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석 원내대표와 친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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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석 원내대표와 친박
  • 김병묵 기자
  • 승인 2016.06.19 15: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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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정진석, 김희옥에 사과…몸 낮추며 ‘고군분투’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김병묵 기자)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의 고군분투가 눈길을 끈다. 몸을 낮추고 설득과 사과를 거듭하며, 위기에 봉착한 여당의 중심을 잡고 있다. 선거 패배 이후 끊임없는 계파 간 잡음으로 심각한 분열 양상을 보이고 있는 새누리지만, 분당(分黨)과 같은 최악사태에 이르지 않은 것은 ‘궂은 일’을 도맡은 정 원내대표의 공이다.

앞서 새누리당은 지난 16일 혁신비대위에서 유승민‧윤상현 의원 등을 포함한 새누리당 출신 무소속 의원들의 일괄복당을 승인했다. 여기에 표결로 이뤄진 이날 결정에서, 김희옥 혁신비대위원장에게 정 원내대표가 고압적인 자세로 진행토록 압박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졌다. 김 위원장은 당무를 거부하고 칩거에 들어갔으며, 친박계는 강하게 항의하며 정 원내대표의 사과를 요구했다.

정 원내대표는 19일 오전 서울 논현동의 한 카페에서 김 위원장을 만나 공개적으로 사과했다. 정 원내대표는 김 위원장에게 “복당 처리 과정에서 너무나 거칠고 불필요하고 부적절한 언사를 행한데 대해 진심으로 사죄드린다”며 “아무쪼록 마음을 푸시고 어려운 현실에 처해 있는 새누리당이 8월 9일 전당대회를 원만히 치를 수 있도록 간곡하게 부탁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김 위원장은 이에 “진정성이 있다면 수용을 하겠다”며 당무 복귀를 시사했다.

비록 일시적인 봉합이긴 하지만, 정 원내대표의 사과로 새누리당은 또 한 차례 고비를 넘긴 셈이다.

정 원내대표의 이러한 행보가 주목되는 이유는, 정 원내대표가 원래 당내 주류인 친박계 출신이기 때문이다. 정 원내대표는 친박계의 전폭적인 지지와 함께, 나경원·유기준 의원을 제치고 원내대표에 선출됐지만, 막상 당선된 후에는 비박계를 최대한 배려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 과정에서 친박계 측으로부터 ‘배신자’ ‘피아식별이 안되는 사고뭉치’라는 볼멘소리를 듣기도 했다.

그러나 친박계의 시작이 아닌 새누리당원 전체의 입장에서 두고 볼 땐, 정 원내대표의 행보는 합리적이라고 생각할 근거가 충분하다.

정 원내대표는 충분히 주류 친박계로서 사실상 당을 장악할 수 있는 위치임에도, 김용태 의원을 혁신위원장에 내정하며 비박계를 전면에 세우는 강수를 뒀다. 친박계의 반발로 무산되긴 했지만, ‘지난 선거 패배의 주역’이라는 이미지가 친박계에 씌워져 있는 상태에서 쓸 수 있는 최선의 카드 중 하나였다.

유승민 의원 등의 복당 강행 역시 마찬가지다. 유 의원이 먼저 일단 복당 의사를 밝힌 상황에서, 이를 받아들이는 것은 실리적인 측면이 크다. 윤상현 의원 등을 포함한 ‘일괄 복당’카드를 사용했기 때문에 논란 등의 부작용이 있을 수는 있지만, 이미 새누리당은 출범 이래 초유의 위기에 처해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정 원내대표로선 충분히 해 볼 만한 시도라는 평이 많다. 새누리당의 한 핵심관계자는 지난 17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어차피 유 의원을 받아들일 거라면, 지금 부르는 것이 가장 부작용이 적을것"이라고 전한 바 있다.

이번 김 위원장의 당무거부 사태와 관련, 친박계 강경파의 거센 압박에 ‘강 대 강’으로 맞대응 하지 않고 고개를 숙인 것도 기본적으로 당내 균열이 더 이상은 벌어지지 않도록 하려는 대처다. 이와 관련, 새누리당의 한 당직자는 18일 기자와의 만남에서 “많은 당직자들이 정 원내대표가 자기 체면이고 뭐고 당을 살려보겠다고 최선을 다해 뛰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주류 계파 소속로서의 기득권을 버리고 어떻게든 (친박계와 비박계를)다 안고 가보려는 노력이 보이는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정 원내대표의 진의(眞意)가 어디 있는지는 기자도 사실 알 도리가 없다. 다만 더 이상 부릴 추태(醜態)도 얼마 없을 만큼 추락한 새누리당의 현 상황을 감안할 때, 정 원내대표가 계파나 자신의 정치적 이익보다는 새누리당의 회생을 위한 객관적인 판단을 이어오는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정 원내대표는 ‘그를 원내대표로 만들었던 친박계의 배신자’와 ‘난세를 맞은 새누리당의 구원자’사이에서 어느 쪽일까. 적어도 지금까진 후자에 가까워 보인다.

 

담당업무 : 게임·공기업 / 국회 정무위원회
좌우명 : 행동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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