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할거주의와 지방소멸 그리고 정치미래
스크롤 이동 상태바
지역할거주의와 지방소멸 그리고 정치미래
  • 박근홍 기자
  • 승인 2016.06.07 20:0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기자수첩>자연 소멸인가, 인위적 소멸인가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박근홍 기자)

변화의 물결이 출렁였던 지난 4·13 총선에서 가장 눈에 띤 것은 '지역주의 붕괴 조짐'이었다. 당시 여야는 이정현, 정운천, 김부겸, 김영춘, 박재호 등을 내세워 지역주의를 타파해야 된다는 구호를 외쳤고, 유권자들은 이에 분명하게 응답해 줬다.

하지만 20대 총선이 막을 내린지 어느덧 2달여가 흐른 지금, 정치권에서 '지역주의 타파' 구호는 더 이상 찾아볼 수 없다. 되레 '충청대망론', '영남패권론', '호남대망론' 등으로 교묘하게 지역주의를 다시 조장하고 있다. 차기 대선을 목전에 두고 자신들에게 유리한 '지역 대 지역' 구도를 만들고자 하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이 같은 정치인들의 지역주의 재조장 시도에 경종을 울리는 보고서가 나왔다. 한국고용정보원이 내놓은 '한국의 지방소멸에 관한 7가지 분석'에 따르면, 전국 262개 시·군·구 중에서 30년 후 아예 인구가 사라질 위험이 큰 지자체가 무려 80곳에 이른다고 한다. 이른바 '소멸 위험 지역'이다.

소멸 위험 지역이란 전체 인구에서 20~39세 여성 인구가 차지하는 비중이 65세 이상 노인 인구 비중의 절반이 안 되는 지역을 뜻한다. 가임 여성이 적어 장기적으로 인구가 소멸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주목해야 할 것은 전체 소멸 위험 지역 가운데 영·호남에 속한 시·군·구가 70%에 육박한다는 점이다. 경북 의성, 경북 군위, 경북 영양, 경남 남해, 경남 합천, 경남 산청, 전북 정읍, 전남 신안, 전남 보성, 전남 함평 등이 소멸 위험도가 가장 높은 기초단체로 꼽혔다. 경북·경남, 전북·전남을 가릴 것 없었다.

광역시인 부산 영도와 대구 서구가 최근 10년 동안 20~39세 여성인구 감소 상위 지역 10위 안에 들어갈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다. 충청도 역시 충북 괴산, 충남 청양, 충남 서천 등 일부 지역이 '소멸 위험 지역'으로 분류됐다.

▲ 지역주의 수명이 얼마남지 않았다. 그전에 정치권의 '인위적 타파' 노력이 절실하다 ⓒ 각 정당 PI 홈페이지 캡처

이 보고서를 정치공학적으로 따져보면, 우리 정치권이 조장하는 지역주의가 얼마나 '사기'와 '허상'에 가까운지 여실히 보여준다.

그동안 영호남은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등 군사정권 아래 대통령을 비롯해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 박근혜 현 대통령 등 수많은 권력자들을 배출했고 또 그들을 강력하게 지지했다. 하지만 영호남에게 돌아온 것은 '소멸 위험 지역'이라는 암울한 미래다.

암울한 미래를 밝은 미래로 바꿔야 할 의무가 있는 작금의 정치인들은 여전히 지역 민심을 선전용 간판으로만 사용하고 있다.

'호남이 지지를 거두면 은퇴하겠다', '호남 몫은 찾아와야 한다', '충청에서 이기는 쪽이 집권한다', 'TK 출신이 충청 민심을 잡아야 정권을 잡을 수 있다' 등 최근 유력 정치인들의 발언을 살펴보면 국민을 위한 고민보다는 어떻게 하면 지역주의를 잘 이용해서 당장 눈앞에 닥친 선거를 이길 수 있을까만 연구하는 모양새다. 실제로 '소멸 위험 지역'이 제시된 이번 보고서를 인용한 원내정당은 단 한 곳도 없다.

지역주의 붕괴는 당위론적 현실이다. 현재 추세로 봤을 때 '소멸 위험 지역'은 짧으면 10년, 길어도 30년 뒤면 말 그대로 '소멸'된다. 이렇게 되면 지역주의 역시 '자연 소멸'이다. 하지만 이는 바람직한 지역주의 타파가 아니다. 지역 주민들에게 '밝은 미래'도 선사하면서 구태 지역주의가 '인위적으로 소멸'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정치인들에게 전향적인 모습이 요구된다. 수명이 채 30년도 안 남은 지역주의로 자기 밥그릇이나 챙길 궁리를 할 게 아니라, 어떻게 하면 지역주의를 타파할 수 있을지, 어떻게 하면 '소멸 위험 지역'의 불안을 해소시킬 수 있을지 고민하고, 의정활동으로 해결해야 한다.

위 보고서는 이를 해소하기 위해 출산율을 높여야 한다고 분석했다. 또한 출산율을 높이려면 다양한 부문에 걸쳐서 국가 수준의 사회·경제 시스템 전반의 개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우리 시대의 정치인들이 시한부 지역주의에 편승한 단순 권력자로 회자될 것인가, 아니면 개혁의 선봉에서 시대를 앞선 정치인으로 기억될 것인가. 모두가 지켜볼 일이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隨緣無作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