들이 태반입니다.
이것은 사회적곳곳에서 의식의 퇴페을 가져오고 갈등을 야기 시키는 결과을 발생합니다.
현재 여성이 경쟁과 노력으로 동등한 인식을 받기보다는 규제와 격리로 이분하는 정책을 하고있습니다. 정정당당한 경쟁으로써 사회구성원이 되겠다는 마음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