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家의 정통성 누가 잇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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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家의 정통성 누가 잇나
  • 박세욱 기자
  • 승인 2010.07.30 10: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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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들의 정주영 뿌리찾기 위한 노력들
그동안 범현대가는 집안끼리의 순위다툼은 물론 경영권 쟁탈전 까지 무수한 난들을 치러왔다.
 
다소 지금은 소각상태지만 현대기아자동차그룹, 현대중공업, 현대그룹 등 현대라는 한 뿌리에서 탄생한 기업들은 고 정주영 명예회장의 근간을 찾기 위한 노력을 한창 진행중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현대가에서는 ‘적통 승계’를 둘러싼 무수한 얘기들이 흘러나오고 있다.
 
과연 고 정주영 명예회장의 정통성을 잊는 기업은 어디가 될까.

◇ CF로 아버지의 정신 표현하는 ‘현대중공업’

지난 9일 현대중공업은 경사를 맞았다. IMF로 잠시 떼내야 했던 현대오일뱅크를 다시 찾아올 수 있게 된 것이다.
 
지난해 국제상업회의소(ICC) 국제중재재판소에 이어 서울지방법원에서도 현대오일뱅크 인수가 당연하다고 인정했기 때문이다.

이로써 현대중공업은 현대오일뱅크 인수에 한발 다가서게 됐다.
 
▲ 현대중공업의 CF 한장면. 고 정주영회장이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현대건설이 성장하기 까지 과정을 얘기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사진=TV CF 캡쳐>    © 시사오늘
현대오일뱅크를 다시 찾게 됨으로써 현대중공업은 제조업에서 에너지·자원개발 부분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해 나갈 수 있게 됐다. 

이보다 더 큰 의미도 있다. 현대종합상사에 이어 현대오일뱅크까지 현대중공업이 품에 안음으로써 왕회장의 적통을 잇는 기업으로 위상을 확대하려는 움직임도 보인다.
 
이와함께 현대중공업은 남아공 월드컵 열리던 지난 6월 정 명예회장을 모델로 한 기업광고를 내보내기 시작했다.
 
광고에서 정 명예회장은 카랑카랑한 육성으로 생전모습 그대로 "우리는 할 수 있다"고 말하며 국민들을 다독였다.

개척정신과 도전정신 등 '현대'라는 기업 이미지를 표현하는데 정 회장만한 인물은 없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정 명예회장은) 국민기업의 역할을 다 하겠다는 현대중공업의 의지를 담는데 최고의 인물"이라며 CF에 정 명예회장의 생전 모습을 내보낸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이같은 기업광고가 자칫 舊 현대그룹에 대한 현대중공업의 지나친 애착으로 해석될 경우 형제기업끼리 보이지 않는 마찰도 우려된다.  
 
현대중공업의 최대주주인 한나라당 정몽준 의원이 장자인 현대차그룹 정몽구 회장을 제치고 ‘아버지의 후광’을 얻으려 한다는 의미로 내비춰질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그룹의 창업자 왕회장의 그림자는 아직도 현대가를 움직이고 있는 것 같다.  

◇ 현대의 모태 사수위해 고군분투하는 ‘현대그룹’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현대가의 다른 기업들보다 정통성 찾기에 더 열성적이다.
 
그동안 현 회장은 시아버지가 역점을 기울였던 대북사업을 이어왔는가 하면 현대건설 인수에 적극적인 것은 물론 최근 신사옥을 마련하면서 접객실을 아예 정 명예회장과 남편인 고 정몽헌회장의 사진으로 도배하다시피했다.

현대그룹은 정 명예회장의 기운이 서려있는 현대건설 인수에 가장 적극적이다. 
 
▲ 현대그룹 연지동사옥 접견실에는 고정주영회장과 고정몽헌회장의 초상화를 넣는 등 전통성을 잇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표하고 있다.     © 시사오늘
현대건설의 몸집으로 봤을 때 現 현대그룹이 좀 무리하다 싶지만 현 회장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
 
현 회장은 올해 신년사를 통해 “그룹의 미래를 위해 결코 (현대건설을) 포기할 수 없는 확실한 신성장동력”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이와 함께 현대그룹은 올해 초 현 회장의 오랜 숙원인 신사옥을 서울 종로구 연지동에 마련했다.
 
지난 2008년 11월 매입해 리모델링을 거쳐 1년4개월 만에 새둥지를 틀었다. 총부지 3400여평(1만1078㎡)에 동관 12층, 서관 15층 등 2개동으로 구성돼 있으며 건평은 모두 1만6000여평(5만2470㎡)이다.

특히 현 회장은 동관 2층에 120석 규모의 대형 고객 접객실을 마련해 정 명예회장과 고 정몽헌 회장의 업적을 기리는 코너를 마련했다.
 
이곳에는 두 선대회장의 생전모습과 현대그룹의 창업과 발전과정, 업적, 어록 등을 그래픽 기법으로 디자인해 방문객들에게 선보이고 있다.
 
그러나 현대그룹은 최근 주거래은행과의 마찰 등으로 적지 않은 소란에 휩싸여 있다. 자칫하다가는 재정압박에 몰릴 우려도 있다는 얘기다.
 
고 정몽헌회장의 이어 그룹을 이어온 현정회장. 그의 뚝심이 이런 위기속에서 다시 한번 빛을 발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 가족결집 우선, ‘현대기아차그룹’

지난 2008년 현정은 회장은 정 명예회장의 7주기 자리에서 “현대가의 정통성은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에게 있다”고 밝힌바 있다. 당시 현대건설 인수전을 두고 나온 발언이어서 이슈가 됐었다.

▲ 구현대그룹의 실질적 장자 역할을 하고 있는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     © 시사오늘
올해도 현대차그룹은 현대그룹과 함께 현대건설 인수에 유력한 후보로 손꼽히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대외적으로 “인수할 계획이 없다”고 밝히고 있지만, 범현대가의 장자이면서 정 회장이 처음 일을 한 곳이란 점에서 유력한 후보로 평가받고 있다. 다시 말해 현대가의 정통성은 장자인 정몽구 회장에게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현대차그룹 정 회장에게 적통 승계는 아무런 의미가 없어 보인다. 지난 3월 20일 정 명예회장 9주기를 맞아 범 현대가 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이날 ‘왕회장의 제사’에는 장자인 현대차그룹 정 회장은 물론 장손인 정의선 현대차그룹 부회장 등 정씨 일가와 현대그룹 현 회장도 참석했다. 정몽준 의원은 국제축구연맹 집행위원회 참석차 스위스로 출장을 떠나 참석하지 못했다.

이처럼 현대가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일 수 있었던 것은 현대차그룹 정 회장의 영향이 적잖게 끼쳤던 것으로 보인다. 먼저 화해의 모습을 보인 현 회장에게 정씨일가가 화답을 보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그 중심에는 정몽구 회장이 있다.

또한, 최근 현대차그룹 정 회장은 내년 정 명예회장 10주기 준비 등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이미 범현대가 차원의 협의 모임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그룹 주도하에 현대중공업, 현대그룹까지 참여했다고 전해진다. 정몽구 회장은 장자로서 범현대가의 전반적인 행사를 도맡아 처리하며 정 명예회장의 발자취를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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