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 따로 현실 따로…일용직 노동자들의 悲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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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 따로 현실 따로…일용직 노동자들의 悲哀
  • 김인수 기자
  • 승인 2016.05.23 14:4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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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노동자들에게 노동법은 뜬구름 같은 것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김인수기자)

아르바이트생 A씨는 강남에 있는 대형프랜차이즈 커피숍에서 오후 5시부터 밤 11시 30분까지 일을 했다. 규정대로라면 밤 10시부터는 야간 근무로, 1시간 30분 동안은 평소보다 1.5배 야간근로수당을 지급해야 한다. 하지만 A씨는 시급 6100원을 적용해서 받았을 뿐이다. 이에 A씨는 일한지 4개월이 지나서야 야근수당을 요구했지만 돌아온 것은 해고통지였다.

최근 한 방송을 통해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한 때 사회적으로 논란이 됐던 ‘열정 페이’가 다시 수면으로 떠오르고 있다.

실제로 야간 알바생 10명 중 5명은 야근간무수당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르바이트 노동조합에 따르면 야간근로수당 지급 비율이 절반(50%)에 불과했다. 평균 시급은 6522원이었다. 야간근로수당을 적용하면 적어도 9045원을 받아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것이다.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은 아르바이트도 41%나 됐다. 작성했더라도 근로자가 이를 교부받은 비율은 57%에 그쳤다. 63%는 4대 보험에 가입하지 못했으며 휴게시간이 없는 사업장은 10곳 중 4곳이었으며, 주휴수당을 받지 못한 비율도 63%였다.

소위 ‘알바’로 불리는 아르바이트로 일하는 이들에게 고용주는 임금을 체납해도 처벌을 받지 않는다. 즉, 국가가 이들을 보호해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밀린 급여를 받기 위해서는 알바생들이 직접 노동청에 진정을 제기해야만 한다.

이렇다보니 고용주들은 밥 먹듯이 노동법을 어기기 일쑤다. 일바생들은 법이 정한 근로계약서마저도 쓰지 않고 있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아르바이트를 하는 청소년 가운데 근로계약서를 작성한 경우는 53.2%에 불과했다. 심지어는 계약서를 쓰자고 하면 다른 사람 뽑겠다고 으름장을 놓는 고용주도 있었다.

60시간, 주15시간 미만의 단시간 근로자의 경우 ‘단시간근로자 근로계약서’를 작성해야 한다. 고용보험과 산재보험도 가입해야하며, 월 60시간 이상인 자에게는 국민연금도 가입해야 한다. 여기에 4주간을 평균해 1주간의 소정 근로시간이 15시간 이상인 자에게는 퇴직급여도 제공해야 한다.

일용직 근로자들은 어떨까. 1개월 이상 근무하며, 1개월 동안 8일 이상 근무시 4대보험에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한다. 1년 이상 한 회사와 근로계약을 맺고 일할 경우는 당연히 퇴직급여도 제공해야 한다.

그렇다면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일용직 노동자들의 퇴직급여는? 고개가 갸우뚱거릴 수밖에 없다.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기 위해 각종 핑계를 대며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가고 있는 것이 건설업계에서는 관행처럼 굳어있다. 노동자들도 복잡한 계산법에 크게 신경쓰지 않고 단순히 일당을 받는 것에 만족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최근 한 매체는 서울의 콘크리트타설 업종에서 도급순위 10위안에 들어가는 중견 건설업체 기창건설이 편법으로 퇴직적립금 제공을 회피했다고 보도해 논란이 일었다.

기창건설은 한해 수백 명이 넘는 일용노동자들을 채용하면서 퇴직적립금을 일당 안에 포함시킨 근로계약을 체결했다.

보도에 따르면 기창건설이 시공을 맡은 서울 강동구의 한 대형병원 건설현장에서 형틀 일을 하다 지난해 말 퇴직한 B씨는 변칙적인 근로계약 때문에 퇴직금 지급을 거절당했다.

B씨는 기창건설과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1년 넘게 일을 했다. 법적으로는 당연히 퇴직금을 받을 권리가 있다. 그런데 기창건설은 이미 퇴직금 전액을 지급했다고 주장했다.

이게 무슨 말인가? 근로자는 못 받았다, 고용주는 지급했다. 함정은 근로계약서에 있었다. 기창건설과 B씨가 체결한 근로계약서를 보면 기본급과 주휴·휴일·연장·연차수당을 포함해 하루 일당 9만1700원에 퇴직적립금이 8300원으로, 하루 10만원이 지급되게 돼 있다.

그렇다. B씨는 일당이 10만원인줄 았는데, 계약서를 보면 일당은 10만원이 아니라 9만1700원인 것이다. 여기에 퇴직금이 매일 8300원씩으로 돼 있다. 결국 근로계약서는 나중에 퇴직금을 별도로 청구할 수 없도록 구성돼 있었던 것이다.

맞다. 계약서상만 보면 기창건설이 매일 퇴직금 8300원을 포함해 미리 지급했다고 주장한 것도 일리가 있다. 그런데 이는 퇴직금 중간정산금지 조항 위반이다. 하지만 기창건설은 이 또한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 놨다. 중간정산금액이 아니라 퇴직 시 지급할 퇴직금을 미리 가불해서 준 것에 불과하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근로계약서 퇴직적립금 항목에는 ‘가불금’이라고 적혀 있었다. 노동법을 잘 모르는 노동자들이 무심코 서명한 근로계약서 안에 사실상 퇴직금을 포기하는 조항이 포함돼 있는 것이다.

기창건설 측은 입사시와 퇴직시에 퇴직금을 전액수령 받았다는 확인서를 받고 각서까지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 이같은 확인사와 각서는 노동자들이 거부하기 힘들다는 것을 이용한 것이다. 이를 거부하면 그나마도 보장된 일자리를 잃어버릴 수도 있는 불안감 때문이다.

특히 각서에는 ‘차후에 민·형사상 이의를 제기하면 어떠한 조치도 감수하겠다’는 문구가 들어가 있다. 하루 벌어 하루 사는 일용직 노동자들에게는 각서를 거부할 엄두조차 나지 않는 것이다.

결국 B씨 등 2명은 서울동부고용노동청에 진정을 제기했다. 그러자 기창건설은 역으로 소송까지 불사하겠다고 으름장까지 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노동법 위반에 적극적인 대응도 하지 않고 있다. 단시간근로자와 일용직 노동자들에게 노동법은, 힘 있는 자의 것이며 마치 뜬구름 같은 것이나 다름 아니다.

 

담당업무 : 산업2부를 맡고 있습니다.
좌우명 : 借刀殺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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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웅 2016-07-08 12:42:55
좋은 기사입니다. 모르는 내용도 아니구요. 저희 사업장의 경우 4대보험, 주휴수당, 야간할증, 근로자의 날 할증,퇴직금 다 지급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실상 아르바이트 학생들이 4대 보험 뗀다고 하면 얼마나 노발대발 하는지 하십니까? 사업장은 알바 구하기 쉬울까요? 법따로 현실따로에 대한 타이틀에 대한 제목으로는 어울리지 않는 기사입니다. 아르바이트 모집할 때 4대보험 공제한단고하면 10명중 몇 명이나 지원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