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청원과 친박계 그리고 계파청산 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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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청원과 친박계 그리고 계파청산 의지
  • 정진호 기자
  • 승인 2016.07.07 17: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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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계파청산 약속, 말보다 행동으로 보여야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정진호 기자) 

▲ 새누리당 서청원 의원 ⓒ 뉴시스

“나의 불출마를 계기로 더는 당내에 계파라는 이름으로 서로가 서로를 손가락질하고 반목하는 일은 없도록 해 달라.”

지난 6일 최경환 의원은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당대회에 출마하지 않겠다며 이 같이 말했습니다. 비단 최 의원만이 아니라, 앞서 당권 도전을 선언한 이주영 의원 또한 ‘계파 청산’을 최우선 목표로 내걸었고, 지난달 10일 정책토론회에서는 “앞으로 계파라는 용어를 없애겠다”며 ‘계파청산 선언문’을 채택하기도 했습니다. 표면적으로 새누리당은 계파청산을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최 의원의 불출마 선언 직후, 친박계 의원들은 곧바로 서청원 의원을 찾아가 당대표 경선 출마를 촉구하고 나섰습니다. 서 의원은 2007년 박근혜 후보 경선 캠프의 고문을 맡았고, ‘친박연대’의 대표를 지냈으며,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친박계의 구심점이 돼왔던 인물입니다. ‘친박계 좌장’ 최 의원이 출마를 고사하자, ‘친박계 큰 형님’ 서 의원에게 당권 도전을 읍소하고 있는 것입니다.

친박계 의원들이 서 의원의 출마를 강하게 요청하고 있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현재 새누리당의 당권 레이스는 다수의 친박계 후보와 다수의 비박계 후보가 경쟁하는 구도입니다. 하지만 비박계 후보들은 단일화 가능성도 열어놓고 있습니다. 지난달 27일 당대표 경선 출마를 선언한 김용태 의원은 “만에 하나 혁신의 반대방향으로 나아간다면 중대 결단을 해서 동지들과 의견을 합칠 생각도 있다”며 “대의명분에 옹졸하게 굴지는 않겠다”고 말했습니다.

반면 친박계 후보들은 저마다 승리를 확신하며 ‘마이 웨이’를 외치고 있습니다. 이미 출마를 선언한 이주영 의원과 이정현 의원은 완주 의사를 강하게 드러내고 있고, 홍문종·한선교·원유철 등 친박계 중진 의원들도 도전장을 던질 채비를 하고 있습니다. 후보가 난립함으로써 친박계의 표가 모아지지 않는, ‘친박계 당대표’를 만들기가 어려운 상황에 놓인 것입니다.

이러다 보니 친박계 의원들은 서 의원을 당대표 후보로 만들어 친박계의 ‘자의 반 타의 반’ 단일화를 이끌어내려 하고 있습니다. 당대표와 최고위원 선출을 분리하기로 한 현재 규정상, ‘친박계 큰 형님’ 서 의원의 출마는 자연히 여타 친박계 후보들의 ‘현실적 고민’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서 의원이 출마하게 되면 친박계의 표는 그를 중심으로 결집할 수밖에 없고, 당선 가능성이 낮아진 여타 친박계 후보들은 자연히 단일화에 응할 것이라는 계산이지요. 즉, 서 의원의 출마를 요구하고 있는 친박계의 내심은 분열하고 있는 친박계 후보를 서 의원 중심으로 단일화해 전당대회에서 승리를 거두고, 당권을 장악하겠다는 것과 다름 아닙니다.

그렇지만 이런 친박계의 의도는 계파청산과는 거리가 멉니다. 서 의원을 내세워 단일화를 강요한다는 것 자체가 이미 ‘친박계의 승리’에 대한 욕심이기 때문입니다. 친박계가 진정으로 계파청산을 원한다면 출마를 원하는 모든 이들이 정정당당하게 경쟁하도록 만들어야지, 서 의원 밑으로 ‘줄 세우기’를 강요하는 방식으로 당권 장악에 욕심을 내서는 안 됩니다. 이 경우 새누리당은 ‘도로 친박당’이라는 비아냥을 피해가기 어렵지요.

“정치인의 진심을 알려면 말보다 발을 따라가라”는 말이 있습니다. 제20대 총선에서 참패한 이후 친박계는 계속해서 ‘계파청산’을 말하고 있지만, 국민들이 더 이상 그들을 신뢰하지 않는 이유는 말과 다른 방향으로 줄달음질치고 있는 친박계의 발자국이 너무 또렷하기 때문 아닐까요.

담당업무 : 국회 및 국민의힘 출입합니다.
좌우명 : 인생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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