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에서 육아휴직 가려면 각서 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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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물산에서 육아휴직 가려면 각서 써야 한다
  • 김인수 기자
  • 승인 2016.06.20 16: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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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정부의 정책도 콧방귀 뀌는 무소불위 '남녀 차별 관행'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김인수기자)

‘휴직으로 발생하는 각종 평가 및 승격, 연봉등급 등 인사상의 불이익에 대해서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어떠한 민형사상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삼성물산에서 육아휴직을 받으려면 이같은 각서에 서명해야 한다. 육아휴직을 이유로 해고나 그 밖의 불리한 처우를 해서는 안된다는 ‘남녀고용평등법’에 정면으로 위배된다.

남녀고용평등에 모범적이어야 할 대기업에서 이같은 일을 그동안 저질러져 왔다는 것을 누가 생각했으랴. 사회 곳곳에서도 대기업에서 이같은 불법 행위에 놀랍다는 반응이다. 삼성물산은 지금이 봉건시대인줄 알고 있는가 보다.

기가 막힌 것은 그동안 삼성물산이 앞에서는 ‘여성우대’를 외쳤다는 것이다. 그동안 삼성물산은 모성보호실 운영, 휴일근무 제한, 태아검진 휴가 등 임산부를 대상으로 파격적이 정책 도입으로 여성친화경영 선도 기업으로 평가 받아왔다. 그런데 이 모든 것이 거짓말이고 포장이었다는 말인가.

삼성물산 건설부문 소속 사내변호사 조 모 씨는 육아휴직을 받기 위해 인사상 불이익 제기 철회 등의 권리포기 각서 내용이 담긴 신청서에 서명을 해야 했다. 삼성물산 측은 “오랫동안 관행으로 사용했을 뿐 실제 불이익을 준 사례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그런데 이 또한 신빙성에 의구심이 생긴다. 조 씨는 매해 2등을 기록하며 준수한 성적을 보였다. 그런데 조 씨는 지난 2014년 육아휴직을 사용했을 때는 인사평가에서 최하위등급인 5등급을 받아 승진에서 누락됐다.

이에 대해 삼성물산 측은 “육아휴가와 관련 없는 시기에 업무평가를 받은 것으로, 유아휴직과 관련짓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양 측 어느 누가 진실인지는 삼성물산의 업무평가서가 드러나지 않아 정확한 진실을 파악하기는 어렵지만 논란을 피하기 또한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삼성물산의 이같은 행태는 법 위반 뿐 아니라 정부의 정책에도 정면 배치된다. 정부는 최근 여성의 경력단절 예방을 위해 육아휴직을 출산 후 뿐아니라 임신 중에도 허용하는 내용의 여성고용대책을 발표하며 여성고용확대에 안간힘이다. 여기에는 출산 및 육아휴직 기회를 박탈한 기업에 대해서는 근로감독을 강화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삼성물산은 정부의 대책을 비웃고 있는 것이다. 정부 또한 별다른 반응을 보이고 있지 않고 있다. 결국 탁상 행정으로, 삼성물산에서는 정부의 정책에 콧방귀를 뀌었단 말인가. 도대체 정부의 정책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헷갈린다.

기업체에서의 관행은 사회적 분위기도, 시대의 흐름도, 정부의 정책에도 개의치 않는 무소불위의 절대법칙 같다.

삼성물산에서도 이번 육아휴직 신청서에 권리포기 각서에 서명하는 것을 관행이라고 했다. 앞서 지난해 10월 대구지역의 유명소주기업 ‘금복주’에서는 여직원 A씨가 결혼한다는 소식을 알리자 곧 퇴사압박이 주어졌다. 금복주에서는 결혼하고 근무한 선례가 없었기 때문에 그만두라는 압박이 가해진 것이다. 선례가 없었다는 것이 이유라고 분명히 밝히고 있다.

농협에서 근무하던 2014년 9월 사내연애로 결혼 한 여직원 B씨 또한 부부 중 한 명은 퇴사해야 한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전해졌다. 회사 측은 “부부사원의 경우 금융사고 예방을 위해 둘 중 한 명은 퇴사하는 관례가 있어 그랬다”고 해명했다.

문제가 불거지자 그 관례를 철회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삼성물산도 그랬다. 권리포기 육아휴직 각서가 문제가 되자 “해당 문구를 최근 삭제 했다”고 밝혔다.

만약 이같은 문제 외부에 드러나지 않았다면? 관행 또는 관례였기 때문에 계속 이같은 일이 진행됐을지 여부에 대해서는 누가 알 수 있으랴.

정부에서는 저출산으로 인한 사회적 병폐를 막기 위해 육아휴직 등 출산 장려책을 쓰고 있다. 하지만 대기업조차도 정부의 정책에 역행하는데….

워킹맘이 출산을 기피할 사회적 여건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고 풍부(?)한데 누가 정부의 정책을 믿고 출산과 함께 안정적인 사회활동을 영위할 수 있단 말인가.

남녀 차별적인 요소들이 삐뚤어지게 만드는 사회를 관망하기에 대한민국은 너무 힘들다. 이 시간이 흐르는 동안에도 우리 사회는 곪아가고 있다. 정부는 이를 돌이키기에는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요된 다는 것을 빨리 인지하고 적극적인 행동을 보일 때다.

담당업무 : 산업2부를 맡고 있습니다.
좌우명 : 借刀殺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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