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대표팀 평가전]‘6실점’ 한국, 세계와의 격차 실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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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대표팀 평가전]‘6실점’ 한국, 세계와의 격차 실감했다
  • 정진호 기자
  • 승인 2016.06.02 09: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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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1-6 스페인, 무패행진 마감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정진호 기자) 

▲ 울리 슈틸리케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 ⓒ 뉴시스

A매치 16경기 연속 무패(13승 3무). 10경기 연속 무실점.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지난해 1월 있었던 아시안컵 결승전에서 호주에 1-2로 패한 후 무패 행진을 이어왔다. 그러나 아시아를 벗어나 세계 최고 수준의 팀과 맞닥뜨린 한국은 기록이 무색하게 처참히 무너졌다. 스페인을 상대하기에 한국은 개인 능력도, 조직력도, 정신력도 모두 준비가 돼있지 않았다.

패인 1. 허술했던 전방 압박

슈틸리케 감독은 스페인을 상대로 전방 압박 카드를 꺼내들었다. 센터백은 물론, 골키퍼까지 공격 전개 과정에 가담하는 스페인의 공격 리듬을 흐트러뜨리기 위해서는 과감한 전방 압박이 필요하다는 판단이었다. 볼을 탈취한 후에는 좌우 측면으로 전진 패스를 넣어 상대 위험 지역으로 접근한 뒤 빠르게 공격을 마무리하는 ‘압박 – 역습 – 압박 – 역습’ 매커니즘을 택했다.

전반 초반에는 한국의 전략이 어느 정도 먹혀들었다. 에너지 넘치는 한국의 압박에 스페인은 매끄러운 패스 게임을 보여주지 못했다. 오히려 한국이 상대 공격을 끊은 후 펼치는 역습으로 한두 차례 좋은 기회를 만들어냈다. 마무리 과정이 아쉬웠지만, 대패를 걱정할 흐름은 아니었다.

그러나 다비드 실바의 프리킥이 절묘하게 골망을 가른 30분 이후 한국의 조직력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본디 전방 압박은 타이밍이 중요하다. 한 선수가 압박을 위해 상대에게 접근할 때, 주변의 동료도 함께 밀고 올라가 패스 코스를 차단해줘야 압박의 효용성이 생긴다. 볼을 가진 선수를 압박하는 선수와, 볼을 갖지 않은 선수를 견제하는 선수의 압박 타이밍이 어긋나면 상대는 여유 있게 볼을 돌리면서 위기를 벗어날 수 있다. 30분 이후 한국의 압박은 후자에 가까웠다.

한국 선수들은 볼을 가진 선수를 열심히 쫓았지만, 볼을 갖지 않은 선수를 견제하지 못했다. 이러다 보니 스페인은 유려한 패스워크를 통해 어렵지 않게 한국의 위험 지역으로 접근할 수 있었고, 미드필더의 보호 없이 개인 능력 출중한 스페인 선수들과 직접 맞닥뜨려야 했던 포백은 경기 내내 힘든 싸움을 펼쳤다. ‘어설픈 압박’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몸소 경험한 90분이었다.

패인 2. 볼 소유 능력 부족

수비 측면에서 압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이 문제였다면, 공격 면에서는 볼 소유가 되지 않았다는 것이 문제였다. 지난 경기에서 스페인은 최전방과 최후방의 간격을 40m 이내로 유지하면서 한국 선수들을 강하게 압박했다. 한국은 스페인이 수비 진영을 갖추고 본격적으로 압박을 시작하면 상대 골문을 보고 돌아서는 것조차 힘겨워했다.

현대 축구에서는 안정적으로 볼을 소유, 상대 위험 지역으로 접근한 뒤 신속하고 정확한 사이드 체인지를 통해 수비진을 흔들고, 순간적으로 만들어진 공간을 활용해 슈팅 기회를 창출하는 것이 기본이다. 그러나 한국 선수들은 아예 상대 진영으로 넘어가는 것부터 어려워했으며, 스페인 골문 가까이로 접근한 뒤에도 좌우를 폭넓게 바라보기보다는 눈앞의 동료에게 패스하는 데 급급했다. 이런 식으로는 스페인은 물론 수준 높은 무대에서 잔뼈가 굵은 강팀들과의 경기에서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없다.

패인 3. 무너진 정신력

스페인 전에서 가장 실망스러웠던 대목은 정신력이었다. 전반 초중반까지는 나쁘지 않은 흐름을 보였던 한국은 다비드 실바에게 선제골을 허용한 뒤부터 걷잡을 수 없이 무너졌다. 첫 번째 실점은 도저히 손쓸 수 없었던 골이었지만, 두 번째와 세 번째는 평정심만 유지했다면 얼마든지 막을 수 있었던, 실수에 의한 실점이었다. 실력 차이가 있었던 것은 분명하나, 결코 1-6이라는 결과가 나올 만큼의 격차는 아니었다. 강팀과의 경기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어떤 상황에서도 물러서지 않는 정신력이다.

한국은 쉽게 볼을 잃었고, 어설픈 압박으로 위기를 자초했으며, 실점 후에는 정신적으로 무너지며 완패했다. 기술적으로나 전술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아직 세계무대와는 멀리 떨어져 있음이 증명된 것이다. 슈틸리케 감독은 스페인 전이 끝난 후 “이렇게 큰 차이가 날 줄 몰랐다”고 말했다. 과연 슈틸리케 감독은 세계무대와의 차이를 극복해낼 수 있을까. 다가오는 체코와의 평가전은 그 가능성을 가늠할 중요한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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